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도전이다] "독자 기술 가져야 진정한 프런티어…기술력 있다면 이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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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계돌파 (中) 우리가 새 길 연다
美 컬럼비아社에 특허소송 이긴 고경찬 벤텍스 대표
美 컬럼비아社에 특허소송 이긴 고경찬 벤텍스 대표
“남들은 섬유가 사양산업이라고 하는데, 그런 것은 전혀 중요하지 않습니다. 독자 기술만 있으면 성공할 수 있습니다.”
기능성 섬유 전문기업 벤텍스를 1999년 설립한 고경찬 대표(사진)는 ‘경제 국경’이 사라지는 글로벌 경쟁에서 이기려면 독자 기술로 승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독창적인 기술력이야말로 강소기업의 필수요건”이라는 게 그의 지론이다. 미국 아웃도어 브랜드 컬럼비아와의 특허소송에서 이긴 것도 기술력 덕분이라는 설명이다.
“3초 안에 감동시키겠다”
고 대표는 벤텍스의 최고경영자(CEO)이면서 연구원이다. 의류업체인 코오롱에서 일하다 벤텍스를 창업한 그는 “매일 아침 눈을 떠 잠들기 전까지 섬유만 생각한다”고 말할 정도로 첨단 섬유 개발에 몰두했다.
첫 제품은 2005년 내놓은 속건(빠른 건조) 기능성 섬유 ‘드라이존’이다. 고 대표는 이 제품을 팔기 위해 일본의 이토추와 마루베니 등 종합상사를 찾아다녔다. 모두 잡상인 취급을 하면서 그를 내쫓았다. 일본 오사카에 있는 미쓰비시상사에서 프레젠테이션 기회를 겨우 얻었다. 고 대표가 “3초 안에 감동시킬 자신이 있다”고 호언장담한 덕분이었다. 그 자리에서 그는 물을 떨어뜨린 뒤 1초 만에 마르는 드라이존 원단과 40여분이 지나도 물이 남아있는 경쟁사 제품을 비교하는 시연을 했다. 5분가량만 시간을 내겠다던 미쓰비시상사 담당자들은 “어떻게 이런 기술을 개발했느냐” “신기하다”며 1시간 가까이 질문을 쏟아냈다. 고 대표는 결국 일본 내 독점판매권 계약을 그 자리에서 체결하고 10억원의 자본금까지 유치했다.
독창적 기술로 컬럼비아에 승소
벤텍스는 드라이존을 시작으로 태양광 녹색인증섬유(히터렉스), 땀을 냉매로 전환해 온도를 3도 내려주는 섬유(아이스필), 땀을 열에너지로 바꿔 온도를 10도 올려주는 섬유(메가히트RX), 아토피 등 피부질환을 완화해주는 섬유(스킨닥터), 지방분해 섬유(닥터슬림), 생체활성화 섬유(파워클러) 등 독창적인 원단 기술을 줄줄이 개발했다. 총 70여건의 특허기술을 확보했다.
벤텍스는 그러나 2013년 4월 미국 컬럼비아와 특허소송에 휘말렸다. 벤텍스의 체열반사 섬유(메가히트RX)가 컬럼비아의 발열원단(옴니히트) 특허기술을 침해했다는 주장이었다. 벤텍스는 “컬럼비아가 갖고 있는 특허는 영국의 한 업체가 보유한 특허를 베낀 것”이라며 오히려 특허무효 소송을 제기하는 등 반격에 나섰다. 1심과 항소심, 상고심에서 모두 승리를 이끌어냈다.
고 대표는 “기술을 연구하다 보니 다른 나라에서 어떤 특허가 등록돼 있는지도 다 알게 됐다”며 “우리만의 특허기술로 글로벌 시장에서 당당하게 사업을 펼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고 말했다.
나이키와 250만달러 계약
벤텍스는 지난해 8월 컬럼비아와의 특허소송 항소심에서 이긴 뒤 미국 나이키와 ‘전략적 기술 제휴’를 맺었다. 벤텍스의 특허기술인 ‘적외선 반사에 의한 냉감기술’(아이스필RX)을 나이키가 2016년 브라질 올림픽 공식 의류에 적용하기로 한 것이다. 나이키에서 받는 계약금은 1차 250만달러(약 27억5000만원)다. 벤텍스는 나이키에 판매하는 의류 매출이 연간 1000만달러(약 110억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고 대표는 미백·보습 기능성 쿨링 마스크팩, 옷이나 신발 모자 등에 뿌리면 온도를 올리거나 내리는 바이오 스프레이 등 섬유 이외 분야에도 도전하고 있다. 그는 “올해 450억원의 매출을 예상하고 있고 나이키 등과 추가 주문이 늘어나면 1000억원 돌파도 머지 않아 가능할 것”이라며 “독창적인 기술 개발에 필요한 자금을 기업공개(IPO)를 통해 마련하고 세계시장에 도전하겠다”고 말했다.
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
기능성 섬유 전문기업 벤텍스를 1999년 설립한 고경찬 대표(사진)는 ‘경제 국경’이 사라지는 글로벌 경쟁에서 이기려면 독자 기술로 승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독창적인 기술력이야말로 강소기업의 필수요건”이라는 게 그의 지론이다. 미국 아웃도어 브랜드 컬럼비아와의 특허소송에서 이긴 것도 기술력 덕분이라는 설명이다.
“3초 안에 감동시키겠다”
고 대표는 벤텍스의 최고경영자(CEO)이면서 연구원이다. 의류업체인 코오롱에서 일하다 벤텍스를 창업한 그는 “매일 아침 눈을 떠 잠들기 전까지 섬유만 생각한다”고 말할 정도로 첨단 섬유 개발에 몰두했다.
첫 제품은 2005년 내놓은 속건(빠른 건조) 기능성 섬유 ‘드라이존’이다. 고 대표는 이 제품을 팔기 위해 일본의 이토추와 마루베니 등 종합상사를 찾아다녔다. 모두 잡상인 취급을 하면서 그를 내쫓았다. 일본 오사카에 있는 미쓰비시상사에서 프레젠테이션 기회를 겨우 얻었다. 고 대표가 “3초 안에 감동시킬 자신이 있다”고 호언장담한 덕분이었다. 그 자리에서 그는 물을 떨어뜨린 뒤 1초 만에 마르는 드라이존 원단과 40여분이 지나도 물이 남아있는 경쟁사 제품을 비교하는 시연을 했다. 5분가량만 시간을 내겠다던 미쓰비시상사 담당자들은 “어떻게 이런 기술을 개발했느냐” “신기하다”며 1시간 가까이 질문을 쏟아냈다. 고 대표는 결국 일본 내 독점판매권 계약을 그 자리에서 체결하고 10억원의 자본금까지 유치했다.
독창적 기술로 컬럼비아에 승소
벤텍스는 드라이존을 시작으로 태양광 녹색인증섬유(히터렉스), 땀을 냉매로 전환해 온도를 3도 내려주는 섬유(아이스필), 땀을 열에너지로 바꿔 온도를 10도 올려주는 섬유(메가히트RX), 아토피 등 피부질환을 완화해주는 섬유(스킨닥터), 지방분해 섬유(닥터슬림), 생체활성화 섬유(파워클러) 등 독창적인 원단 기술을 줄줄이 개발했다. 총 70여건의 특허기술을 확보했다.
벤텍스는 그러나 2013년 4월 미국 컬럼비아와 특허소송에 휘말렸다. 벤텍스의 체열반사 섬유(메가히트RX)가 컬럼비아의 발열원단(옴니히트) 특허기술을 침해했다는 주장이었다. 벤텍스는 “컬럼비아가 갖고 있는 특허는 영국의 한 업체가 보유한 특허를 베낀 것”이라며 오히려 특허무효 소송을 제기하는 등 반격에 나섰다. 1심과 항소심, 상고심에서 모두 승리를 이끌어냈다.
고 대표는 “기술을 연구하다 보니 다른 나라에서 어떤 특허가 등록돼 있는지도 다 알게 됐다”며 “우리만의 특허기술로 글로벌 시장에서 당당하게 사업을 펼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고 말했다.
나이키와 250만달러 계약
벤텍스는 지난해 8월 컬럼비아와의 특허소송 항소심에서 이긴 뒤 미국 나이키와 ‘전략적 기술 제휴’를 맺었다. 벤텍스의 특허기술인 ‘적외선 반사에 의한 냉감기술’(아이스필RX)을 나이키가 2016년 브라질 올림픽 공식 의류에 적용하기로 한 것이다. 나이키에서 받는 계약금은 1차 250만달러(약 27억5000만원)다. 벤텍스는 나이키에 판매하는 의류 매출이 연간 1000만달러(약 110억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고 대표는 미백·보습 기능성 쿨링 마스크팩, 옷이나 신발 모자 등에 뿌리면 온도를 올리거나 내리는 바이오 스프레이 등 섬유 이외 분야에도 도전하고 있다. 그는 “올해 450억원의 매출을 예상하고 있고 나이키 등과 추가 주문이 늘어나면 1000억원 돌파도 머지 않아 가능할 것”이라며 “독창적인 기술 개발에 필요한 자금을 기업공개(IPO)를 통해 마련하고 세계시장에 도전하겠다”고 말했다.
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