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연 서울교육감(오른쪽)이 10일 ‘서울시교육청 2015년도 예산안’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희연 서울교육감(오른쪽)이 10일 ‘서울시교육청 2015년도 예산안’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청와대와 중앙정부의 요청에도 불구하고 17개 시·도 교육청 대부분이 내년도 어린이집 누리과정(취학 전 아동 보육료 지원사업) 예산을 대폭 줄인 반면 무상급식비는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고교 무상교육까지 포함하면 시·도 교육청 예산 부족액은 2017년 10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돼 무상교육·복지에 대한 논란이 커질 전망이다.

서울교육청은 10일 어린이집 누리과정 3개월분 914억원을 포함해 7조6901억원 규모의 2015년도 예산안을 서울시의회에 제출했다. 조희연 교육감 공약인 무상급식 예산은 2865억5100만원으로 올해(2630억3800만원)보다 늘린 반면 저소득층, 학습부진아, 장애학생 등 소외계층을 위한 예산은 대폭 삭감했다.
靑에 反旗 든 교육청…무상급식 예산 늘려

서울교육청은 누리과정 예산의 경우 유치원은 전액, 어린이집은 3개월분만 편성했다.

경기교육청은 이날 어린이집 누리과정 전액(5670억원)과 유치원 누리과정 1.9개월치(735억원)를 편성하지 않은 채 총 11조7165억원 규모의 내년도 교육비특별회계 예산안을 도의회에 제출했다. 무상급식비는 급식 단가 등이 올라 소폭 늘었다. 인천교육청은 무상급식 예산을 80% 늘린 반면 누리과정 예산은 대폭 줄였다. 대구, 강원, 전북교육청은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하지 않았다. 이들 교육청은 무상급식 예산은 예정대로 배정했다. 14개 교육청(충북 제주 경북은 미정) 전체로 볼 때 내년도 누리과정 전체 예산은 올해보다 54.2% 줄어들었고 어린이집만 따지면 70.6%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청들의 이 같은 예산 편성은 무상급식 예산을 줄이고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하라는 청와대와 중앙정부의 요청을 정면 거부한 것이다. 안종범 청와대 경제수석은 지난 9일 브리핑에서 “누리과정은 법적 의무사항으로 반드시 예산 편성이 이뤄져야 한다”며 교육청의 협조를 당부했다.

이에 박재성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사무국장은 “법적 의무냐 아니냐를 따질 게 아니라 무상보육과 무상교육은 우리 모두가 지향해야 할 목표”라며 “교육청 예산 부족으로 발생한 일이므로 적어도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은 국가가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올해 전국 지방교육청의 세입은 55조원9000억원, 세출은 57조4000억원으로 1조5000억원의 적자가 예상된다. 인건비 증가 등의 영향으로 올해 말까지 1조8000억원어치의 지방교육채를 발행할 것으로 전망된다. 내년도에는 교부금 부족 등으로 상황이 더 심각해져 올해 말까지 지방교육채 누적액(4조8000억원)보다 더 많은 4조9000억원의 지방교육채 발행이 추진되고 있다. 무상교육 복지에 따라 예산 부족액이 점차 증가하는 상황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고교 무상교육 소요 예산(2조6000억원)까지 감안하면 시·도교육청의 예산 부족액은 2017년까지 10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교육계에서는 무상교육 복지 정책으로 공교육의 질이 떨어지고 배려가 필요한 소외계층 학생을 위한 예산이 줄어드는 등 교육 역차별이 더욱 커질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이성호 중앙대 교육학과 교수는 “무상급식뿐 아니라 무상보육, 고교 무상교육 등 정치권에서 약속한 보편적 무상교육 복지에 대한 전면적인 수정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정태웅/임기훈 기자 reda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