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산다는 것은 '드러냄'과 '감춤'의 반복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집으로 가는 길은 어디서라도 멀지 않다
원철 지음 / 불광출판사 / 304쪽 / 1만4000원
원철 지음 / 불광출판사 / 304쪽 / 1만4000원
불교계에서 법정 스님의 뒤를 잇는 문장가로 손꼽히는 원철 스님(54·해인사 승가대학장)이 산문집 집으로 가는 길은 어디서라도 멀지 않다를 출간했다. 7년가량 서울에서 조계종단의 소임을 맡아 이른바 ‘수도승(首都僧·수도 서울에 사는 중)’으로 지내다 2011년 속리산 법주사를 거쳐 친정인 해인사로 다시 내려간 이후 처음 선보이는 산문집이다.
이번 책에는 특히 불교의 핵심 사상인 중도(中道)에 관한 메시지가 많다. 중도란 가운데 길이 아니라 양변(兩邊), 즉 양 극단에 치우치지 않는 것이다. 원철 스님은 도시에서 산중을 생각하고 감춤과 드러냄, 개화와 낙화, 이동과 머묾, 채움과 비움을 함께 본다.
‘산다는 것은 결국 드러냄과 감춤의 반복이다. 출근이 드러냄이라면 퇴근은 감춤이다. 화장이 노출을 위한 드러냄이라면 민낯은 은둔을 위한 것이다. … 노출로 인한 피로와 허물은 은둔을 통해 치유하고, 은둔의 충전은 다시 노출을 통해 확대재생산하는 선순환 구조를 스스로 만들어가야 한다.’
계절도 마찬가지다. 배추걷이가 끝나고 휑하게 빈 산밭을 바라보며 ‘배추로서는 아름다운 마무리겠지만 김치로서는 새로운 시작인 셈’이라고 생각한다. 밥상에 올라온 봄동 겉절이를 보고는 이렇게 말한다. ‘겨울은 봄을 안고 봄은 겨울을 안으면서 서로가 서로를 거두어주는 가운데 (계절은) 서서히 조금씩 바뀌는 것이다. 그런 이치를 아는 중도적 안목을 지닌 이가 ‘봄동’이라고 (이름을) 지었을 것이다.’
책 제목의 ‘집’은 무슨 뜻일까. 스님은 이렇게 설명했다. “아무리 멀리 떠나도 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멀게 느껴지지 않잖아요? 깨달음의 길도 마찬가집니다. 마음을 내는 그 순간에서 가까이 있으니까요.”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
이번 책에는 특히 불교의 핵심 사상인 중도(中道)에 관한 메시지가 많다. 중도란 가운데 길이 아니라 양변(兩邊), 즉 양 극단에 치우치지 않는 것이다. 원철 스님은 도시에서 산중을 생각하고 감춤과 드러냄, 개화와 낙화, 이동과 머묾, 채움과 비움을 함께 본다.
‘산다는 것은 결국 드러냄과 감춤의 반복이다. 출근이 드러냄이라면 퇴근은 감춤이다. 화장이 노출을 위한 드러냄이라면 민낯은 은둔을 위한 것이다. … 노출로 인한 피로와 허물은 은둔을 통해 치유하고, 은둔의 충전은 다시 노출을 통해 확대재생산하는 선순환 구조를 스스로 만들어가야 한다.’
계절도 마찬가지다. 배추걷이가 끝나고 휑하게 빈 산밭을 바라보며 ‘배추로서는 아름다운 마무리겠지만 김치로서는 새로운 시작인 셈’이라고 생각한다. 밥상에 올라온 봄동 겉절이를 보고는 이렇게 말한다. ‘겨울은 봄을 안고 봄은 겨울을 안으면서 서로가 서로를 거두어주는 가운데 (계절은) 서서히 조금씩 바뀌는 것이다. 그런 이치를 아는 중도적 안목을 지닌 이가 ‘봄동’이라고 (이름을) 지었을 것이다.’
책 제목의 ‘집’은 무슨 뜻일까. 스님은 이렇게 설명했다. “아무리 멀리 떠나도 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멀게 느껴지지 않잖아요? 깨달음의 길도 마찬가집니다. 마음을 내는 그 순간에서 가까이 있으니까요.”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