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재혼전문 결혼정보회사에서 자영업자인 48세의 돌싱('돌아온 싱글'의 줄임말) 여성 고객이 100억 원대 재혼상대를 찾자 커플매니저가 '자기 주제도 모르고'라며 푸념 섞인 한숨을 몰아쉰다.
"어제 그 여성분 만났더니 다짜고짜 결혼하면 생활비로 700만원을 달라고 하더군요. 정말 어이가 없었습니다."
서울 강남의 600억대 빌딩 임대업자인 53세의 돌싱 남성이 맞선 본 여성으로부터 망치로 뒤통수를 얻어맞은 듯하다면서 커플매니저에게 하소연을 했다.
"그 남성과 6개월 정도 교제하고 재혼 결정 전에 마지막으로 2박 3일 동안 여행을 같이 갔죠. 당연히 설레는 마음으로 갔는데 숙박은 허름한 펜션에서 하고, 식사는 대충 때우다시피 해결하더군요. 전문직이면 뭐해요. 교제 끝내기로 결정했습니다."
외국계회사에 다니는 연봉 7,000만원의 39세 돌싱 여성이 교제 중이던 남성과 여행을 갔다 온 후 조잔함에 실망하여 맘이 돌아섰다는 통보다. 상대남성은 잘 나가는 세무사다.
재혼 세계에서는 상호 만족할 만한 돌싱남녀끼리 어렵사리 만남을 주선해 놓아도 위의 사례와 같이 허망하게 인연이 수포로 돌아가는 사례가 잦다.
재혼정보업체에 따르면 평균 14.1년의 결혼생활 경험이 있는 돌싱 남녀들은 재혼상대 조건에서부터 맞선, 교제, 그리고 마지막 재혼 결정까지 어느 단계에서 어떤 문제와 이슈가 터져나올지 모르는 시한폭탄과 같다고 한다.
이와 같은 재혼 대상자들을 매일같이 관찰하면서 재혼전문 결혼정보회사 온리-유의 손동규 대표와 결혼정보업체 비에나래의 이경 매칭실장이 공동으로 재혼을 성공으로 이끄는 방법들을 추려 '재혼 4大 관문 돌파전략'을 발표했다.
이 전략은 금년 6월부터 10월까지 온리-유와 비에나래의 돌싱회원들 중 재혼에 성공한 사례 300건(남녀 각 150건)과 실패한 사례 400건(남녀 각 200건)을 종합한 결과이다.
제 1관문. 재혼 배우자조건 설정
첫째는 자신의 분수를 알아야 한다. 평균 이혼연령이 남성은 46.2세, 여성은 42.4세이므로 그 동안 각자 어떻게 살아왔느냐에 따라 재혼상대로서의 위상이 초혼때와는 많이 다를 수 있다. 각자의 상황에 맞게 배우자 조건을 설정해야 한다. 특히 여성들이 유의해야할 사항이다.
두 번째는 현실성이 있어야 한다. 상대와의 나이차나 경제력, 외모 수준 등을 현실적으로 설정해야 한다. 60대 남성이 40대 초중반을 원한다거나 40대 후반의 여성이 동갑이나 연하의 남성을 원하는 것 모두 비현실적이다. 재혼 대상 남성이 초혼에 비해 일반적으로 경제력이 뛰어나다고는 해도 50억 원이나 100억 원 등을 너무 쉽게 생각해서는 재혼하기 힘들다. 남녀 똑같이 해당된다.
세 번째는 상호 균형을 맞춰야 한다. 자신에게는 양육아가 둘이나 있으면서 상대에게는 없어야 한다거나 출산경험조차 없어야 한다는 등의 사고는 바람직하지 못하다. 남성이 다소 많으나 여성도 적지 않다.
손동규 대표는 "재혼 대상자들 중에는 초혼때와 비교하여 배우자로서의 자격이 훨씬 양호해진 경우가 있는가 하면 그 반대의 경우도 적지 않다"며 "배우자감으로서의 자격이 양호해진 경우에는 당연히 초혼때보다 더 좋은 조건의 재혼상대를 만날 수 있으나 그 반대의 경우에는 과거만 생각하고 본인의 악화된 조건은 간과한 채 현실과 동떨어진 배우자감을 찾게 되면 재혼이 힘들게 된다"고 설명했다.
제 2관문. 재혼정보회사 선정
최근 재혼이 아무리 많다고 해도 전체 혼인건수에서 차지하는 재혼(부부 중 한명 이상이 재혼일 경우)의 비중은 21.4%(2012년 기준)에 불과하다. 숫자도 적지만 연령이 20대부터 80대까지 넓게 분포돼 있기 때문에 각 연령대별 재혼대상자의 숫자는 빈약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결혼정보회사에 가입할 때는 다음과 같은 점에 유의해야 한다.
최우선 고려사항은 재혼전문 회사를 선택해야한다. 일반 결혼정보회사에는 재혼 비중이 5~10%에 불과하다. 따라서 매칭상대를 찾기가 거의 불가능하다.
그 다음으로는 10년 이상 된 회사를 골라야한다. 돌싱남녀 각자가 원하는 연령대, 지역, 경제력, 외모, 자녀유무 등과 같은 최소한의 배우자 조건을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장기간에 걸쳐 회원이 일정 수준 이상 보유돼 있어야 한다. 이런 과정을 거쳐 회원관리 노하우도 축적됨은 당연지사다.
세 번째로는 회사 CEO의 면면을 잘 살펴봐야 한다. 서비스업체는 실체가 없다. 최근 결혼정보업계의 불공정 관행이 잇따라 지적받는 것도 이와 같은 맥락에 기인한다. 커플매니저의 교육이나 경영방침 등은 CEO가 좌우하므로 CEO의 과거 행적이나 경영철학을 유심히 살펴봐야 하고, 당해 회사가 이전에 공정거래위원회 등의 관련 기관이나 언론매체로부터 지적 받은 사실이 있는지를 살펴보면 향후의 서비스 수준을 어느 정도 점쳐볼 수 있다.
제 3관문. 맞선 및 교제 초기단계
맞선 첫날, 자제력을 발휘해라. 돌싱들은 이성에 대한 부끄러움이나 신비감이 떨어지기 때문에 남녀 모두 서두르는 경향이 있다. 첫 만남에서 호감을 갖고도 남성의 성급한 스킨쉽 시도나 여성의 결혼 후 생활비 타령 등으로 교제가 불발로 끝나는 경우를 자주 본다. 두세 번 만난 후 분위기를 봐가며 해야 뒤탈이 없다.
상대를 너무 편하게 대하지 말아라. 복장이나 화장 등의 치장이나 약속시간, 그리고 대화의 품격 등에 항상 유의해야 한다. 상대를 너무 편하게 대하다보면 기본 매너나 에티켓 등이 소홀하게 되어 실점 당하는 경우가 많다.
대답하기 곤란한 질문은 뒤로 미룬다. 상대의 이혼사유나 재산 내역 등과 같은 대답하기 곤란하거나 속 보이는 질문은 가급적 서로가 어느 정도 친숙해진 뒤 묻도록 한다.
이경 실장은 "초혼 맞선과 마찬가지로 돌싱간의 첫 만남 및 교제 초기에도 남녀 불문하고 서로 상대의 장단점을 예의주시 한다"며 "돌싱들은 남녀 모두 서두르거나 주의력이 부족한 경향이 있는데 매 순간 긴장감을 가지고 매너와 에티켓을 지켜야 소중한 인연을 물거품으로 만들지 않는다"고 조언했다.
제 4 관문. 최종 결정 및 재혼 의식
쌍방의 자녀문제를 사전에 해결해야 한다. 재혼 후 다시 헤어지는 사례가 많은데 그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쌍방의 자녀문제이다. 재혼 전에 충분히 협의한 후 현실적으로 대처해야 후환이 없다.
상대를 심층적으로 파악하라. 상대의 재산 상황이나 빚 유무, 전 배우자나 자녀와의 관계, 건강상태, 애인 유무 등을 꼼꼼하게 살펴봐야 한다.
재혼에도 의식(儀式)이 필요하다. 형식을 과도하게 추구하는 것도 문제이지만 결혼 같은 인륜지대사를 너무 격식 없이 시작하는 것 또한 바람직하지 않다. 가까운 친지들을 모시고 단출하나마 재혼식을 올리면서 서로 다짐도 하고 맹세도 해야 재혼 후 각종 어려움이 닥쳐도 헤쳐나가게 된다.
손 대표는 "결혼 실패 경험이 있는 돌싱들이 재혼전선에 나설 때는 당연히 신중에 신중을 기할 것으로 생각된다"며 "그러나 현실에서는 남녀 모두 너무 경솔하게 행동하고 또 너무 쉽게 재혼을 결정하여 또 다른 불행을 자초하는 사례가 많다"고 주의를 촉구했다.
한경닷컴 뉴스팀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