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명문대생과 해외 유학파들이 중견기업의 문을 두드리기 시작했다는 한경 보도다. 물론 이런 변화는 중견기업에 대한 인식이 달라져서라기보다는 젊은이들이 선호하는 직장의 취업 문턱이 높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하지만 이를 기회로 공공부문, 대기업, 금융회사 등으로 쏠리는 인력 흐름을 바꿀 수도 있다고 본다.

올 하반기 중견기업의 입사경쟁은 과거와는 확연히 달라진 양상이다. 중견제약사 휴온스에 서울대 약대 출신들이 대거 몰리는가 하면, 동화기업(148 대 1), 세아상역(300 대 1), 녹십자(500 대 1) 등 경쟁률이 수백 대 일에 달하는 기업들이 증가한 것이 눈에 띈다. 경력직 시장에서도 중견기업의 인재선택 폭이 크게 넓어졌다고 한다. 대기업, 금융회사 출신들이 부쩍 늘었다는 것이다. 그동안 우수 인재에 목말라하던 중견기업들엔 더할 나위 없이 반가운 변화다.

물론 아직까지는 우수 이공계 인력이 중견기업을 기피한다든지, 일반 중소기업은 인력 부족에 시달리는 등의 문제가 여전하다. 그러나 하루아침에 인력흐름이 확 바뀔 수는 없는 일이다. 모처럼 인력이 몰려오기 시작할 때 중견기업에 대한 인식을 환기시킨다면 이공계 인재 채용이나 중소기업 인력난 해소에도 긍정적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일부 중견기업이 과거 우수인력을 뽑았지만 대부분 얼마 안 가 떠나간 경험을 떠올리며 뽑지 않겠다고 하는 것은 해결책이 아니라고 본다. 사실 인력이 떠나는 데는 기업의 책임도 없지 않다. 대기업보다 더한 비전과 꿈을 갖게 하고, 인사 및 보상시스템을 선진화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미국, 독일, 일본 등 선진국에서 우수인재가 중소·중견기업에 몰리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왜곡된 인력 흐름을 바로잡을 절호의 기회를 살려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