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남진 대표
정남진 대표
미래학자 피터 한센의 최근 저서 ‘뉴노멀’에는 디지털혁명 제2막을 맞으면서 기업들이 겪는 당혹스런 상황을 묘사하는 일화가 있다.

정보기술(IT)부서의 한 상사가 팀원에게 질문을 한다.

“13살짜리 조카가 학교 웹사이트를 오픈소스로 구축했다고 하던데, 왜 우리 회사 웹사이트는 업그레이드하는 데 5억원이 든다는 건가?”

“……….”

“구글에서 검색하면 3초도 안 걸리는데, 왜 회사의 첨단 문서관리 시스템에서는 아무 것도 검색이 안 되는 것인가?”

“……….”

큰돈을 들여 만든 회사 시스템이 회사 밖의 ‘공짜’ 플랫폼에 맥없이 무너지고 있는데도 상사는 영문을 모르고 직원은 묵묵부답이다. 디지털혁명 제1막에서 기업은 대규모 예산을 투입해 화려한 홈페이지를 제작하고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열을 올렸다. 과거에는 그런 시대가 있었고 그런 방식이 통했다. 디지털혁명 제2막에 들어서는 룰이 바뀌었다. 과거엔 IT에서 ‘T’에 해당하는 ‘구축’이 중심이었지만 이제는 ‘I’에 해당하는 정보, 특히 회사 내부와 외부 환경이 정보를 통해서 이어지는 ‘연결’이 중심이 되고 있다.

기업의 디지털 환경에도 새로운 표준, 즉 뉴노멀의 시대가 등장한 것이다. 요즘말로 쉽게 표현하면 소셜시대가 온 것이다. 구축, 시스템, 정확성, 완성도, IT팀 등 ‘과거의 표준’은 갈수록 설 땅을 잃어가고 있다. 대신 오픈 플랫폼, 링크, 공유, 연결, 검색 등 ‘새로운 표준’이 디지털혁명 제2막을 힘있게 이끌어가고 있다. 기업은 이제 스스로 진단해봐야 한다. 우리는 과연 뉴노멀에 적응하고 있는가. 소셜 친화적인가.

홈페이지부터 진단해보라. 뉴노멀과 소셜시대에 홈페이지는 기업의 최대 고민거리 중 하나가 됐다. 기업의 위용을 상징했던 웅장한 웹은 이제 ‘고비용, 불통, 고립’의 상징물로 전락했다. 소셜시대에 접어들면서 많은 기업이 기존의 홈페이지를 포기하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나 블로그 같은 오픈 플랫폼으로 이주하고 있다. 기존 홈페이지의 역할은 자사의 SNS와 고객 SNS를 잇는 ‘소셜 대합실’로 탈바꿈 시키고 있다. 코카콜라 사이트는 SNS 대합실의 좋은 사례다.

뉴노멀의 최대 화두는 연결이다. 지금 바로 자사의 홈페이지를 들여다보라. 폐쇄형인가, 연결형인가. 우리는 얼마나 외부와 연결돼 있는가. 홈페이지에서 SNS로 연결되는 소셜공유 아이콘은 눈에 띄는 곳에 잘 배치돼 있는가. 고객의 SNS 반응은 손쉽게 유입되고 있는가. 세계 최대 동영상 공유 서비스인 유튜브는 웬만한 웹사이트와 다 연결돼 있고, 이곳의 동영상은 언제든 퍼갈 수 있도록 ‘소스코드’가 친철하게 오픈돼 있다. 구글 검색은 ‘얼마나 많이 연결되어 있는가’로 가치를 매긴다.

웹은 검색되기 위해 존재한다. 검색되지 않은 웹과 콘텐츠는 존재하지 않는 것과 같다. 자사의 웹사이트는 검색엔진의 안테나에 잘 걸려들도록 관리되고 있는가. 웹콘텐츠는 기계(검색엔진)도 이해하기 쉽게 표현되고 있는가. 뉴욕타임스의 권위있는 저널리스트들도 구글의 검색 알고리즘에 최적화하는 교육을 받는다. 자사의 웹팀은 국내외 검색엔진 최적화 기술인 SEO교육을 잘 받고 있는가.

뉴노멀의 시대는 키워드와 태그의 시대다. 자사의 콘텐츠는 이름과 제목이 잘 지어졌는가. 검색엔진이 손쉽게 포착할 수 있도록 ‘검색엔진 친화적’인 키워드를 달고 있는가. 소셜 공간에서의 평판은 익명의 유저가 자의적으로 분류해버린 ‘태깅’에 의해 좌우된다. 자사의 브랜드와 콘텐츠는 이런 ‘불가항력적’인 제3자의 소셜 평가에 충분히 대비하고 있는가.

링크는 소셜 미디어시대의 ‘모세혈관’이다. 소셜 시대의 모든 연결과 공유, 검색과 SEO, 키워드와 태그는 링크로 이뤄진다. 자사의 웹콘텐츠는 ‘건강한 혈관’(링크)을 갖고 있는가. 모든 콘텐츠마다 퍼머링크(고유링크)를 부여하고 있는가. 자사의 웹콘텐츠가 우월하다고 해서 혹시 링크에 인색하지는 않은가. 소셜 공간에서의 링크는 나를 알리는 ‘매체’이며, 남을 끌어오는 ‘고속도로’다. 링크를 사랑해야 한다.

초기 인터넷 시대에는 회원 수가 자산이었다. 그리고 히트 수가 중요했다. 뉴노멀 시대에는 히트 수를 분석하는 것도 늦다. 고객이 자사의 웹과 SNS를 방문하는 바로 그 순간을 포착해야 한다. 포착하고 실시간으로 답을 제공해야 한다. 자사 웹이 실시간이라는 뉴노멀에 준비되어 있는지 자문해봐야 한다.

인터넷 초창기에는 홈페이지가 중심이었다. 모든 콘텐츠는 기업의 홈페이지에 집중됐고, 고객을 만나는 장소도 홈페이지였다. 뉴노멀 시대에는 경로가 바뀌었다. 소셜이 먼저다. 소셜에서 고객과 만나고, 소셜로 기업 홈페이지의 링크를 끌어온다. 자칫 과거의 경로를 답습하다가는 ‘고비용 저효율의 늪’에 빠지게 된다. 자사의 웹을 ‘소셜 퍼스트’로 리모델링해보라. 뉴노멀의 선두 주자가 될 것이다.

정남진 < 이노미디어 대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