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현지 업체인 샤오미 등의 거센 도전을 받으며 고전하고 있는 삼성전자가 인도 시장에선 쾌속 질주하고 있다. 현지인의 입맛에 맞는 애플리케이션(앱·응용프로그램)과 20년간 닦아온 유통망을 앞세워 급팽창하고 있는 스마트폰 시장을 공략한 게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인도는 중국, 미국에 이은 세계 3위 스마트폰 시장이다.
"도로 없으면 낙타 타고 가서라도 수리" 삼성 특화폰·무한 서비스, 인도서 통했다
7일 인도 경제일간 이코노믹타임스가 인도 산업부 자료를 인용해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2013회계연도(2013년 4월~2014년 3월)에 인도에서 매출 4039억2000만루피(약 7조1700억원), 순이익 263억6000만루피(약 4684억원)를 올렸다. 전년 대비 매출은 45%, 순이익은 53% 증가했다. 5년 전인 2009회계연도와 비교하면 매출은 4배, 순이익은 65배나 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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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는 2013회계연도 기준으로 현지 담배 및 일회용품 업체인 ITC를 제치고 인도 2위 소비재 생산업체가 됐다. 급격히 커지는 스마트폰 시장을 감안하면 2014회계연도에 자동차 업체 마루티 스즈키를 추월해 인도 1위 소비재 업체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현지 언론들의 전망이다.

사업 성과의 일등 공신은 스마트폰이다. 삼성전자의 인도 휴대폰 매출은 지난 5년 새 8배 가까이 늘었다. 2013회계연도 전체 매출의 약 70%를 휴대폰이 차지했다.

중국 등에서 고전하고 있는 것과 달리 인도 시장에서 약진하는 건 현지 고객의 취향을 반영한 마케팅을 펼친 덕분이다. 2013회계연도에 인도에서 팔린 스마트폰 대수는 4920만대로, 10억명이 넘는 인구 수를 감안하면 보급률이 아직 낮다. 2010년 스마트폰 갤럭시S를 출시하며 인도 시장 공략에 나선 삼성은 인도인 기호에 맞는 다양한 앱을 선보였다. 특히 ‘클럽 삼성’이라는 앱을 통해 현지 언어가 지원되는 영화 5000여편, 음악 40만여곡을 감상할 수 있도록 했다. 모바일 TV채널도 90개 이상 제공했다. 도시가 아닌 지방에서는 영화 등을 볼 수 있는 시설이 적은 인도에서 콘텐츠에 대한 갈증을 해소해 준 것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탄탄한 유통 및 수리망도 삼성만의 강점이다. 삼성의 현지 수리센터는 휴대폰만 1800개, 가전을 합하면 2800개에 이른다. 중국이나 인도 업체는 수리센터를 한 곳도 운영하고 있지 않은 곳이 많다. 삼성전자의 한 인도 영업사원은 “소비자의 요청이 있으면 도로가 뚫리지 않은 곳도 낙타를 타고 가서 수리해 주기도 한다”고 말했다.

물론 도전도 만만치 않다. 지난 2분기(4~6월) 기준 삼성의 점유율은 24.7%로 전년 대비 소폭 떨어졌지만 현지 업체인 마이크로맥스 등은 꾸준히 몸집을 키우고 있다. 지난 3분기에는 샤오미도 인도 진출을 선언하며 10만원대 스마트폰 ‘레드미1S’ 4만대를 인터넷에서 5초 만에 팔아치우기도 했다.

하지만 삼성은 인도에선 중국에서처럼 쉽게 밀리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하고 있다. 갤럭시의 브랜드 이미지가 현지에 뿌리내린 데다 다양한 콘텐츠와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고객 충성도가 높다는 이유에서다. 성능도 경쟁사들이 쉽게 따라올 수 없는 강점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인도나 중국의 스마트폰은 싸긴 하지만 인도처럼 비와 먼지가 많은 곳에선 제대로 작동이 안 되는 경우가 많다”며 “시간이 지날수록 삼성 제품의 충성도는 오히려 높아지는 추세”라고 강조했다. 삼성은 이달 중 중국, 인도 업체들의 도전에 맞서기 위해 중저가 스마트폰 ‘A’ 시리즈를 인도에서 출시할 계획이다.

남윤선 기자 inkling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