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유·무선 분야 1위 사업자의 새로운 요금을 사전 심사하던 요금인가제를 폐지하는 방안을 검토하면서 통신사 간 요금 인하경쟁이 촉발될지 주목된다.

'단통법'에 혼쭐 난 미래부, 통신료 인하경쟁 유도 나서
유·무선 서비스를 묶어 판매하는 결합상품을 중심으로 요금을 낮춘 상품이 나올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인하경쟁을 유발할 시장 내부 요인 없이 단순히 제도를 손질하는 것만으로는 통신요금을 낮추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통신 요금인가제는 1991년 도입됐다. 처음엔 모든 사업자의 요금을 심사하다 1996년부터 KT의 유선전화, SK텔레콤의 휴대전화로 대상을 축소했다. KT의 초고속인터넷 서비스도 한때 인가 대상이었지만 2009년 신고제로 전환됐다.

요금인가제 폐지가 도마에 오른 건 지난달 시행된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 때문이다. 보조금 규제를 강화하면서 휴대폰 실(實)구매가격이 올라간 반면 기대했던 통신사 간 요금 인하경쟁은 일어나지 않았다. 결국 가계통신비만 더 올려놓았다는 비난이 쏟아졌다.

단통법 입안을 주도했던 미래창조과학부는 코너에 몰렸다. 요금인가제라도 폐지해 통신사 간 요금 인하경쟁을 유도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을 수 없는 처지다.

그렇지 않아도 미래부는 올초부터 요금인가제 개선을 검토해왔다. 지난 2월 대통령 업무보고 때 ‘통신요금인가제 개선 로드맵’을 보고했다. 6월에는 공개 토론회도 했다. 미래부 관계자는 인가제 폐지 방안과 관련, “인가제를 폐지하고 신고제로 바꿀지, 인가제를 형식적으로 유지하면서 심사 대상을 대폭 축소해 사실상 폐지 효과를 낼지는 확정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통신 요금인가제 폐지 효과에 대해 업계에선 의견이 분분하다. 해외에서는 일부 국가가 유선전화 상한 요금제를 운영하는 것 말고는 이동통신 요금 규제를 별도로 하지 않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무선 분야에서 요금인가제를 운영하는 나라는 한국뿐이다.

일본은 1985년 1위 이동통신사업자 NTT도코모를 대상으로 인가제를 도입했으나 1998년 신고제로 전환했다. 2004년에는 이마저도 폐지했다. 제도 폐지 이후 후발 주자인 소프트뱅크의 진입과 맞물려 요금 인하경쟁이 촉발되는 성과도 있었다. 국내에서도 요금인가제라는 족쇄가 풀리면 SK텔레콤, KT 등이 가입자가 많은 장점을 살리기 위해 여러 상품을 묶어 파는 결합상품 가격을 낮출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반론도 적지 않다.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가 각각 5 대 3 대 2의 비율로 시장을 분할하고 있는 상태에서 파격적인 요금 인하 시도가 나오긴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다. 2010년 전기통신사업법을 개정하면서 요금을 낮추는 경우 인가를 받지 않아도 되도록 했지만 이후 별다른 인하경쟁이 촉발되지는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통신업체 한 관계자는 “인가제 폐지가 실제 요금 인하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김태훈 기자 tae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