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찬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 후보자가 18일 서울 남대문로에 있는 한국공정거래조정원에서 기자 간담회를 하고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정재찬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 후보자가 18일 서울 남대문로에 있는 한국공정거래조정원에서 기자 간담회를 하고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전혀 몰랐어요. 오늘 아침 정홍원 국무총리가 갑자기 전화를 하셨길래 무슨 일인가 싶었지요.”

18일 신임 공정거래위원장 후보로 ‘깜짝 내정’된 정재찬 전 공정위 부위원장(58)과의 휴대폰 인터뷰는 이처럼 다소 상기된 목소리로 시작됐다. 정 후보자는 총 23년을 공정위에서 근무한 뒤 지난 1월 부위원장 임기(3년)를 마치고 물러난 상태였다. 내부 직원들은 “노무현 정부 이후 단 한 차례도 없었던 내부 승진이 이뤄졌다”며 그의 ‘컴백’을 반겼다.

경상북도 문경 출신으로 행정고시 21회로 경제기획원 예산실에서 사무관 생활을 시작한 정 후보자는 1991년 공정위로 자리를 옮겨 하도급국장, 경쟁국장 등 주요 요직을 역임했다.

▷신임 위원장에 지명된 소감은.

“공정위를 떠나온 지 10개월 반 정도 됐는데 갑작스레 내정을 받아 어깨가 무겁다.”

▷그동안 어떻게 지냈나.

“올 상반기까지는 특별한 일을 하지 않고 쉬었다. 그러다 9월부터 대전 한남대에서 산업조직론을 강의하고 있었다. 산업조직론은 공정거래정책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영역이다. ”

▷이른바 ‘경제검찰’ 수장으로서 어떤 분야의 정책에 중점을 둘 생각인가.

“특정 분야에 중점을 두기보다는 경쟁질서를 바로잡고 공정한 경쟁을 촉진한다는 공정위의 기본 역할에 충실할 것이다. 그 역할을 잘하면 불공정 거래 관행 해소, 대·중소기업의 상생·협력 등 모든 문제가 풀릴 것으로 본다. 그렇게 해야 박근혜 정부의 과제인 경제활성화도 뒷받침할 수 있다.”

▷최근 공정위의 기업 제재가 과도해 기업활동을 위축시킨다는 지적도 있다.

“축구 경기에서 관중들이 때때로 심판을 탓하는 것과 비슷한 것 아닌가. 경기를 보다 보면 경기 도중에 호루라기를 불어대거나 경고·퇴장 카드를 꺼내는 심판이 성가셔 보일 때가 있다. 그러나 실상은 그렇지 않다. 심판이 있기 때문에 경기가 공정하게 이뤄질 수 있는 것이다. 경기장에 심판이 없는 상황을 상상해보라. 아수라장이 될 것이다. 시장도 마찬가지다. 공정위가 공정한 경쟁을 위한 심판자 역할을 해야 경쟁 질서가 바로 설 수 있다. 이는 기업을 못살게 구는 게 아니다. 오히려 기업 경쟁력을 키우는 일이다.”

▷기업들을 상대로 검찰 고발이 너무 잦다는 의견도 많다.

“검찰고발 결정은 사안과 법 위반 정도에 따라 판단할 문제다. 남발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선수가 경기 중 반칙을 했는데 너무 사소한 일에까지 옐로카드나 레드카드를 남발한다고 생각해보자. 자칫 경기 흐름이 다 끊겨 경쟁 자체가 제대로 안 이뤄질 수 있다. 검찰고발 역시 남발할 경우 오히려 시장경제질서를 망가뜨릴 수 있다. ”

▷올 들어 건설업계가 담합 등으로 여러 공사구간에서 무더기 제재를 받았다. 과징금 부과와 별개로 담합업체들에 대한 관급공사 입찰참가 자격 제한이 ‘중복제재’라는 비판도 있는데.

“담합 업체의 입찰 참가자격을 제한하는 주체는 공정위가 아니라 공사 발주처다. 다만 개인적 생각을 말할 수는 있겠다. ‘담합을 했으므로 입찰 참가자격을 제한하겠다’는 건 ‘반칙을 하면 바로 레드카드를 꺼내 퇴장시키겠다’는 목표를 정해놓은 것과 같다. 너무 경직적일 수도 있다. 상황과 사건에 따라 적절하게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마지혜 기자 loo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