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사다난’을 외치며 술잔을 마주하는 연말이 다가온다. 모이면 하는 말들은 여기나 저기나 그리 다르지 않은 듯하다. “예전 같지 않다”는 탄식들이다. 그렇게 한참을 얘기하고 돌아서서 문득 생각해 본다. 시대가 이처럼 변했는데, 예전 같지 않음이 오히려 당연한 것 아닌가.

법조계도 크게 다르지 않다. 가끔 보는 해외 법조매체들의 헤드라인이 ‘Too Many Lawyers’로 바뀐 지는 꽤 오래됐다. ‘공급 과잉의 변호사’라는 헤드라인이 주는 피곤함과 식상함. 사법고시에 합격하면 마을 입구에 걸었던 ‘축 합격’ 현수막, 그리고 그것이 주던 성공신화의 이미지가 어느덧 흘러간 전설이 된 지 오래다.

지난 5년 동안 한국의 변호사 공급은 급속도로 증가했다. 1906년 최초의 변호사가 등록한 이후 100년 만인 2006년 1만명이 됐는데, 그로부터 불과 8년 만인 올해 그 두 배수인 2만명을 넘어섰다고 한다. 앞으로 같은 수준이라면 4년 내에 3만명이 된다.

변호사들 간에 제로섬 게임이다 싶을 정도로 출혈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변리사, 노무사, 세무사 등 다른 직역과 대립각도 피할 수 없게 됐다. 각자의 영역에서 법률이 정한 한정된 업무만을 하기에는 그 시장이 이미 포화된 까닭이다. 하나의 서비스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복잡한 사건들 또한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모두 예전 같지 않은 것이다.

한정된 영토, 척박한 자원을 가진 한국 기업들은 대체 불가한 기술력을 무기로 일찍이 세계무대로 향했다. 이제는 법조계도 스스로 진화할 수 있는 묘수가 필요하다. 전문성 없고 고압적인 전문가가 도태되는 것은 당연하다. 시대에 부응하지 못하는 규제와 미비된 법제도 신속히 정비돼야 한다. 국내외 기업이 변호사들을 믿고 의지할 수 있도록 ‘변호사-의뢰인의 비밀특권’을 강화해야 한다. 전문성과 의뢰인에 대한 정성 어린 봉사라는 ‘정공법’은 당연히 수반돼야 할 내공이다.

아마추어로서 영원한 골퍼의 신화로 남은 보비 존스의 명언이 떠오른다. ‘어느 경기에서나 실점을 만회할 수 없을 때가 있다. 그때는 초조감 없이 기다릴 줄 알아야 한다. 인내로 대처해야 한다.’ 요즘 같은 힘든 시기에 그나마 위안이 되는 경구다. 거기에 하나의 덕목을 추가하고 싶다. ‘그렇게 기다리던 재기의 기회, 허투루 놓치지 않도록 실력과 장비를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 예전과 같지 않아 힘든 모든 분과 함께하고 싶은 다짐이다.

이재후 < 김앤장 대표변호사 jhlee@kimcha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