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0대 기업 올 133조 투입
R&D에만 30조 '뭉칫돈'
신제품 개발 등 선행 투자
창조경제혁신센터 시동
삼성-대구, SK-대전 등 매칭
전국 곳곳에 '성장 거점'
중국의 추격과 일본의 부활로 단기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위기 때마다 한 단계 더 도약한 한국 대표 기업들은 이번에도 저력을 보여주기 위해 안간힘을 다하고 있다. 당장 돈이 안 되더라도 발전 가능성이 있다면 주저하지 않고 투자를 늘리는 건 기본이다. 정부도 창조경제를 통해 기업들이 돌파구를 마련하는 데 힘을 보태고 있다.
투자 확대로 위기 극복
기업들은 미래 수익원을 찾기 위해 투자를 지속적으로 늘리고 있다. 매출 기준 국내 600대 기업들은 올해 133조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작년보다 6.1% 증가했다.
특히 신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연구개발(R&D) 투자를 더 많이 늘린다. 올해 R&D 투자액은 29조9000억원으로 지난해보다 6.9% 증액됐다. 600대 기업 대상의 조사에 따르면 선행투자를 통해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투자를 늘릴 것이라고 대답한 기업이 24.4%로 가장 많았다. 신제품과 신기술을 개발하기 위해서라고 답한 비율은 23.5%로 2위였다. 신규 사업 진출(22.5%)과 노후시설 개선 작업(17.4%), 국내외 경기회복(2.6%) 등이 뒤를 이었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경기 평택 고덕산업단지에 2017년까지 15조6000억원을 들여 세계 최대 규모의 반도체 공장을 짓기로 했다. 정부도 삼성전자의 투자를 돕기 위해 평택단지 전력 공급 시기를 2018년 6월에서 2016년 말로 앞당기기로 했다. 삼성 관계자는 “평택 투자로 15만개의 일자리가 창출되고 41조원의 생산 유발 효과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현대자동차, LG전자, SK에너지 등 국내 주요 16개 기업도 올 하반기부터 내년까지 신규 투자를 조기 집행하기로 했다. 총 투자 규모만 28조4000억원에 이른다.
산업통상자원부는 기업들의 투자가 원활히 실행되도록 기업과 ‘1 대 1 전담지원체계’를 구축하기로 했다. 윤상직 산업부 장관은 “정부는 기업 투자 프로젝트가 조기에 실행될 수 있도록 발상의 전환을 통해 기업 입장에서 투자 걸림돌을 해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창조경제로 혁신 이끈다
기업들은 창조경제에서도 해답을 찾고 있다. 중소·중견기업, 대학과 협력해 혁신 아이디어를 창출하기 위해 각 지역에 창조경제 혁신센터를 만드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삼성이 가장 먼저 닻을 올렸다. 삼성은 지난 9월 그룹의 모태인 삼성상회와 옛 제일모직 본사가 있는 대구에서 창조경제혁신센터를 설립했다. 대구시와 함께 청년벤처 창업지원 전용펀드를 만들어 앞으로 5년간 100억원을 출자한다. 박근혜 대통령은 대구센터 출범식에서 “혁신센터는 도전과 성공, 회수, 재도전이라는 창조경제의 선순환 구조와 철학을 실현하는 공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에 이어 SK도 지난달 대전에 창조경제혁신센터를 열었다. 450억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해 대전 지역의 벤처기업을 집중적으로 육성한다. SK 관계자는 “그동안 창업과 전통시장 등에 정보통신기술(ICT)을 적용해 창조경제형 성공 스토리를 축적해왔다”며 “아이디어를 사업화하는 분야부터 집중적으로 지원해 창업 붐을 일으키겠다”고 설명했다.
SK는 세종시에 창조마을도 조성한다. 창조마을에는 스마트팜, 지능형 영상보안시스템, 스마트 로컬푸드시스템, 스마트 러닝, 태양광 에너지타운 조성, 농업기술 테스트베드 조성 등 6개 사업이 추진된다. 내년 상반기 중에 세종창조경제혁신센터도 세워 농업벤처 창업가를 지원할 예정이다. ICT를 통해 농촌을 되살리는 제2의 새마을운동에 나서겠다는 의미다.
현대차는 광주 기아자동차 공장을 창조경제의 거점으로 정하고 지역 부품업체들과 힘을 모아 친환경 자동차와 관련해 협업 방안을 찾고 있다. LG그룹은 충북에 전자와 바이오산업 중심의 창조경제혁신센터를 건설할 계획이다. LG생활건강과 LG생명과학 외에 LG전자와 LG디스플레이 등의 계열사들도 충북 인재 육성에 적극 나선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