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줄 하나면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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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을 하나로 묶어준 줄넘기
익숙했던 것들, 다시 꺼내보길
권선주 < 기업은행장 sunjoo@ibk.co.kr >
익숙했던 것들, 다시 꺼내보길
권선주 < 기업은행장 sunjoo@ibk.co.kr >
“꼬마야 꼬마야 뒤로 돌아라, 돌아서 돌아서 땅을 짚어라~.”
한 사람씩 줄에 들어가 노래에 맞는 동작을 하며 줄을 넘었다. 오징어 놀이, 고무줄 놀이로 갈렸던 남자, 여자아이들이 같이 놀았다. 고무줄 끊고 도망가던 짓궂은 남자아이들도 함께 즐겼다. 줄넘기는 그랬다.
새해 첫 주말에 가족과 줄넘기를 다시 하기로 마음먹었다. 그전부터 해오던 가족 운동인데 은행장이 되고 1년여간 엄두를 내지 못했다. 한 뉴스에서 2015년 한국인의 소망 첫 번째가 가족의 건강이란다. 매년 1순위로 꼽히고 20~60대까지 세대를 아우르는 공통된 소망이다. 지난해 건강검진에서 체중이 조금 늘었단다. 의사 선생님이 시간 여유가 없어도 운동은 빼먹지 말라고 했다. 은행장이 되고 나서는 여유가 없긴 하다. 주말까지 일정이 꽉 차 있고 식사 약속도 늘었다. 계단 오르기 같은 생활 속 운동도 쉽지 않다.
7년 전쯤이던가 갑자기 남편이 신발장 구석에서 줄넘기를 꺼내 들었다. 운동이라면 못하는 게 없는 남자가 단순하고 재미없어 보이는 줄넘기라니 의외였다. 10분이면 조깅 30분 효과를 내는 완벽한 유산소 운동이라고 예찬론을 펼쳐도 가족들 반응은 시큰둥했다. 그렇게 시작한 줄넘기가 1주일에 한두 번씩 계속 이어졌다.
동그랗게 마주보고 서서, 줄 하나로만 바통 터치하듯 돌아가며 100회씩 뛴다. 뛰는 사람은 술래가 된 듯, 주인공이 된 듯 가족 모두의 시선을 받는다. 장성한 아들과 딸의 근육과 몸매에 흐뭇한 기분이 들기도 한다. 적당한 쉼과 대화가 어우러지고 뱃살 출렁이는 모습에 웃음보가 터지기도 한다. 단순해 보여도 시간이 갈수록 실력이 쌓인다. 장소도 아파트 뒤편 공터면 족하다. 몸도 저절로 가벼워진다. 아들이 쌩쌩이(2단 뛰기), 엑스자 뛰기를 자랑하듯 하면 남편도 절대 지지 않는다. 부자지간 묘한 긴장감이 돈다.
새해마다 새로운 작심을 하기보다는 예전에 했었던 것을 다시 꺼내보는 건 어떨까. 거창한 목표로 작심삼일이 되는 것보다 익숙하고 잘했던 것을 다시 해보면 의외로 의미가 있고 오래갈 수 있다. 오늘 아들, 딸이 함께 못해서 아쉽긴 하다. 전화해서 아빠랑 줄넘기한 얘기를 했더니 피식 웃는다. 옛날 생각이 난 모양이다. 줄 하나로 끈끈하게 이어지는 가족이다. 예전에는 1000회까지는 크게 힘들이지 않고 했는데 오늘은 숨이 차오르는 걸 보니 오기가 생기고 욕심이 난다. 내일도 나가야겠다.
권선주 < 기업은행장 sunjoo@ibk.co.kr >
한 사람씩 줄에 들어가 노래에 맞는 동작을 하며 줄을 넘었다. 오징어 놀이, 고무줄 놀이로 갈렸던 남자, 여자아이들이 같이 놀았다. 고무줄 끊고 도망가던 짓궂은 남자아이들도 함께 즐겼다. 줄넘기는 그랬다.
새해 첫 주말에 가족과 줄넘기를 다시 하기로 마음먹었다. 그전부터 해오던 가족 운동인데 은행장이 되고 1년여간 엄두를 내지 못했다. 한 뉴스에서 2015년 한국인의 소망 첫 번째가 가족의 건강이란다. 매년 1순위로 꼽히고 20~60대까지 세대를 아우르는 공통된 소망이다. 지난해 건강검진에서 체중이 조금 늘었단다. 의사 선생님이 시간 여유가 없어도 운동은 빼먹지 말라고 했다. 은행장이 되고 나서는 여유가 없긴 하다. 주말까지 일정이 꽉 차 있고 식사 약속도 늘었다. 계단 오르기 같은 생활 속 운동도 쉽지 않다.
7년 전쯤이던가 갑자기 남편이 신발장 구석에서 줄넘기를 꺼내 들었다. 운동이라면 못하는 게 없는 남자가 단순하고 재미없어 보이는 줄넘기라니 의외였다. 10분이면 조깅 30분 효과를 내는 완벽한 유산소 운동이라고 예찬론을 펼쳐도 가족들 반응은 시큰둥했다. 그렇게 시작한 줄넘기가 1주일에 한두 번씩 계속 이어졌다.
동그랗게 마주보고 서서, 줄 하나로만 바통 터치하듯 돌아가며 100회씩 뛴다. 뛰는 사람은 술래가 된 듯, 주인공이 된 듯 가족 모두의 시선을 받는다. 장성한 아들과 딸의 근육과 몸매에 흐뭇한 기분이 들기도 한다. 적당한 쉼과 대화가 어우러지고 뱃살 출렁이는 모습에 웃음보가 터지기도 한다. 단순해 보여도 시간이 갈수록 실력이 쌓인다. 장소도 아파트 뒤편 공터면 족하다. 몸도 저절로 가벼워진다. 아들이 쌩쌩이(2단 뛰기), 엑스자 뛰기를 자랑하듯 하면 남편도 절대 지지 않는다. 부자지간 묘한 긴장감이 돈다.
새해마다 새로운 작심을 하기보다는 예전에 했었던 것을 다시 꺼내보는 건 어떨까. 거창한 목표로 작심삼일이 되는 것보다 익숙하고 잘했던 것을 다시 해보면 의외로 의미가 있고 오래갈 수 있다. 오늘 아들, 딸이 함께 못해서 아쉽긴 하다. 전화해서 아빠랑 줄넘기한 얘기를 했더니 피식 웃는다. 옛날 생각이 난 모양이다. 줄 하나로 끈끈하게 이어지는 가족이다. 예전에는 1000회까지는 크게 힘들이지 않고 했는데 오늘은 숨이 차오르는 걸 보니 오기가 생기고 욕심이 난다. 내일도 나가야겠다.
권선주 < 기업은행장 sunjoo@ibk.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