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니·노키아의 실패 거울삼아 승승장구할수록 혁신에 박차를"
“경륜이 있는 기업가일수록 젊은 세대로부터 아이디어를 얻어야 합니다. 나도 두 명의 젊은 멘토로부터 아주 창의적인 사고방식을 배우고 있습니다.”

세계 최고의 혁신적 디자이너 기업으로 꼽히는 미국 IDEO의 톰 켈리 공동대표(사진)는 20일 “한국에는 장유유서(長幼有序) 문화가 있다는 걸 알지만 경륜이 있는 사람일수록 젊은 세대로부터 조언을 얻어야 한다”며 “경영혁신은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의 아이디어 공유로부터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경기 성남시 한국디자인진흥원에서 열린 ‘디자인 융합포럼’에서 ‘디자인-기술 융합 혁신과 사례’를 주제로 강연하기 위해 한국을 찾았다. 톰 켈리는 형인 데이비드 켈리와 함께 IDEO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IDEO는 애플의 마우스, P&G의 어린이 치약, 삼성전자의 모니터, 현대카드의 카드 시리즈, 폴라로이드 카메라 등 혁신적인 디자인으로 손꼽히는 제품을 디자인한 회사로 유명하다. 그는 IDEO를 지난해 약 1200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회사로 키웠다. 베스트셀러인 ‘유쾌한 이노베이션’ ‘유쾌한 크리에이티브’의 저자이기도 하다.

켈리 대표는 기업의 혁신에 대해 특히 강조했다. 그는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소니, 노키아는 세계 최고의 전자회사였고 삼성전자가 아무리 치고 올라와도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았는데 2005년부터 전세가 뒤바뀌었고 그제야 기업 혁신을 하려고 애썼다”며 “아주 잘되고 있는 회사, 승승장구하는 회사일수록 ‘지금이 위기’라는 생각으로 혁신하고 바꿔나가지 않으면 한순간에 고꾸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성공한 회사라는 말은 혁신을 안해도 된다는 뜻이 아니라 경쟁사보다 더 노력하고 혁신해야 한다는 뜻”이라고 덧붙였다.

켈리 대표는 또 창의력을 발현시켜 혁신을 이끌어낼 수 있는 방법을 소개했다. 그는 “첫째, 마치 낯선 곳에 간 여행자처럼 주변 모든 일과 사람을 세심하게 관찰하는 자세를 가지고 둘째,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자세로 경험을 반복하면서 배워야 하고 셋째, 단순하고 감동적인 스토리를 전달해야 나만의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디자인과 기술 융합에 대한 의견도 밝혔다. 켈리 대표는 “공학박사와 엔지니어 출신 디자이너들이 시작한 IDEO가 혁신적 디자인 회사로 인정받은 것은 기술과 디자인을 별개로 보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최고의 엔지니어를 뽑겠다고 생각한 게 아니라 잠재력이 있는 엔지니어를 뽑아 행동경제학, 디자이너 등 다른 분야의 전문가들과 어떻게 창의적인 융합을 이끌어내는지를 지켜보자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기술과 디자인의 융합이 혁신의 핵심이라는 지적이다.

그는 “한국 기업들은 파워포인트로 메시지를 전달하는데, 스토리 형태로 실제 사례를 메시지로 전달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단순성과 반전이 있는 이야기, 구체성과 신뢰성, 감성을 자극하는 포인트를 담아내야만 기업이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성남=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