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눈치만 살피는 은행장들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박신영 금융부 기자 nyusos@hankyung.com
지난 24일 오후 5시30분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는 은행연합회 이사회가 열렸다. 애초 종료 시간은 오후 6시30분. 이사회는 이보다 길어져 오후 7시가 넘어서야 끝났다. 차기 은행연합회장을 뽑기 위한 회의였는데, 논의만 길어졌을 뿐 결론을 내지 못했다.
이사회에 참석한 은행장들은 많은 이야기가 오갔다는 점을 강조했다. A행장은 “나올 수 있는 이야기는 다 나왔다”고 말했다. B행장은 “각자 그동안 생각했던 것을 얘기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내정설’에 대한 이사회의 입장, 내정자로 알려진 사람에 대해선 구체적인 언급이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C행장은 “금융당국이 내정해 놓은 사람이 있다는 소문이 무성한 마당에 선뜻 반대하는 의견을 개진하기가 쉽지 않은 분위기였다”고 했다. 이사회가 뜬구름 잡는 식으로 진행될 수밖에 없었다는 설명이다. 그렇다고 내정자로 알려진 사람을 적극 추천한 사람도 없었다고 한다. D행장은 “특정인에 대한 구체적인 의견이나 언급은 나오지 않았다”며 “금융노조와 언론 등이 금융당국의 내정설을 비판하고 나선 상황에서 특정인을 그대로 뽑자고 말할 사람은 없었다”고 말했다.
이를 종합하면 은행장들에겐 금융당국의 ‘뜻’을 거역할 용기도, 내정자로 알려진 사람을 회장으로 뽑을 용기도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누군가가 총대를 메고 주장하면 마지못해 따라가겠다는 분위기였던 것으로 읽힌다.
은행장들은 속앓이를 겉으로 표현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은행 수익원 중 하나인 수수료를 내리게 하고 부실 가능성이 있는 기업에도 대출해주라는 등 여론 압박이 심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은행연합회장 선출권은 회원인 은행장에게 있다. 정부도 이번에는 선출권을 업계에 돌려주겠다고 공언한 상태다. 은행장 자신들이 업계의 의사를 분명히 대변할 사람을 뽑으면 그만이다.관료들과 신뢰관계를 가진 사람이 필요하다면 내정설이 도는 사람이든 아니든, 적임자를 찾으면 된다. 그렇지 않고 금융당국 눈치 보랴, 노조와 여론을 의식하랴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후배들에게 두고두고 비난을 받을 것 같다.
박신영 금융부 기자 nyusos@hankyung.com
이사회에 참석한 은행장들은 많은 이야기가 오갔다는 점을 강조했다. A행장은 “나올 수 있는 이야기는 다 나왔다”고 말했다. B행장은 “각자 그동안 생각했던 것을 얘기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내정설’에 대한 이사회의 입장, 내정자로 알려진 사람에 대해선 구체적인 언급이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C행장은 “금융당국이 내정해 놓은 사람이 있다는 소문이 무성한 마당에 선뜻 반대하는 의견을 개진하기가 쉽지 않은 분위기였다”고 했다. 이사회가 뜬구름 잡는 식으로 진행될 수밖에 없었다는 설명이다. 그렇다고 내정자로 알려진 사람을 적극 추천한 사람도 없었다고 한다. D행장은 “특정인에 대한 구체적인 의견이나 언급은 나오지 않았다”며 “금융노조와 언론 등이 금융당국의 내정설을 비판하고 나선 상황에서 특정인을 그대로 뽑자고 말할 사람은 없었다”고 말했다.
이를 종합하면 은행장들에겐 금융당국의 ‘뜻’을 거역할 용기도, 내정자로 알려진 사람을 회장으로 뽑을 용기도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누군가가 총대를 메고 주장하면 마지못해 따라가겠다는 분위기였던 것으로 읽힌다.
은행장들은 속앓이를 겉으로 표현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은행 수익원 중 하나인 수수료를 내리게 하고 부실 가능성이 있는 기업에도 대출해주라는 등 여론 압박이 심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은행연합회장 선출권은 회원인 은행장에게 있다. 정부도 이번에는 선출권을 업계에 돌려주겠다고 공언한 상태다. 은행장 자신들이 업계의 의사를 분명히 대변할 사람을 뽑으면 그만이다.관료들과 신뢰관계를 가진 사람이 필요하다면 내정설이 도는 사람이든 아니든, 적임자를 찾으면 된다. 그렇지 않고 금융당국 눈치 보랴, 노조와 여론을 의식하랴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후배들에게 두고두고 비난을 받을 것 같다.
박신영 금융부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