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불구불 경주 코스, SUV로
경치 좋은 파주 코스, 세단으로
거침없는 인천 코스, 스포츠카로
속도감 만끽 가평 코스는 디젤 세단
고속도로보다 국도
운전에 몰입하려면 세 가지 조건을 충족해야 합니다. 첫째 신호등 없는 곳이 좋겠죠. 또 인적이 드물면서 과속 카메라가 없는 도로가 안성맞춤일 겁니다. 여기까지는 이른바 ‘3무(無)’ 입니다.
반대로 드라이빙 본연의 가치에 부합하려면 세 가지는 많아야 합니다. 종종 과감하게 속도를 내려면 직선 도로가 즐비한 곳이 좋겠죠. 차선도 많아야 합니다. 때로는 추월도 할 수 있어야 하기에 최소한 왕복 4차선은 돼야 한다는 얘기죠. 마지막으로 볼거리도 널려 있어야 합니다. 100㎞ 이상의 먼 거리를 주행하는데 가로수 하나 없는 길을 상상해보세요. 지루하고 따분해서 운전을 포기하고 싶을 겁니다.
결국 3무와 3다(多)를 고려해보면 고속도로보다 국도가 더 낫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고속도로에 비해 국도엔 과속카메라는 적고 볼거리는 많기 때문입니다. 시승 행사 전문가인 홍성국 이노션 프로모션팀 부장도 국도 예찬론자입니다. “풍광은 좋고 통행료도 없어 이왕이면 4차선 이상의 국도가 많은 곳을 시승 코스로 정한다”는 게 그의 지론입니다.
디젤차로 달리기 좋은 곳
먼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나 미니밴으로 달리기 좋은 곳을 엄선했습니다. 가족 단위로 놀러갈 때 많이 타는 차인 만큼 속도보다 안전성에 초점을 맞춰야겠죠. 시속 60~90㎞ 정도로 달릴 수 있는 코스가 많아야 한다는 점이 최우선 고려 사항입니다.
디젤엔진의 SUV가 많으니 뛰어난 연비도 경험할 수 있어야 할 것이고요. ‘산길을 다녀도 좋은 차구나’라는 걸 느껴보려면 곡선 코스도 없으면 안되겠죠. 그렇다고 너무 꼬불꼬불한 길이 많으면 멀미할 수 있으니 험준한 산악 지형은 피했습니다. 이를 감안하면 강원 지역이 좋습니다. 일단 서울에서 출발해 정선까지 괜찮죠. 정선을 넘어 태백이나 강릉으로 가면 고갯길이 많아 아무리 SUV라도 운전하기가 수월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동강 시스타리조트에서 정선 컨벤션호텔까지 약 100㎞ 거리를 추천합니다. 좀 더 가까운 곳을 찾자면 서울 광장동 쉐라톤워커힐호텔에서 강원 춘천 라데나리조트까지 80㎞ 거리도 베스트 코스라고 할 수 있습니다.
디젤 세단은 SUV보다 속도감을 더 느낄 수 있기 때문에 직선 도로가 많은 곳을 권합니다. 가솔린 세단에 비해 끄는 힘(토크)이 낫다는 걸 경험하려면 약간의 경사로도 있는 게 좋겠죠. 경기 양평군 힐하우스에서 여주시 솔모로CC까지 약 50㎞ 구간이 괜찮습니다. ‘남양주IC~가평휴게소~인제스피디움’의 164㎞ 구간과 ‘부산 경마공원~거가대교’ 140㎞ 구간도 디젤 세단으로 달려보기 좋은 코스입니다.
스포츠카로 속도 내려면
가솔린 세단은 디젤 세단에 비해 조용합니다. 차를 탈 때만큼은 세상과 단절된 채로 정숙성을 느껴볼 수 있어야겠죠. 한국닛산은 경기 가평군 아난티클럽서울에서 설악IC와 서종IC를 거쳐 제이드가든까지의 53.9㎞ 구간을 추천했습니다. 현대자동차는 경기 파주 미메시스 아트뮤지엄에서 임진각 평화누리공원까지 44.3㎞ 구간을 가솔린 세단 드라이빙을 위한 최적의 장소로 택했습니다.
남도로 시야를 넓히면 광주공항에서 나주IC, 함평 다이너스티CC, 목포대교, 영암 F1경기장 등을 거치는 200㎞ 구간도 가솔린 세단으로 달려볼 만합니다.
조용한 것만이 능사는 아니죠. 경쾌한 엔진음을 들을 수 있는 스포츠카나 쿠페를 위한 장소는 따로 있습니다. 포르쉐는 대관령 알펜시아리조트에서 도암댐과 대관령길을 거쳐 다시 알펜시아리조트를 돌아오는 코스를 강추했습니다. 속도도 내면서 스포츠카의 안정적인 핸들링을 느껴보기 제격이기 때문이라는 거죠.
직선 고속구간을 만끽하고 싶다면 경기 고양시 오페라 디바스에서 인천 강화군 로이카페로 가는 길이나 경기 파주 요나루키에서 양주시 장흥면으로 가는 구간이 괜찮습니다. 이 밖에 ‘인천 하얏트호텔~인천공항 신도시IC’나 ‘미사리~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구간은 스포츠카 마니아들에게 잘 알려져 있는 길이죠.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