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w&Biz] 시민 의견은 빠진 스마트폰 '법관 평가'
변호사들이 시행하는 ‘법관 평가 설문조사’가 이르면 이번주부터 스마트폰으로도 가능해진다. 시스템을 만든 서울지방변호사회는 “막말 등 법관의 부적절한 언행을 목격하면 현장에서 바로 평가에 반영하도록 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설문 결과는 비공개이지만 법관 당사자와 해당 법원장에게는 통보된다. 이처럼 변호사단체는 최근 수년간 회원들의 의견을 수렴해 법원에 반영하도록 노력해왔고 일정 부분 성과도 거뒀다.

그런데 이들의 의견 수렴은 모두 일반 시민이 아닌 변호사가 대상이어서 아쉬운 면도 있다. 그렇다면 변호사가 아닌 원·피고, 증인, 방청객 등 일반 시민의 의견은 얼마나 수렴되고 있을까. 확인해본 결과 아직 걸음마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법원이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하는 유일한 의견 수렴은 상시적인 설문조사다. 그러나 이 설문조사조차 어느새 요식행위가 돼 버렸다.

각 법원의 재판부는 수년 전부터 법정에 설문지를 비치해 방문객이 작성하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 의견 수렴을 할지 말지 여부는 재판장 재량이고 설문 수거와 열람도 재판부가 알아서 한다. 대법원은 이를 실시하는 재판부가 얼마나 되는지, 설문지 활용도가 얼마나 되는지 알지 못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시민의 쓴소리는 재판 업무에 반영되기 어렵다. 설문조사의 존재감이 없다 보니 시민단체 ‘법률소비자연맹’도 법원이 이런 일을 하고 있는지 모르고 있었다. 기자도 취재를 위해 법정에 수차례 들락거렸지만 설문지가 보이는 곳에 비치된 걸 본 기억이 없다.

여론은 어떤 방식으로든 결국 사법부에 반영된다. ‘황제노역’ 등 일련의 사건을 보면 최근에는 사법부를 ‘압박’하는 방식이 일반화된 것 같다. 하지만 이런 방식은 즉흥적이고 다소 위험한 면도 있다. 법원이 나서서 상시적이고 효과적인 의견 수렴 창구를 만드는 게 더 나을 것이다.

양병훈 법조팀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