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탄소산업 생태계에 제조업 미래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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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소재로 각광받는 탄소섬유
산학연 협업 및 생태계 효율화
앞선 기술·가격경쟁력 확보해야"
김경민 < 한양대 국제정치학 교수 kmkim0828@hanmail.net >
산학연 협업 및 생태계 효율화
앞선 기술·가격경쟁력 확보해야"
김경민 < 한양대 국제정치학 교수 kmkim0828@hanmail.net >
박근혜 대통령이 탄소섬유를 창조경제의 먹거리 산업으로 주목했다. 늦은 감은 있지만 올바른 선택이다. 탄소섬유 시장은 해마다 급성장하고 있고 우리 일상생활 속에 깊숙이 들어와 있다. 낚싯대부터 골프채, 자동차 외장재에 이르기까지 활용범위가 점점 넓어지고 있다. 쇠보다 10배 강하고 무게는 4분의 1 정도인 탄소섬유는 가격도 철강의 10배나 되는 고부가가치 소재다.
한국에서는 효성 등의 회사가 참여하고 있으나 일상생활소재 외에 첨단기술이 요구되는 고기능성 탄소섬유 복합재는 아직 만들지 못하고 있다. 첨단 탄소섬유 복합재를 생산하려면 탄화과정에서 가열시간과 온도 등의 노하우가 축적돼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일본은 1970년대부터 적자를 감수하면서까지 기술축적에 나선 결과 세계 탄소섬유 시장의 70% 이상을 석권하게 됐다. 지난 17일 미국 보잉사는 세계 탄소섬유 시장의 30%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일본 도레이사로부터 기존 787드림라이너와 차세대 777X에 사용되는 탄소섬유를 10년간 10조원어치 구매키로 한 계약 내용을 발표했다.
모든 항공사들은 ‘가벼운 항공기’를 염원하고 있다. 항공기 동체가 가벼워져서 그만큼 기름이 적게 들면 더 낮은 요금으로 이코노미석 고객을 끌어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탄소섬유로 항공기의 주날개와 동체를 만들면 연비를 20% 정도 높일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탄소소재 생산에는 고도의 기술력이 요구된다. 10여년 전 일본이 자랑하는 OH-1 헬리콥터 생산공정을 보기 위해 기후현에 있는 가와사키중공업 공장을 방문한 적이 있다. 헬리콥터의 회전날개를 탄소섬유로 만드는 이 공장의 공장장은 “탄소섬유로 회전날개를 성형한 뒤 엑스레이로 촬영해 내부조직에 미세한 기포가 한 개라도 발견되면 부수고 다시 만들고는 했다”고 소회를 털어놓았다. 이런 기술은 미국 일본 등의 주요 기업들이 장악하고 있다. 미국 시애틀 남쪽 자동차로 1시간 거리에 있는 보잉사의 프레드릭슨 공장에서는 탄소섬유수지를 실로 뽑아내 비행기 날개부품을 만들고 있다. 독일의 벤츠와 BMW는 자동차 제조에 탄소섬유 활용범위를 넓혀 접촉사고 시 운전자의 생명을 보호하고 있다. 차체도 가벼워지니 연비도 높일 수 있어 일석이조다. 유럽의 에어버스사는 물론 일본도 차세대 중형항공기 MRJ에 탄소섬유의 사용을 확대하고 있다.
한국은 어떻게 해야 하나. 무엇보다 지구력을 갖고 탄소섬유 기술개발 및 시장개척에 나서야 한다. 중저가 범용제품이 아니라 최고 품질의 탄소섬유 및 복합재 개발에 집중해야 한다. 비행기나 자동차용 고품질 탄소섬유는 일본이 독점하다시피 하고 있고, 중저가 탄소섬유는 중국이 바짝 따라붙고 있다. 둘째, 품질 대비 가격경쟁력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탄소섬유는 아직 가격이 비싸다. 탄소섬유 선진국들도 원가절감을 통한 경쟁력 확보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들과 동등한 품질을 유지할 수 있도록 기술을 개발하면서 가격경쟁력으로도 맞설 수 있어야 한다. 탄소섬유 기초기술 연구에 대한 투자 확대와 함께 산·학·연 협업의 활성화가 필요한 이유다.
탄소섬유는 갑자기 나타난 게 아니다. 50여년의 산업화 경험이 축적돼 있다. 한국이 지금부터 고품질, 저가격으로 산업육성의 방향을 설정해 집중 지원하면 세계시장의 높은 벽을 넘어설 수 있을 것이다. 불모지에서 새로운 것을 창출하는 것만이 아니라 기존에 있던 것에 부가가치를 더하는 것도 창조경제다. 당장에 성과를 낼 수 있는 창조경제 분야도 있지만 성격상 장기 프로젝트가 더 많다는 것을 유념해 해당 분야에 맞는 정책적 지원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김경민 < 한양대 국제정치학 교수 kmkim0828@hanmail.net >
한국에서는 효성 등의 회사가 참여하고 있으나 일상생활소재 외에 첨단기술이 요구되는 고기능성 탄소섬유 복합재는 아직 만들지 못하고 있다. 첨단 탄소섬유 복합재를 생산하려면 탄화과정에서 가열시간과 온도 등의 노하우가 축적돼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일본은 1970년대부터 적자를 감수하면서까지 기술축적에 나선 결과 세계 탄소섬유 시장의 70% 이상을 석권하게 됐다. 지난 17일 미국 보잉사는 세계 탄소섬유 시장의 30%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일본 도레이사로부터 기존 787드림라이너와 차세대 777X에 사용되는 탄소섬유를 10년간 10조원어치 구매키로 한 계약 내용을 발표했다.
모든 항공사들은 ‘가벼운 항공기’를 염원하고 있다. 항공기 동체가 가벼워져서 그만큼 기름이 적게 들면 더 낮은 요금으로 이코노미석 고객을 끌어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탄소섬유로 항공기의 주날개와 동체를 만들면 연비를 20% 정도 높일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탄소소재 생산에는 고도의 기술력이 요구된다. 10여년 전 일본이 자랑하는 OH-1 헬리콥터 생산공정을 보기 위해 기후현에 있는 가와사키중공업 공장을 방문한 적이 있다. 헬리콥터의 회전날개를 탄소섬유로 만드는 이 공장의 공장장은 “탄소섬유로 회전날개를 성형한 뒤 엑스레이로 촬영해 내부조직에 미세한 기포가 한 개라도 발견되면 부수고 다시 만들고는 했다”고 소회를 털어놓았다. 이런 기술은 미국 일본 등의 주요 기업들이 장악하고 있다. 미국 시애틀 남쪽 자동차로 1시간 거리에 있는 보잉사의 프레드릭슨 공장에서는 탄소섬유수지를 실로 뽑아내 비행기 날개부품을 만들고 있다. 독일의 벤츠와 BMW는 자동차 제조에 탄소섬유 활용범위를 넓혀 접촉사고 시 운전자의 생명을 보호하고 있다. 차체도 가벼워지니 연비도 높일 수 있어 일석이조다. 유럽의 에어버스사는 물론 일본도 차세대 중형항공기 MRJ에 탄소섬유의 사용을 확대하고 있다.
한국은 어떻게 해야 하나. 무엇보다 지구력을 갖고 탄소섬유 기술개발 및 시장개척에 나서야 한다. 중저가 범용제품이 아니라 최고 품질의 탄소섬유 및 복합재 개발에 집중해야 한다. 비행기나 자동차용 고품질 탄소섬유는 일본이 독점하다시피 하고 있고, 중저가 탄소섬유는 중국이 바짝 따라붙고 있다. 둘째, 품질 대비 가격경쟁력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탄소섬유는 아직 가격이 비싸다. 탄소섬유 선진국들도 원가절감을 통한 경쟁력 확보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들과 동등한 품질을 유지할 수 있도록 기술을 개발하면서 가격경쟁력으로도 맞설 수 있어야 한다. 탄소섬유 기초기술 연구에 대한 투자 확대와 함께 산·학·연 협업의 활성화가 필요한 이유다.
탄소섬유는 갑자기 나타난 게 아니다. 50여년의 산업화 경험이 축적돼 있다. 한국이 지금부터 고품질, 저가격으로 산업육성의 방향을 설정해 집중 지원하면 세계시장의 높은 벽을 넘어설 수 있을 것이다. 불모지에서 새로운 것을 창출하는 것만이 아니라 기존에 있던 것에 부가가치를 더하는 것도 창조경제다. 당장에 성과를 낼 수 있는 창조경제 분야도 있지만 성격상 장기 프로젝트가 더 많다는 것을 유념해 해당 분야에 맞는 정책적 지원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김경민 < 한양대 국제정치학 교수 kmkim0828@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