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내년 전망 '장미가시' 많아졌다
내년 코스피지수가 ‘V자’ 모양으로 움직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주요 증권사들이 내놓은 2015년 전망 보고서들을 취합한 결과다. 증시가 2분기를 기점으로 주저앉았다가 3분기를 지나면서 서서히 회복될 것이라는 시나리오다. 3년간 이어진 박스권 돌파는 내년에도 쉽지 않으며, 지수 변동성이 올해보다 클 것이라는 견해가 많았다.

○장밋빛 사라진 전망 보고서

주요 증권사들이 발표한 내년 증시 전망은 대체로 부정적이었다. 지난해에 비해 지수 예측치가 50~100포인트가량 낮아졌다. KDB대우증권, 교보증권 등은 코스피지수 하단 예측치를 이날 종가보다 200포인트 이상 낮은 1750으로 제시했다. 증권사들의 지수 예측치 평균값도 2000 안팎에 그쳤다. 미국 금리인상, 중국의 후강퉁(상하이 홍콩 증시 교차구매) 등 외국인 수급 측면에서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는 재료가 많다는 설명이다.
증권사 내년 전망 '장미가시' 많아졌다
김형렬 교보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대형 수급 악재가 기다리고 있는 데다 미국을 제외한 주요 수출국의 경기 상황도 녹록지 않아 지수 상하단을 작년보다 각각 100포인트 내렸다”며 “한국을 포함한 신흥국 전체가 쉽지 않은 한 해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서영호 JP모간 전무도 “올해보다는 상장사 실적이 소폭 개선될 것으로 예상하지만 박스권 돌파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수출 대기업들은 해외 업체와의 경쟁이 한층 더 치열해졌고 소비주는 가격이 비싸다는 설명이다.

내년 가장 취약한 시기는 미국 금리인상이 임박했을 것으로 점쳐지는 2분기 말이다. 외국인 자금이 해외 달러 자산으로 빠져나가면서 코스피지수의 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설명이다. 이재만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미국 금리인상 시점의 외국인 이탈은 어쩔 수 없이 겪고 지나가야 하는 악재”라며 “정부의 경기 부양책이 효과를 내느냐에 따라 ‘골’의 깊이가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증시에 숨통이 트이는 시기는 3분기 말부터로 점쳐졌다. 달러화 강세의 긍정적인 효과가 부각되면서 수출 대기업들의 실적 개선, 주가 상승이란 선순환이 시작될 것이라는 예측이다. 이경수 신한금융투자 투자전략팀장은 “올해 상장사 이익이 워낙 안 좋았던 탓에 내년에는 기저효과를 기대할 만하다”며 “보수적으로 계산해도 내년 상장사 순이익은 올해보다 4%가량 늘어난 78조원 안팎에 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증권사 내년 전망 '장미가시' 많아졌다
○상반기엔 금융, 소비주가 좋아

전문가들은 내년 상반기엔 내수주로 포트폴리오를 짤 것을 권했다. 정부가 내년 예산을 상반기에 집중하며 경기 부양에 나설 것으로 보여서다. 실적 훼손 위험이 적은 금융주, 국내외 해외 시장을 동시에 겨냥한 소비주 등이 추천 종목으로 언급됐다. 유승민 삼성증권 이사는 “증권 보험 건설 유틸리티 등의 비중을 늘리는 게 순리”라며 “가격 매력에도 불구하고 업황이 반전할 기미가 없는 철강, 운송, 화학 업종은 더 기다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배당주 투자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견해가 많았다. 강현철 우리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배당수익률이 점차 국채수익률을 따라잡을 것”이라며 “배당을 늘릴 가능성이 높은 종목들이 유망하다”고 말했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채권보다 주식이, 신흥국 자산보다 선진국 자산이 낫다는 분석이다. 이승우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해외 주식 투자자 입장에선 미국과 독일 홍콩 정도가 유망 시장으로 꼽힌다”며 “업종별로는 헬스케어, 소비재 관련주들을 추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원자재 시장에서는 농산물에 추천이 집중됐다. 국제 곡물 가격은 5년 최저가까지 밀린 후 바닥을 다지고, 상승 반전 중이다. 귀금속과 에너지는 피해야 할 자산으로 꼽혔다. 금과 은은 달러화 강세 구간에서 제값을 못 받고, 원유는 중동 산유국들이 감산에 소극적이라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