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 2015 경제 대전망] 재정확장으로 내수 활성화…3% 후반성장 엔低가 변수
“1990년대 초 장기 침체에 빠져든 일본 경제를 그대로 따라갈 것이냐, 아니면 구조개혁에 성공하고 반등할 것이냐가 관전 포인트다.”(권태신 한국경제연구원장)

수년간의 침체에서 벗어날 조짐을 보였던 지난해 한국 경제는 ‘세월호 사고’와 함께 다시 가라앉았다. 3분기 반등에 성공하기는 했지만 헤쳐나가야 할 변수와 과제가 산적해 있다는 지적이다. 미국의 경기 회복과 유가 하락은 긍정적인 요소지만 일본 ‘아베노믹스(아베 신조 총리의 경제정책)’로 인한 엔저(低) 여파, 가계 빚 위험 등에 대해선 뚜렷한 돌파구를 찾지 못한 상황이다.

재정 확장, 성장에 기여

국내 주요 기관은 올해 한국 경제가 3%대 중반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금융연구원과 한국경제연구원은 3.7%, 현대경제연구원은 3.6%로 전망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과 LG경제연구원은 이보다 낮은 3.5%, 3.4%로 내다봤다. KDI의 경우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이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을 기록하면 한국 경제 성장률이 3% 초반으로 하락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기획재정부는 3.8%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을 답습하지 않기 위해 올해 재정 확대와 함께 경제 체질 개선을 위한 구조개혁을 동시에 추진할 방침이다. 이찬우 기재부 경제정책국장은 “정부의 확장적 경제정책이 경제성장률 상승에 일정 부분 기여할 것으로 본다”며 “다만 소비나 투자 등 민간부문의 소비심리 회복이 지연되고 경기 불확실성 우려가 민간으로 확산되고 있는 점은 부정적인 요인”이라고 말했다.

한국은행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9%로 보고 있다. 다만 경제구조 개혁이 병행되지 않으면 저물가·저성장이 고착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달 11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일본의 지지부진한 아베노믹스를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며 “구조개혁 없이 저성장과 저물가를 벗어날 수 없다”고 말했다.

내수 역할 커질 듯

지난해엔 수출이 한국 경제의 버팀목이었지만 올해는 내수가 경제성장을 이끌 것으로 기재부는 내다봤다. 고용 증가와 임금 상승 유도 정책 등에 따른 효과로 가계소득이 늘어 민간 소비가 안정적으로 증가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건설이나 설비투자에서도 정책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수출은 증가세가 점차 커지겠지만 수입도 함께 늘어 순수출의 성장 기여도는 지난해보다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경상수지 흑자는 820억달러를 기록, 지난해(890억달러)보다 다소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25개월 연속 1%대를 밑돈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올해 연간 2.0% 수준으로 높아질 것으로 예상됐다. 국제유가 하락이라는 공급 측 요인이 있지만 담뱃값 2000원 인상으로 소비자물가가 0.6% 올라가고, 그동안 하락하던 농산물 가격도 기저효과로 올해는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다. 취업자 수 증가폭은 지난해(53만명)보다는 다소 줄어든 45만명으로 예상됐다.

美 경기 회복은 원군

일본판 양적 완화 정책인 아베노믹스를 통해 엔화 가치가 하락(엔저)하면서 수출시장에서 일본 기업과 경쟁하는 한국 기업에는 비상이 걸렸다. 하태형 현대경제연구원장은 지난달 8일 한국경제신문이 주최한 한 포럼에서 “원·엔 환율이 100엔당 950원으로 떨어지면 한국의 총수출이 4.2% 감소하고, 900원까지 떨어지면 8.8% 급감할 것으로 분석된다”고 지적했다.

가계 빚도 위험 요인으로 꼽힌다. 다행히 현재는 금리가 낮긴 하지만 이자 상환 부담이 지속되면 가계의 소비 여력을 갉아먹는다. 올해 하반기로 예상되는 미국 중앙은행(Fed)의 금리 인상이 본격화하면 한국은행도 금리 인상 카드를 만지작거릴 수 있다.

한국 경제가 반등에 성공할 요인은 있다. 지난해 3분기 미국 국내총생산(GDP)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0%(연율 기준) 증가, 2003년 3분기 이후 최고 기록을 세웠다. 미국이 수입을 늘리면서 한국의 완제품 수출과 대중(對中) 중간재 수출이 한꺼번에 늘 수 있다. 다만 2008년 이후 미국의 경기 호황이 수입 증가로 이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한국 등 신흥국에 대한 낙수(落水) 효과가 그만큼 줄어들었다는 분석도 있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