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리포트] "채권시장 불확실성 증폭…지금은 고배당 블루칩 투자가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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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네스 그리핀 美 헤지펀드 시타델 CEO
美 금리인상 땐 채권 투매 가능성
최근 성과좋은 자산 좇지 말고 저평가 된 투자처 발굴해야
은행 규제 할수록 위기 찾아와…정부는 혁신 인센티브 제공못해
美 금리인상 땐 채권 투매 가능성
최근 성과좋은 자산 좇지 말고 저평가 된 투자처 발굴해야
은행 규제 할수록 위기 찾아와…정부는 혁신 인센티브 제공못해
지난달 미국 중앙은행(Fed)의 양적 완화 종료 선언에 이은 일본 중앙은행의 양적 완화 확대가 전 세계 금융시장을 뒤흔들고 있다. 미국 증시는 랠리를 이어가고 있지만 일본과 유로존(유로화 사용 18개국)의 통화전쟁 가능성, 원자재 가격 폭락에 따른 신흥국 경제 악화, 미국의 금리인상에 대비한 글로벌 자금의 급격한 이동 등 시장은 예측불허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미국의 대표적 헤지펀드 매니저로 꼽히는 케네스 그리핀 시타델애셋매니지먼트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는 9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내년에 미국이 금리를 올리면 채권이 안전자산의 지위를 급격히 잃으면서 채권 투매가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며 “지금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고배당 블루칩(대형 우량주) 기업들에 관심을 가지는 편이 낫다”고 조언했다.
▷Fed가 양적 완화를 종료했습니다. 남은 수순은 기준금리 인상인데요.
“Fed의 금리인상이 이슈가 되는 건 미국 경제가 그만큼 좋아졌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Fed는 아마도 금리인상을 신중하게 결정할 것입니다. 통화정책이 너무 급격히 긴축으로 돌아선다는 인상을 주면 성장을 억제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글로벌 경제상황이 복잡합니다.
“국가나 지역마다 처한 상황이 다르지만 한 가지 공통점은 성장률이 낮아졌다는 사실입니다. 미국 경제는 회복되고 있지만 기대에는 못 미치고, 유럽은 여전히 금융과 재정위기의 영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중국의 성장률도 둔화됐고, 일본은 노동시장과 산업구조 개혁을 실행으로 옮겨야 성장률이 높아질 수 있는 상황입니다. 투자자들은 전 세계적으로 성장속도가 떨어지는 것을 크게 우려하고 있습니다.”
▷불안정한 경제상황 때문에 시장 변동성이 커지면 돈 벌 기회가 많아지지 않나요.
“단기매매(트레이딩)와 투자를 구분해야 합니다. 트레이딩을 통한 차익실현 기회는 많아졌지만 이를 포착하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트레이더가 아닌 투자자들은 리스크가 큰 트레이딩 기회를 찾기보다 향후 몇 년 뒤의 수익을 바라보는 투자에 초점을 맞춰야 합니다.”
▷개인 투자자에겐 어떤 투자자산을 권하겠습니까.
“미국과 유럽, 아시아의 고배당 블루칩 주식들이 가장 큰 가치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 세계적인 브랜드와 고유한 지식재산권을 바탕으로 견실한 실적을 이어온 기업들 말입니다. 특히 (배당과 자사주 매입을 통해) 주주와 이익을 공유하려는 의지를 보여 온 기업들을 눈여겨봐야 합니다.”
▷증시에 거품이 끼어있다는 평가도 적지 않습니다.
“미국 주식은 확실히 싸지 않습니다. 그동안 Fed는 (양적 완화를 통해) 주식과 회사채 등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를 장려해왔고, 결과적으로 이런 자산들의 가격이 너무 올랐습니다. 매력적인 투자자산을 찾기 쉽지 않습니다. 장기 투자를 염두에 둔다면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우량주가 괜찮고, 짧게는 단기채권이나 예금에 돈을 넣어뒀다가 시장이 조정받을 때 들어가는 방법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채권시장은 어떻게 보십니까.
“채권 수익률이 최근 몇 년간 굉장히 낮게 유지되고 있습니다. 세계 경제가 또 한 번 크게 흔들린다면 채권을 보유해 계속 보상받을 수 있겠죠. 하지만 내년에 미국 기준금리가 오르고 세계경제도 올해보다 나아진다면 채권이 안전자산의 지위를 급격히 잃으면서 심각한 투매가 일어날 가능성이 있습니다.”
▷Fed가 내년 중반 금리를 올릴 것이라는 예측에도 여전히 많은 투자자가 채권에 쏠리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지난 몇 년간 성과가 좋았던 투자 자산을 계속 사고, 보유하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런 행동 양식이 시장의 과열과 붕괴라는 사이클을 만듭니다. 중요한 것은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해 위기를 버틸 수 있는 힘을 갖추는 것입니다. 성공적인 투자자가 되기 위해서는 최근에 가격이 오른 자산을 좇기보다 저평가된 자산을 찾는 부지런함이 있어야 합니다.”
▷정부가 시장을 규제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많습니다.
“저는 자유시장 시스템에 대한 강한 믿음을 갖고 있습니다. 사람들로 하여금 리스크를 감수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추구하도록 하기 때문입니다. 정부는 혁신의 인센티브를 제공하지 못합니다. 제대로 작동하는 자본시장과 활발한 벤처캐피털, 위험을 감수하는 수많은 적극적인 창업가들이 혁신을 만듭니다.”
▷금융위기 이후 미국이 유럽보다 경제가 빨리 회복되는 것도 같은 이유인가요.
“그렇습니다. 미국 경제 회복에 가장 큰 도움을 준 것 중 하나가 ‘셰일 혁명’입니다. 15년 전 만약 당신이 ‘다음 세기에는 미국의 원유 생산량이 사우디아라비아를 앞지를 것’이라고 말했다면 비웃음을 샀을 것입니다. 하지만 자유시장체제는 혁신을 창출했습니다. 셰일층에서 원유를 추출하기 위한 수압파쇄 기술은 정부가 아닌 민간에서 나왔습니다.”
▷제조업과 금융은 다릅니다. 시스템 리스크를 막기 위한 규제는 필요하지 않나요.
“역설적으로 은행들을 더 많이 규제할수록 더 큰 금융위기가 찾아왔습니다. 은행을 작고 날렵하게 만들어야 경제가 더욱 유연해질 수 있습니다. 덩치가 커지고 그 때문에 규제를 많이 받는 은행은 경제의 효율성을 떨어뜨립니다.”
▷금융시스템에서 헤지펀드의 역할은.
“헤지펀드는 다양한 투자 전략을 통해 시장에 자본을 공급합니다. 헤지펀드들이 제공하는 자본은 기업이 고용을 창출하고 인류가 필요로 하는 제품과 서비스를 만드는 데 사용됩니다. 기업들은 과거에 비해 훨씬 싸고 빠르게 더 많은 자본을 조달할 수 있게 됐습니다.”
▷시장의 효율성을 높였다는 뜻인가요.
“물론입니다. 투자자들도 굳이 개별 종목에 대해 연구할 필요가 없어졌습니다. 헤지펀드 등을 운용하는 자산운용사들이 전문적인 리서치를 통해 투자 포트폴리오에 담을 주식을 골라주기 때문이죠.”
▷하지만 시타델은 2008년 금융위기 때 50%에 가까운 손실을 냈습니다.
“시타델은 은행은 아니었지만 대형 은행과 맞먹는 자산을 갖고 있었습니다. 은행들이 보유 자산을 헐값에 내던지면서 시타델이 보유한 자산 가치도 폭락했습니다. 다행히 2009년에 손실을 대부분 만회했지만 금융위기는 시타델을 정말 겸손하게 만들었습니다. 솔직히 저도 위기의 강도가 그 정도일 줄 전혀 예측하지 못했습니다.”
▷이후 시타델에는 어떤 변화가 있었나요.
“과거와 완전히 다른 포트폴리오를 갖게 됐습니다. 유동성이 떨어지는 자산을 대폭 줄이고 주식과 국채 등 투명한 시장에서 거래되는 자산들을 주로 거래하게 됐습니다. 리스크관리 시스템도 대폭 손질했습니다. 예를 들어 1987년 블랙먼데이, 1990년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 2008년 리먼브러더스 파산 같은 사태가 재연됐을 때 포트폴리오가 어떻게 될지 실시간으로 ‘스트레스테스트’를 시행합니다.”
■ 케네스 그리핀은
24세에 시타델 설립…세계 7위 헤지펀드로 키워
케네스 그리핀은 운용 자산이 230억달러(약 25조원)에 달하는 대형 헤지펀드 시타델의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다. 1990년 24세 나이에 420만달러(약 46억원)의 종잣돈으로 시타델을 설립했다. 이후 연평균 두 자릿수 수익률을 올리며 시타델을 세계적인 헤지펀드 반열에 올려놨다. 시타델은 지난해 19.25%의 수익률을 기록, 포브스가 수익률 기준으로 선정한 세계 7위 헤지펀드에 올랐다. 그리핀은 기부활동에도 적극적이다. 지난 2월 그리핀이 하버드대에 기부한 1억5000만달러는 378년 역사를 가진 하버드대 개교 이래 최대 액수였다.
시카고=이심기 특파원/유창재 기자 sglee@hankyung.com
▷Fed가 양적 완화를 종료했습니다. 남은 수순은 기준금리 인상인데요.
“Fed의 금리인상이 이슈가 되는 건 미국 경제가 그만큼 좋아졌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Fed는 아마도 금리인상을 신중하게 결정할 것입니다. 통화정책이 너무 급격히 긴축으로 돌아선다는 인상을 주면 성장을 억제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글로벌 경제상황이 복잡합니다.
“국가나 지역마다 처한 상황이 다르지만 한 가지 공통점은 성장률이 낮아졌다는 사실입니다. 미국 경제는 회복되고 있지만 기대에는 못 미치고, 유럽은 여전히 금융과 재정위기의 영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중국의 성장률도 둔화됐고, 일본은 노동시장과 산업구조 개혁을 실행으로 옮겨야 성장률이 높아질 수 있는 상황입니다. 투자자들은 전 세계적으로 성장속도가 떨어지는 것을 크게 우려하고 있습니다.”
▷불안정한 경제상황 때문에 시장 변동성이 커지면 돈 벌 기회가 많아지지 않나요.
“단기매매(트레이딩)와 투자를 구분해야 합니다. 트레이딩을 통한 차익실현 기회는 많아졌지만 이를 포착하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트레이더가 아닌 투자자들은 리스크가 큰 트레이딩 기회를 찾기보다 향후 몇 년 뒤의 수익을 바라보는 투자에 초점을 맞춰야 합니다.”
▷개인 투자자에겐 어떤 투자자산을 권하겠습니까.
“미국과 유럽, 아시아의 고배당 블루칩 주식들이 가장 큰 가치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 세계적인 브랜드와 고유한 지식재산권을 바탕으로 견실한 실적을 이어온 기업들 말입니다. 특히 (배당과 자사주 매입을 통해) 주주와 이익을 공유하려는 의지를 보여 온 기업들을 눈여겨봐야 합니다.”
▷증시에 거품이 끼어있다는 평가도 적지 않습니다.
“미국 주식은 확실히 싸지 않습니다. 그동안 Fed는 (양적 완화를 통해) 주식과 회사채 등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를 장려해왔고, 결과적으로 이런 자산들의 가격이 너무 올랐습니다. 매력적인 투자자산을 찾기 쉽지 않습니다. 장기 투자를 염두에 둔다면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우량주가 괜찮고, 짧게는 단기채권이나 예금에 돈을 넣어뒀다가 시장이 조정받을 때 들어가는 방법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채권시장은 어떻게 보십니까.
“채권 수익률이 최근 몇 년간 굉장히 낮게 유지되고 있습니다. 세계 경제가 또 한 번 크게 흔들린다면 채권을 보유해 계속 보상받을 수 있겠죠. 하지만 내년에 미국 기준금리가 오르고 세계경제도 올해보다 나아진다면 채권이 안전자산의 지위를 급격히 잃으면서 심각한 투매가 일어날 가능성이 있습니다.”
▷Fed가 내년 중반 금리를 올릴 것이라는 예측에도 여전히 많은 투자자가 채권에 쏠리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지난 몇 년간 성과가 좋았던 투자 자산을 계속 사고, 보유하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런 행동 양식이 시장의 과열과 붕괴라는 사이클을 만듭니다. 중요한 것은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해 위기를 버틸 수 있는 힘을 갖추는 것입니다. 성공적인 투자자가 되기 위해서는 최근에 가격이 오른 자산을 좇기보다 저평가된 자산을 찾는 부지런함이 있어야 합니다.”
▷정부가 시장을 규제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많습니다.
“저는 자유시장 시스템에 대한 강한 믿음을 갖고 있습니다. 사람들로 하여금 리스크를 감수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추구하도록 하기 때문입니다. 정부는 혁신의 인센티브를 제공하지 못합니다. 제대로 작동하는 자본시장과 활발한 벤처캐피털, 위험을 감수하는 수많은 적극적인 창업가들이 혁신을 만듭니다.”
▷금융위기 이후 미국이 유럽보다 경제가 빨리 회복되는 것도 같은 이유인가요.
“그렇습니다. 미국 경제 회복에 가장 큰 도움을 준 것 중 하나가 ‘셰일 혁명’입니다. 15년 전 만약 당신이 ‘다음 세기에는 미국의 원유 생산량이 사우디아라비아를 앞지를 것’이라고 말했다면 비웃음을 샀을 것입니다. 하지만 자유시장체제는 혁신을 창출했습니다. 셰일층에서 원유를 추출하기 위한 수압파쇄 기술은 정부가 아닌 민간에서 나왔습니다.”
▷제조업과 금융은 다릅니다. 시스템 리스크를 막기 위한 규제는 필요하지 않나요.
“역설적으로 은행들을 더 많이 규제할수록 더 큰 금융위기가 찾아왔습니다. 은행을 작고 날렵하게 만들어야 경제가 더욱 유연해질 수 있습니다. 덩치가 커지고 그 때문에 규제를 많이 받는 은행은 경제의 효율성을 떨어뜨립니다.”
▷금융시스템에서 헤지펀드의 역할은.
“헤지펀드는 다양한 투자 전략을 통해 시장에 자본을 공급합니다. 헤지펀드들이 제공하는 자본은 기업이 고용을 창출하고 인류가 필요로 하는 제품과 서비스를 만드는 데 사용됩니다. 기업들은 과거에 비해 훨씬 싸고 빠르게 더 많은 자본을 조달할 수 있게 됐습니다.”
▷시장의 효율성을 높였다는 뜻인가요.
“물론입니다. 투자자들도 굳이 개별 종목에 대해 연구할 필요가 없어졌습니다. 헤지펀드 등을 운용하는 자산운용사들이 전문적인 리서치를 통해 투자 포트폴리오에 담을 주식을 골라주기 때문이죠.”
▷하지만 시타델은 2008년 금융위기 때 50%에 가까운 손실을 냈습니다.
“시타델은 은행은 아니었지만 대형 은행과 맞먹는 자산을 갖고 있었습니다. 은행들이 보유 자산을 헐값에 내던지면서 시타델이 보유한 자산 가치도 폭락했습니다. 다행히 2009년에 손실을 대부분 만회했지만 금융위기는 시타델을 정말 겸손하게 만들었습니다. 솔직히 저도 위기의 강도가 그 정도일 줄 전혀 예측하지 못했습니다.”
▷이후 시타델에는 어떤 변화가 있었나요.
“과거와 완전히 다른 포트폴리오를 갖게 됐습니다. 유동성이 떨어지는 자산을 대폭 줄이고 주식과 국채 등 투명한 시장에서 거래되는 자산들을 주로 거래하게 됐습니다. 리스크관리 시스템도 대폭 손질했습니다. 예를 들어 1987년 블랙먼데이, 1990년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 2008년 리먼브러더스 파산 같은 사태가 재연됐을 때 포트폴리오가 어떻게 될지 실시간으로 ‘스트레스테스트’를 시행합니다.”
■ 케네스 그리핀은
24세에 시타델 설립…세계 7위 헤지펀드로 키워
케네스 그리핀은 운용 자산이 230억달러(약 25조원)에 달하는 대형 헤지펀드 시타델의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다. 1990년 24세 나이에 420만달러(약 46억원)의 종잣돈으로 시타델을 설립했다. 이후 연평균 두 자릿수 수익률을 올리며 시타델을 세계적인 헤지펀드 반열에 올려놨다. 시타델은 지난해 19.25%의 수익률을 기록, 포브스가 수익률 기준으로 선정한 세계 7위 헤지펀드에 올랐다. 그리핀은 기부활동에도 적극적이다. 지난 2월 그리핀이 하버드대에 기부한 1억5000만달러는 378년 역사를 가진 하버드대 개교 이래 최대 액수였다.
시카고=이심기 특파원/유창재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