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의 향기] 名品 '특별대접' 안하는 프랑스 백화점
명품 담당 기자가 된 뒤부터 백화점에 가면 제품보다 매장이 먼저 눈에 들어옵니다. 몇 층에 몇 평 규모로 입점한 브랜드인지 꼼꼼하게 따집니다. 주요 백화점은 브랜드의 위상, 매출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입점 층 및 규모를 결정하거든요.

[명품의 향기] 名品 '특별대접' 안하는 프랑스 백화점
이 때문에 ‘어디에 어떤 크기로 있느냐’는 것은 대부분 그 브랜드의 ‘급’을 말해줍니다. 주요 명품 브랜드의 매장은 주로 눈에 잘 띄는 백화점 1층에 자리잡습니다. 백화점들은 이를 통해 자사가 유치한 명품 브랜드의 급을 과시하고 충성 고객들은 물론 잠재적 소비자들을 유인합니다. 더 크고, 더 넓고, 더 화려한 명품 매장을 통해 ‘프리미엄 백화점’이란 이미지를 공고히 합니다.

명품 브랜드들은 이 같은 상황을 영리하게 활용합니다. 샤넬처럼 소위 ‘메가 브랜드’로 꼽히면 1~2층을 튼 플래그십 스토어 수준 복층 매장이 주어진다는 점을 잘 알고 있습니다. 이 같은 저간의 사정 때문일까요. 최근 방문한 봉마르셰는 신선한 충격이었습니다. 봉마르셰는 1852년 세워진 세계 최초의 백화점이자 프렝탕, 갤러리 라파예트와 함께 프랑스 3대 백화점으로 꼽히는 곳입니다.

봉마르셰는 이름만 대면 알 만한 유명 브랜드들도 단독 매장을 주지 않은 채 백화점 자체 편집매장에 배치했습니다. 알렉산더 맥퀸, 알렉산더 왕, 마크 제이콥스 등 영미권 신흥 명품 브랜드들은 죄다 편집매장에 밀어넣었어요. 샤넬, 프라다, 구찌, 랑방, 지방시 등의 브랜드에만 단독 매장을 준 깐깐한 곳이었습니다.

단독 매장이라고 해서 더 우대한 것도 아니었습니다. 샤넬 매장이나 지방시 매장이나 국내 백화점 매장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작은 크기였습니다. 통로 쪽으로 개방된 형태라 국내 백화점 매장 특유의 은밀하고 고압적인 분위기도 느낄 수 없었습니다.

[명품의 향기] 名品 '특별대접' 안하는 프랑스 백화점
이같이 소박한 배치가 가능한 이유는 단일 매장에 해당 브랜드의 의류, 구두, 가방 등 전 제품군을 진열하는 게 아니라 층별로 나눴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면 샤넬 의류는 1층 의류 코너에, 샤넬 구두는 2층 구두 코너에, 샤넬 핸드백은 3층 핸드백 코너에 진열하는 식으로 분산 배치합니다. 국내 백화점들도 봉마르셰의 방식을 참고한다면 지나치게 크고 화려한 명품 매장의 군살도 빠지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김선주 기자 sak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