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보유액이 석 달째 감소했다. 미국 양적 완화 종료 등의 영향으로 외환보유액 쌓기가 예전보다 쉽지 않아졌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은행은 지난달 말 기준 외환보유액이 3637억2000만달러로 한 달 전보다 6억8000만달러 줄었다고 5일 밝혔다. 외환보유액은 지난해 7월부터 13개월 연속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다가 지난 8월부터 3개월 연속 감소했다. 외환보유액이 3개월 이상 연달아 줄어든 것은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4~11월 이후 처음이다.

한은은 달러화 가치가 상승하면서 외화자산 가운데 유로화, 파운드화 등의 달러화 환산가치가 줄어들었다고 설명했다. 고원홍 한은 국제총괄팀 차장은 “달러 외에도 다양한 통화를 보유하고 있다”며 “이들 통화가 약세를 보이면서 달러 단위 가치가 줄었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달 달러화 대비 유로화 가치는 0.7%, 파운드화 가치는 1.5% 하락했다. 이에 따라 외환보유액의 91.3%를 차지하는 다른 나라들의 국채, 회사채 등 유가증권 가치는 전월보다 5억5000만달러 감소한 3321억8000만달러를 나타냈다. 하지만 외환보유액 규모는 세계 7위 그대로다.

한은 관계자는 “올 상반기까지 한국을 비롯한 각국 외환보유액이 늘어난 데엔 선진국의 돈 풀기 정책이 크게 작용했다”며 “미국이 양적 완화를 종료하면서 이 같은 흐름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

김유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