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은 “앞으로 전세대책을 추가로 내놓을 계획이 없다”고 지난 8일 밝혔다. 서 장관은 이날 오전 8시 서울 반포동 홍수통제소에서 민간 전문가 8명과 간담회를 마친 직후 기자와 만나 이처럼 말했다.

서 장관은 “추가 대책을 논의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전·월세 시장의 흐름을 모니터링하기 위해 민간 전문가들을 만났다”며 “정부는 서민 주거비 부담을 줄이는 데 집중하고 3억원 이상 고가 전세시장은 시장에 맡기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지난달 30일 정부가 전·월세 대책을 발표한 이후에도 전셋값 상승세가 여전하고, 야당도 “전세난에 정부가 손을 놓고 있다”고 공세를 펼치고 있어 일각에선 이날 추가대책에 대한 논의가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전세의 월세화를 인위적으로 막을 수 없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며 “월세 전환율이 높아 부담이 된다는 지적이 많지만 월세 공급 물량이 늘면서 전환율이 내려가는 등 시장에 의해 자연스럽게 조정이 이뤄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서 장관은 또 “야당에서 도입을 요구하는 전·월세 상한제는 부작용이 많아 도입하기 어렵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그는 수도권 집값 하락을 막기 위한 추가 주택시장 활성화 대책도 내놓을 계획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다만 연말까지 기존에 내놓은 주택시장 활성화 대책이 국회를 통과할 수 있도록 힘을 모은다는 방침이다. 정부가 내놓은 분양가 상한제 탄력 적용,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폐지, 세입자 지원을 위한 월세 소득공제 확대 등이 이번 정기국회에서 논의될 예정이다.

이날 서울 역삼동 한국감정원 강남지사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간담회는 한강홍수통제소로 장소를 옮겨 비공개로 진행됐다. 김규정 우리투자증권 부동산 연구위원,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 등 시장 전문가 3명, 감정원 현장 조사담당자 3명, 우리은행과 국민은행 주택기금 담당자 각각 1명 등 총 8명의 시장 전문가가 참석했다.

일부 민간 전문가들은 “전세 물건을 찾기 어렵고 전셋값 상승에 따라 전세대출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라며 “규제를 통한 직접적인 통제는 부적절하지만 간접적으로라도 전세에 대한 일부 지원은 필요하다”고 지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