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사업 뛰어든 신세계…'정용진 펍' 28일 문 연다
정용진 부회장(사진) 주도로 신세계그룹이 준비해온 수제맥주 전문점이 첫선을 보인다. 롯데에 이어 대규모 유통망을 갖춘 신세계가 맥주 사업에 뛰어들어 장기적으로 주류 시장 판도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신세계그룹의 외식업 계열사 신세계푸드는 오는 28일 서울 반포동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근처 복개주차장 상가에 수제맥주 전문점을 연다고 25일 밝혔다. 수제맥주는 대형 주류회사가 아닌 개인이나 소규모 양조장이 자체 개발한 제조법으로 만든 맥주를 말한다. 제조법에 따라 각기 다른 맛과 향을 지녀 애호가들이 즐겨 마신다.

맥주사업 뛰어든 신세계…'정용진 펍' 28일 문 연다
맥주 전문점 이름은 ‘악마의 문’이라는 뜻의 ‘데블스 도어(Devil’s Door)’로 정했다. 회사 측은 “악마처럼 치명적으로 소비자를 유혹하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데블스 도어는 20여가지 에일맥주를 판매할 계획이다. 국내에서 주종을 이루는 황금빛의 라거맥주가 톡 쏘는 맛을 내는 데 반해 에일맥주는 빛깔이 짙고 쌉쌀한 맛이 특징이다.

이 중 페일에일, 인디아 페일에일, 스타우트 등 세 가지는 매장에서 직접 만들고 나머지는 외국에서 유행하는 수제 에일맥주를 들여와 팔 계획이다. 국내 소규모 양조업자가 만든 수제맥주도 판매하기로 했다. 가격은 500mL 한 잔에 1만원이다.

맥주와 함께 먹을 수 있는 각종 육류와 해산물 요리도 선보인다. 신세계푸드 관계자는 “가볍고 편안한 분위기에서 여러 가지 맥주와 고급 요리를 즐길 수 있는 ‘개스트로펍(gastropub)’을 콘셉트로 했다”고 말했다.

데블스 도어의 면적은 1322㎡이며 1~2층을 합쳐 200여개 좌석을 갖췄다. 매장 안에 맥주 발효조를 설치해 손님들이 양조 과정을 직접 지켜볼 수 있도록 설계했다.

수제맥주 전문점 사업은 정용진 부회장이 주도했다. 정 부회장은 맥주 사업에 대한 아이디어를 내고 조선호텔에서 일했던 식음료 전문가들로 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 개장을 준비했다. 지난 3월 신세계푸드 정기 주주총회에선 ‘맥아 및 맥주제조업’을 사업목적으로 추가하고 맥주 사업 진출을 공식화했다. 신세계 관계자는 “오비와 하이트의 양강 구도 속에 라거맥주에 치우쳐 있는 국내 맥주 시장에서 소비자들에게 새로운 맥주와 음주 문화를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신세계푸드는 해산물 뷔페 보노보노와 한식 뷔페 올반 등 자사가 운영 중인 외식 전문점에도 데블스 도어에서 만든 맥주를 공급할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신세계가 맥주 전문점 사업을 하면서 점차 생산 규모를 늘리고 시장성을 검증한 뒤 소매 판매에도 나설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