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석유공사가 2조원 상당을 투자한 캐나다 하베스트사의 정유 부문 사업체(NARL)를 미국 상업은행에 200억원가량에 팔아넘긴 것으로 확인됐다고 새정치민주연합이 13일 밝혔다. 이 과정에서 NARL의 부지와 시설물 자산가치는 한 푼도 인정받지 못했고, 오히려 7000억원이 넘는 NARL의 부채를 석유공사가 떠안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새정치연합 ‘이명박 정부 해외자원개발 국부유출 진상조사위원회’의 노영민 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자체 조사작업을 통해 확인했다는 내용을 공개했다. 노 위원장은 석유공사가 NARL을 미국계 상업은행인 실버레인지에 팔면서 받기로 한 매각대금은 200억원 내외라고 설명했다.

석유공사는 2009년 하베스트사 지분 100%를 인수할 당시 하베스트 이사회 요구에 따라 수익을 내지 못하던 NARL을 함께 인수했다. NARL 인수에 들어간 비용은 매입금액과 경영권 프리미엄을 더해 1조1000억원가량이었다.

그러나 지난 5년간 인수금액 1조1000억원이 고스란히 자산손실로 처리됐으며, 인수 후 추가 시설투자에 들어간 4763억원과 운영비 5830억원 등 총 1조59억원의 추가 손실이 발생했다. 매입대금과 손실을 합하면 2조원을 웃도는 것이다.

이에 석유공사는 재무적 부담만 주는 NARL을 털어내기 위해 지난 8월부터 미국 상업은행과 비밀유지 계약을 진행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는 매각 과정에서 총 191만4000㎡(약 58만평)나 되는 NARL 부지와 기존 시설물에 대한 가치가 ‘제로’로 평가된 점이라고 노 위원장은 전했다. 해당 부지는 올 2월 한 전문 평가기관으로부터 77억원(약 700만달러)으로 평가됐는데 사실상 무상으로 넘기게 됐다는 것이다.

석유공사가 매각대금으로 받는 200억원은 NARL에 남아 있던 석유 재고량과 매출 채권에서 발생한 것이라고 노 위원장은 설명했다. 뿐만 아니라 ‘실버레인지’에서 NARL의 모든 채권·채무 관계를 정리한 후 인수하겠다고 주장해 석유공사가 결국 NARL의 부채 7260억원(약 6억6000만달러)을 떠안게 됐다.

석유공사는 이 같은 사실을 모두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 위원장은 “인수한 지 몇 년 되지도 않았는데 부채만 떠안고 자산가치를 ‘제로’로 평가해 매각했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결국 2조원이 허공으로 날아간 것”이라고 말했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