3년 못올린 대학등록금, 梨大가 '총대' 멨다
이화여대가 올해 등록금을 2.4% 인상하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학생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대학들은 지난 3년간 등록금 동결로 재정 압박이 심하다며 올해 인상을 조심스럽게 검토하고 있어 학생들과 갈등을 빚을 전망이다.

이화여대는 5일 올해 등록금 책정을 위한 등록금심의위원회(등심위)를 개최하려 했으나 학생위원들이 불참하면서 파행을 빚었다. 학교 측이 지난달 30일 열린 대학평의원회에서 학부와 대학원 등록금을 전년보다 2.4% 올리는 것을 골자로 한 인상안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2.4%는 법으로 규정된 올해 등록금 인상률 상한제의 최대 수치로, 이화여대 측은 학과 신설에 따른 건물 신축 비용 증가 등을 등록금 인상 근거로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화여대 관계자는 “2013학년도부터 2년 연속 등록금을 인하해 대학 재정에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어 올해 2.4% 인상안이 나오게 됐다”고 말했다.

이화여대 총학생회는 “그동안 쌓아온 건축적립금 등이 있고 ‘뻥튀기 예산’을 집행해왔는데 등록금을 인상할 근거가 없다”고 반발했다. 학생 측은 또 학교 측 위원 4명, 학생위원 4명, 외부 전문가 1명으로 구성된 등심위가 공평하게 구성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총학생회는 “학교에서 정한 전문가가 외부 위원으로 선임되면서 사실상 학교 측 위원이 5명이 되는 셈”이라며 “등심위에서 기본적인 동수 구성조차 이뤄지지 않는다면 등록금 인상을 저지할 방도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화여대가 등록금 인상을 추진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다른 대학도 비상한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이명박 정부에서 시작된 ‘반값 등록금’ 정책으로 대학들이 최근 3년간 등록금을 내리거나 동결하면서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어서다. 지난해 대학 등록금 인하율은 0.3%로 소비자물가 상승률(1.3%)을 감안하면 1.6% 내린 셈이다. 정부가 국가장학금이나 각종 재정사업 지원을 등록금 인하와 연계함에 따라 대학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등록금을 인하해왔다. 한양대 관계자는 “지난 몇 년간 등록금을 동결해 재정 상황이 매우 안 좋지만 학생들 반발이 너무 강하기 때문에 올해도 올리기는 어려울 전망”이라고 말했다.

반면 한 사립대 관계자는 “대학들이 등심위 상견례를 하는 수준으로 아직 학교 측 제시안이 확정되지 않았으나 전반적으로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분위기”라며 “이화여대 등 주요 대학 한두 군데가 먼저 ‘총대’를 멘다면 대학들이 우후죽순 인상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정태웅/김태호/윤희은 기자 reda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