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C가 3000억원 규모의 현대중공업 주식을 매입하기로 했다. 범(汎) 현대가(家)인 KCC가 현대중공업 지원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다.

2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KCC는 보유한 수원 부지 중 일부를 이지스자산운용에 매각하고, 현대중공업 지분 3.2%를 취득할 계획이다. 부동산 매각가격과 현대중공업 주식 매입가격은 3000억원으로 같다.

이번 거래는 현대중공업 지분 매도 주체가 누구냐에 따라 주가에 다른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윤석모 삼성증권 연구원은 "KCC의 현대중공업 주식 취득이 장내 매수인지 아니면 현대중공업 계열사로부터의 매수인지 불명확한 상황"이라며 "그러나 최근 현대중공업 그룹사들의 일련의 보유주식 매각을 감안하면 이번 주식취득으로 KCC의 직간접적인 지원 가능성 우려가 부각될 수 있다"고 말했다.

만일 KCC가 현대중공업 자사주나 현대미포조선이 보유한 현대중공업 주식을 매입한다면 현금 지원 의혹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들이 나온다. 현대중공업의 최대주주인 정몽준 전 새누리당 의원은 정몽진 KCC 회장의 사촌형이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3분기 1조9300억원의 사상 최대 영업손실을 낸 상황이다. KCC의 이번 주식 취득 결정에 앞서 현대삼호중공업은 KCC 주식을, 현대미포조선이 포스코 주식을 처분해 약 7000억원의 현금을 마련하는 등 현대중공업그룹은 재무구조 개선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경자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배구조 리스크가 제기될 수 있으나, 매도 주체가 현대중공업이나 계열사가 아니라면 이번 거래를 부정적으로 바라볼 필요는 없다"고 했다.

현대중공업과 거래를 하고 있는 KCC 입장에서는 저가에 현대중공업 지분을 매입하는 것이고, 이를 통해 영업에 있어 협상력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 지분 매입이 완료되면 KCC는 현대중공업 지분 6.25%를 보유한 3대 주주가 된다.

한경닷컴 한민수 기자 hm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