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최초의 라면 '삼양라면'이 올해로 출시된지 51년 됐다. 반세기 동안 팔린 삼양라면은 100억개가 훌쩍 넘는다.

삼양라면의 태동에는 가난한 대한민국 국민들의 굶주림이 있었다. 삼양라면은 고 전중윤 삼양식품 명예회장이 1960년대 초 남대문 시장을 지나던 중 한 그룻에 5원하는 '꿀꿀이 죽'을 사먹기 위해 장사진을 친 시민들을 목격한데서 비롯됐다. 전 회장은 과거 일본을 방문했을 때 라면을 시식했던 것을 기억해 내고 라면이야말로 국내 식량문제를 해결할 유일한 길이라고 판단했다. 그는 정부 관련 부처를 설득해 어렵게 5만 달러를 배당 받아서 일본 명성식품(묘조)으로부터 기계와 기술을 도입하고 1963년 9월 15일 국내 최초로 라면을 탄생시켰다.
초기 제품이 나왔을 당시 삼양라면은 따스하고 안전한 느낌의 주황색 포장지에 중량 100g, 10원의 가격에 출시됐다.

하지만 전 회장의 식량 대체원으로서의 라면에 대한 기대와 식량자원 부족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사명감은 국민들의 냉담한 반응에 시련을 맞았다. 오랫동안 미곡 중심의 식생활이 하루아침에 밀가루 식품으로 바뀌기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심지어는 라면을 옷감, 실, 플라스틱 등으로 오해한 경우까지 있었다.

이에 삼양식품의 전직원과 가족들은 직접 가두판매를 실시했다. 극장·공원 등에서의 무료시식이라는 홍보전략은 1년 이상 이어졌다. 그 결과 우리 입맛에 맞춘 국물과 면발이 밥과 국에 친숙한 소비자들의 입맛을 끌어당기기 시작했다. 1965년 정부에서 실시한 식량 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혼분식 장려 정책이 나오면서 삼양라면은 10원으로 간편하게, 영양면에서도 부족함이 없이 한끼 식사를 해결할 수 있다는 최대의 장점을 발휘, 날개돋친 듯 팔려 나가기 시작했다. 출시 6년 만에 초창기 매출액 대비 300배에 달하는 성장을 나타냈다.
삼양식품은 1970년대에 들어와 정부의 수출 제일 주의 정책에 부응하는 한편 세계를 향한 종합식품회사로 발돋움하기 위해 해외진출을 적극 모색했다. 물론 1960년대에도 월남전에 파병된 우리 국군장병들에게 공급되는 라면을 비롯한 면류제품의 수출이 이뤄지고 있었으나 군납을 제외한 본격적인 수출은 1970년대에 와서 이뤄졌다.

1970년대 이후 삼양식품의 수출실적은 계속적으로 향상됐다. 1969년에 라면 26만 상자가 월남(베트남)에 수출된 것을 효시로 일본, 동남아 지역 등에 진출하기 시작한 면류는 1972년 8월에 미 코리아 코퍼레이션과 50만 달러의 수출계약을 체결, 1970년대 중반 이후에는 이곳이 압도적인 수출처로 자리잡았다.

특히 라면의 일본시장 진출은 괄목할 만한 일이었다. 일본 기술로 만들어졌던 삼양라면이 일본에 수출된 것이다. 일본 최대 슈퍼체인인 다이에이가 삼양라면의 우수성과 저렴한 가격에 착안, 삼양라면의 수입에 열을 올리면서 1980년 이후 일본 시장 진출이 본격화됐다. 당시 일본 언론사들은 '즉석라면, 한국으로부터 상륙', '한국의 즉석면 호황 판매' 등의 제목으로 "한국산 라면의 상륙이 일본 업계에 일대 파문을 일으킬 조짐이며 삼양제품이 수입 판매됨으로써 국제화시대가 개막됐다"고 보도했다.

삼양라면의 성공으로 승승장구하던 삼양식품은 1989년 '공업용우지'를 사용했다는 오해를 받는 '우지사건'에 휘말렸다. 당시 사건에 휘말린 우지는 판매를 목적으로 한 미국의 우지 등급 분류상 16등급 중 1등급인 '에더블탤로우' 다음 등급인 2, 3등급의 우지였다. 2, 3등급 우지는 1등급 우지와는 달리 채취한 상태 그대로 곧바로 식용할 수 없지만 정제과정을 거치면 식용우지로 사용할 수 있다. 일본에서는 지금까지도 우지, 돈지, 팜유를 3:3:3의 비율로 사용하고 있다.

삼양식품은 7년9개월간의 법정공방을 통해 대법원의 최종 무죄판결을 받아냈지만 공장 가동을 중단하고 시장점유율이 15%까지 떨어지는 등 수천억원에 달하는 손해를 봤다. 우지사건의 여파가 외환위기로 이어지면서 삼양식품은 화의를 신청하게 됐다. 이후 판매 회복에 주력해 2005년 3월 화의에서 벗어났다. 삼양라면은 현재도 매월 1500만~2000만개 가량 판매되고 있다.
삼양식품은 수출 확대에도 노력하고 있다.

삼양식품은 다양한 방법의 현지화 전략 통해 해외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 3월 김치라면과 육개장 제품이 KMF(Korea Muslim Federation) 할랄 인증서를 취득했다. 이는 말레이시아 공식 할랄인증기관(JAKIM) 할랄과 동등성을 인정 받은 것이며 내년에는 인도네시아 MUI 할랄과의 동등성 인증을 추진하는 등 향후 동남아시아, 중동시장 등의 적극적인 진출을 추진하고 있다. 또한 2013년 하반기부터 국내에서 꾸준히 사랑 받고 있는 '불닭볶음면'도 동남아시아 시장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삼양식품은 올해 전세계 40여개국을 대상으로 3000만 달러 규모의 수출을 계획하고 있다.

한경닷컴 정형석 기자 chs8790@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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