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과 뮤지컬의 차이에는 음악이 존재한다. 뮤지컬은 이야기에 음악을 담고 대사에 음악을 담아 표현하는 장르다. 뮤지컬은 화려한 무대로 먼저 관객들을 사로잡아도 넘버가 좋지 않다면 외면받기 쉽다. 뮤지컬 안에서 ‘음악’이 차지하는 비중은 연극에서 ‘연기’가 차지하는 비중만큼 어마어마하다.



뮤지컬 ‘빨래’가 이토록 오랜 시간 동안 관객을 사로잡은 데는 주옥같은 넘버에 이유가 있다. 작품은 화려함보다는 소박함으로 중무장했다. 작은 무대 위에 지어진 낡은 집부터 주위에서 만날법한 평범한 인물까지 뮤지컬 ‘빨래’의 무대와 캐릭터는 평범하다 못해 조금 부족해 보일지 모른다. 관객들은 작품의 모자람 속에서 매력을 느낀다. 여기에 우리의 일상이 담긴 넘버가 더해지면 모자람은 따뜻한 위로로 바뀐다. 추민주 연출가는 뮤지컬 ‘빨래’의 노래가 위로가 되길 바란다고 말한다.



“가사를 들어보면 일상적인 이야기가 많다. 인물의 힘겨운 하루를 묘사하는 가사도 있고, 스스로를 위로하는 내용도 있다. ‘빨래’의 노래를 통해 관객에게 ‘너를 위로하는 따뜻한 마음’을 전달하고 싶었다. 또 그 안에 ‘오늘을 살겠다, 더 열심히 살겠다’라는 다짐을 담고 싶었다.”



특별함보다 평범한 일상을 담는 것이 더 어려울 때가 있다. 민찬홍 작곡가는 뮤지컬 ‘빨래’의 노래들이 어려웠던 작업이라 말한다. 일상을 담기 위해서는 가사가 말하듯 이어져야 한다. 가사와 말은 엄연히 다르다. 우리가 쓰고 있는 말들을 가사로 담는 것은 쉽지 않은 작업이다.



“뮤지컬 ‘빨래’ 속 노래들은 일상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일상적인 장면에 들어가는 음악은 절대 튀어선 안 된다. 이야기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야 한다. 작업하면서 이점을 가장 고려했다. 그러다 보니 작업이 여느 때보다 어려웠다. 고민이 많아지면서 작업 속도가 늦어졌다. 연출가의 의도를 전달하기 위해 친숙한 음악과 스타일을 사용해 작업을 마쳤다.”



뮤지컬에서는 배우가 음악을 관객에게 전달한다. 배우의 가창력이 형편없거나 캐릭터와 맞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노래도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지 못한다. 뮤지컬 ‘빨래’의 배우들이 노래를 잘 표현했느냐는 물음에 추민주 연출가와 민찬홍 작곡가는 고개를 끄덕였다.



추민주 연출가는 질문에 대해 “극 중에 ‘나영’이 부르는 ‘빨래’라는 곡이 있다. 이 곡은 ‘나영’의 소박한 일상이나 성격을 드러내는 곡이다. 그동안 ‘나영’을 거쳐 간 배우들이 ‘빨래’를 잘 표현해줬다. 가만히 듣고 있으면 ‘나영’의 성격이 묻어나온다. 솔롱고가 부르는 ‘안녕’이란 곡 역시 중요한 곡이다. 이 곡은 노희찬 배우가 잘 표현해냈다. 그는 미성이 돋보이는 배우다. ‘안녕’이란 곡이 미성과 잘 어울린다는 사실을 노희찬 배우를 통해 알았다”고 말했다.







민찬홍 작곡가는 같은 질문에 “배우에 따라 캐릭터가 조금씩 바뀐다. 저마다 표현하는 캐릭터에 맞는 자연스러운 노래가 나오도록 연습했다. 새로운 시도를 반복하면서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배우들의 목소리와 노래에 크게 만족한다”고 전했다.



뮤지컬 ‘빨래’는 초연 이후 오랜 시간 동안 대학로를 지키고 있다. 꾸준히 사랑받는 뮤지컬에는 대표적인 넘버들이 있다. 뮤지컬 ‘지킬앤하이드’의 ‘지금 이 순간’이나 뮤지컬 ‘영웅’의 ‘누가 죄인인가’처럼 대표곡은 뇌리에 남는다. 뮤지컬 ‘빨래’ 역시 대표곡이 존재한다. 추민주 연출가와 민찬홍 작곡가는 작품의 대표 넘버로 ‘참 예뻐요’를 꼽았다.



추민주 연출가는 “‘참 예뻐요’는 사랑을 담은 곡이다. ‘솔롱고’가 타지에서 느낀 사랑의 감정이 잘 드러나 있다. 작품은 빨래를 통해 사랑을 완성해가는 이야기다. ‘솔롱고’와 ‘나영’이 빨래를 널면서 만나 사랑에 빠지는 과정이 멜로디 안에 들어있다. ‘참 예뻐요’의 선율을 쫒아가다 보면 어느새 사랑이 이루어진다”라고 대답했다. 이어 민찬홍 작곡가는 “작품 전체에서 가장 많이 등장하는 선율이 ‘참 예뻐요’와 ‘빨래’다. ‘참 예뻐요’는 ‘솔롱고’의 사랑을, ‘빨래’는 나영의 일상과 심정을 담는다. 이 두 노래가 곧 뮤지컬 ‘빨래’의 이야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뮤지컬은 음악과 스토리의 궁합이 잘 맞아야 한다. 궁합을 결정하는 요소에는 극 안에 삽입되는 음악의 양도 있다. 뮤지컬 ‘빨래’는 초기에 적은 수의 음악을 사용했다. 일상을 담으려는 연출가의 의도에서 비롯된 설정이다. 추민주 연출가는 초기 연출에 대해 ‘뮤지컬에 대해 잘 몰랐다’며 대답을 이어갔다.



“지금도 전체 길이에 비해 음악이 적은 편이다. 작품을 만들던 초기에는 음악이 지금보다 훨씬 적었다. 뮤지컬 ‘빨래’는 리얼한 현실을 담는다. 그때는 음악이 현실성을 망가뜨릴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점점 뮤지컬에 대해 조금씩 배우면서 음악이 일상을 더 자연스럽게 표현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후 조금씩 작품을 고쳐나가면서 지금의 ‘빨래’가 완성됐다.”



뮤지컬 ‘빨래’에는 18개의 곡이 삽입된다. 마지막으로 민찬홍 작곡가에게 18개의 노래 중 의미 있는 곡이 있냐고 물었다. 민찬홍 작곡가는 ‘비오는 날이면’, ‘자 건배’, ‘슬플 땐 빨래를 해’가 특별한 곡이라며 대답을 이어갔다.



“‘비 오는 날이면’은 가사를 받고 나서 가장 욕심이 났던 곡이다. 다른 곡들도 와 닿았지만, ‘비 오는 날이면’은 특히 잘 만들고 싶었다. 작업을 마치고 추민주 연출가에게 오케이를 받았었다. 확인을 받고도 개인적으로 마음에 들지 않았다. 더 좋은 곡을 만들고 싶은 욕심 탓이다. 이후에 다시 처음부터 곡을 작곡했다. 다시 작곡하고 나서야 만족할 수 있었다. ‘자 건배’, ‘슬플 땐 빨래를 해’는 직접 아이디어를 낸 곡이다. 초기에는 이 장면에 노래가 들어가지 않았다. 배우들의 연기와 대사로만 장면이 표현됐다. 장면 안에 노래가 들어가면 전달력이 더 좋아질 것 같았다. 장면을 보고 추민주 연출가에게 노래를 만들자고 제안해서 완성된 곡이다.”



박은진 기자 newstage@hanmail.net



사진_씨에이치 수박




와우스타 박은진기자 wowstar3@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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