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재근 칼럼] 제51회 대종상의 패착, ‘변호인’ 버리고 ‘명량’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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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각각 1000만 관객을 돌파하며 ‘작품상’ ‘남우주연상’ 수상 여부로 관심을 모은 영화 ‘변호인’과 ‘명량’(사진 = 스틸컷)
제51회 대종상영화제 시상식은 각각 1000만 관객을 돌파한 ‘명량’과 ‘변호인’의 격돌, 그리고 주연인 최민식과 송강호의 격돌로 관심을 모았었다. 이번에 치러진 시상식에서 대종상은 ‘변호인’이 아닌 ‘명량’에 작품상을, 송강호가 아닌 최민식에게 남우주연상을 안겼다.
이것은 납득하기 어려운 결과다.
‘명량’은 작품성이 돋보이는 명작이라고 하기가 어려운 영화였다. 물론 작품 자체는 감동적이고, 재미도 있고, 보고 난 이후에도 묵직한 여운을 가슴에 남겨줬다. 그러나 그것은 영화의 내적인 힘이라기보다 이순신 장군의 위대함에 기댄 부분이 컸다.
만약 누군가가 ‘명량’과 똑같은 영화를 만들었는데, 주인공이 이순신 장군이 아닌 가상의 ‘아무개’ 장군이고 설정도 일본군에 맞서 싸우는 것이 아니었다면 1000만 관객 돌파도, 감동도 힘들었을 것이다.
이 작품은 실존인물인 배설을 반역자로 만들면서 무리수를 두기도 했다. 배설 반역자 설정이 상징하는 바는 이 작품이 이순신 장군을 위대하게 그리기 위해 갖은 노력을 기울였다는 점이다. 이순신 한 명만 위대하고 다른 캐릭터는 모두 그를 돋보이게 하는 병풍 정도의 의미였다. 이렇게 주인공만을 부각시키는 구성은 가장 단순한 오락물의 구성으로, 재미와 몰입을 이끌어내긴 하지만 작품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긴 어렵다. 이순신의 대장선이 직접 백병전을 벌인다는 과장된 설정도 재미는 있었지만 작품의 품격을 떨어뜨린 요인이었다.
어쨌든 이순신 원톱 구성 덕분에 위대한 이순신을 보고 싶어 하는 한국인의 기대를 충족시켜줬고 그것이 폭발적인 흥행으로 이어지긴 했다. 그렇다고 작품상은 오버다.
스토리의 치밀성도 떨어졌다. 명량 바다에서 조선군이 왜군에게 기적의 승전을 거두는 과정이 치밀하게 그려지지 않았다는 뜻이다. 그저 조선군의 두려움을 이용하고, 회오리를 이용하고, 충파 전술을 쓴다고 말로 제시되기는 했지만 그것이 극 속에서 치밀하게 구성되지는 못했다. 이정현이 왜적의 자폭선이 달려드는 상황에서 온몸을 던져 위험을 경고하는 장면도, 감정과잉이 지나쳐 작품성을 크게 떨어뜨렸다.
물론 그렇다고 ‘명량’이 마냥 졸작이라는 뜻은 아니다.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이 작품은 분명히 재미도 있고 감동도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1차적으로 이순신 장군에 기댄 바가 컸고, 2차적으로는 컴퓨터그래픽으로 이뤄진 대형 스펙터클과 장중한 음악에 힘입은 바 컸다. 허술한 구성을 압도적 시청각 효과로 상쇄한 그야말로 ‘스펙터클이 깡패’인 작품이었다. 그렇다면 작품상보다 기술상이 더 어울린다.
연기상도 그렇다. 최민식이 물론 이순신 장군의 결기를 잘 표현하긴 했지만, ‘명량’의 진짜 주인공은 특정인이 아닌 스펙터클 그 자체였기 때문에 주연상은 아쉬움이 남는다. 경쟁작 ‘변호인’이 워낙 막강했기 때문에 더 그렇다.
‘변호인’도 물론 노무현이라는 실존인물에 기댄 작품이긴 하지만, 똑같은 내용을 가상의 설정으로 만들었어도 관객들은 재미와 감동을 느꼈을 것이다. 이 작품은 압도적인 스펙터클의 도움 없이도, 순수하게 스토리만으로 관객을 몰입시키는 힘이 있었다. ‘명량’이 오로지 ‘주인공 만세’인 단순한 구조였던 것에 비해 ‘변호인’에선 다양한 캐릭터들이 다채롭게 극을 형성하기도 했다.
연기면에서도, ‘명량’보다 ‘변호인’에서 주인공의 비중이 훨씬 컸다. 송강호는 평범한 속물 소시민 변호사가 사회문제에 눈을 뜨게 되는 과정을 드라마틱하게 구현해냈다. 최민식이 송강호보다 연기를 못했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주인공의 비중 자체가 현저히 달랐다는 말이다. ‘명량’이 스펙터클 위주의 블록버스터 오락영화였기 때문에 나타난 현상이다. 따라서 남우주연상도 ‘변호인’에게 가는 것이 더 적절했다.
크게 논란이 되진 않았지만 여우주연상이 손예진에게 간 것도 납득이 안 가는 대목이다. 손예진의 연기력을 떠나서 ‘해적:바다로 간 산적’이라는 영화 자체가 여우주연상을 배출할 만한 작품이 아니었다. 이대로라면 돈 많이 들여 초대형 액션을 만든 다음 장사만 잘 하면 연기상도 받고 작품상도 받는 영화판이 되는 것일까? 아쉬운 시상 결과였다.
하재근 문화평론가
※ 외부 필진의 의견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편집국기자 wowsports08@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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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회 대종상영화제 시상식은 각각 1000만 관객을 돌파한 ‘명량’과 ‘변호인’의 격돌, 그리고 주연인 최민식과 송강호의 격돌로 관심을 모았었다. 이번에 치러진 시상식에서 대종상은 ‘변호인’이 아닌 ‘명량’에 작품상을, 송강호가 아닌 최민식에게 남우주연상을 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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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량’은 작품성이 돋보이는 명작이라고 하기가 어려운 영화였다. 물론 작품 자체는 감동적이고, 재미도 있고, 보고 난 이후에도 묵직한 여운을 가슴에 남겨줬다. 그러나 그것은 영화의 내적인 힘이라기보다 이순신 장군의 위대함에 기댄 부분이 컸다.
만약 누군가가 ‘명량’과 똑같은 영화를 만들었는데, 주인공이 이순신 장군이 아닌 가상의 ‘아무개’ 장군이고 설정도 일본군에 맞서 싸우는 것이 아니었다면 1000만 관객 돌파도, 감동도 힘들었을 것이다.
이 작품은 실존인물인 배설을 반역자로 만들면서 무리수를 두기도 했다. 배설 반역자 설정이 상징하는 바는 이 작품이 이순신 장군을 위대하게 그리기 위해 갖은 노력을 기울였다는 점이다. 이순신 한 명만 위대하고 다른 캐릭터는 모두 그를 돋보이게 하는 병풍 정도의 의미였다. 이렇게 주인공만을 부각시키는 구성은 가장 단순한 오락물의 구성으로, 재미와 몰입을 이끌어내긴 하지만 작품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긴 어렵다. 이순신의 대장선이 직접 백병전을 벌인다는 과장된 설정도 재미는 있었지만 작품의 품격을 떨어뜨린 요인이었다.
어쨌든 이순신 원톱 구성 덕분에 위대한 이순신을 보고 싶어 하는 한국인의 기대를 충족시켜줬고 그것이 폭발적인 흥행으로 이어지긴 했다. 그렇다고 작품상은 오버다.
스토리의 치밀성도 떨어졌다. 명량 바다에서 조선군이 왜군에게 기적의 승전을 거두는 과정이 치밀하게 그려지지 않았다는 뜻이다. 그저 조선군의 두려움을 이용하고, 회오리를 이용하고, 충파 전술을 쓴다고 말로 제시되기는 했지만 그것이 극 속에서 치밀하게 구성되지는 못했다. 이정현이 왜적의 자폭선이 달려드는 상황에서 온몸을 던져 위험을 경고하는 장면도, 감정과잉이 지나쳐 작품성을 크게 떨어뜨렸다.
물론 그렇다고 ‘명량’이 마냥 졸작이라는 뜻은 아니다.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이 작품은 분명히 재미도 있고 감동도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1차적으로 이순신 장군에 기댄 바가 컸고, 2차적으로는 컴퓨터그래픽으로 이뤄진 대형 스펙터클과 장중한 음악에 힘입은 바 컸다. 허술한 구성을 압도적 시청각 효과로 상쇄한 그야말로 ‘스펙터클이 깡패’인 작품이었다. 그렇다면 작품상보다 기술상이 더 어울린다.
연기상도 그렇다. 최민식이 물론 이순신 장군의 결기를 잘 표현하긴 했지만, ‘명량’의 진짜 주인공은 특정인이 아닌 스펙터클 그 자체였기 때문에 주연상은 아쉬움이 남는다. 경쟁작 ‘변호인’이 워낙 막강했기 때문에 더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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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면에서도, ‘명량’보다 ‘변호인’에서 주인공의 비중이 훨씬 컸다. 송강호는 평범한 속물 소시민 변호사가 사회문제에 눈을 뜨게 되는 과정을 드라마틱하게 구현해냈다. 최민식이 송강호보다 연기를 못했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주인공의 비중 자체가 현저히 달랐다는 말이다. ‘명량’이 스펙터클 위주의 블록버스터 오락영화였기 때문에 나타난 현상이다. 따라서 남우주연상도 ‘변호인’에게 가는 것이 더 적절했다.
크게 논란이 되진 않았지만 여우주연상이 손예진에게 간 것도 납득이 안 가는 대목이다. 손예진의 연기력을 떠나서 ‘해적:바다로 간 산적’이라는 영화 자체가 여우주연상을 배출할 만한 작품이 아니었다. 이대로라면 돈 많이 들여 초대형 액션을 만든 다음 장사만 잘 하면 연기상도 받고 작품상도 받는 영화판이 되는 것일까? 아쉬운 시상 결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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