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봄·여름(S/S)파리패션위크
에드가 드가, 클로드 모네, 오귀스트 르누아르, 조르주 쇠라, 페르디낭 들라크루아, 장 오귀스트 도미니크 앵그르 등 미술사에 획을 그은 화가를 다수 배출한 유서 깊은 미술 학교다.
올해 125주년을 맞이한 프랑스 명품 브랜드 랑방은 내년 봄·여름 신제품 발표를 겸한 축하연 장소로 이곳을 선택했다. 랑방은 최근 폐막한 ‘2015 봄·여름(S/S) 파리패션위크’에서 20세기와 21세기 여성들을 아우르는 다양한 작품을 선보였다.
패션쇼장 안에서는 턱시도 재킷을 말쑥하게 차려입은 젊은 남성들이 관람객에게 화이트 와인과 팝콘을 권했다. 보그 미국판 편집장인 안나 윈투어, 프랑스 영화배우 카트린 드뇌브, 영화배우 오드리 헵번의 손녀이자 모델인 엠마 페러, 미국 가수 카니예 웨스트와 그의 부인 킴 카다시안 등 유명인들이 참석했다.
수석 디자이너 알버 엘바즈는 ‘올 오어 나싱(All or Nothing)’이란 주제로 여성미를 극대화한 다양한 제품을 선보였다. 인종과 체형에 상관없이 모든 여성이 행복하게 입을 수 있는 옷을 만들겠다는 생각에서다. 특히 신체의 곡선을 따라 흘러 발목까지 떨어지는 긴 드레스는 랑방 특유의 우아함을 잘 드러냈다는 평을 받았다.
레이스를 적극 활용한 상·하의, 리본·크리스털·진주 장식도 100년 넘게 랑방이 고수해 온 낭만적인 여성상을 현대적으로 재현하는 데 한몫했다. 무채색이 주된 색상이었으나 옐로, 골드, 레드 등 화려한 색상도 가미했다. 20세기를 관통해 21세기 여성들을 표현한 이번 쇼를 진두지휘한 엘바즈는 쇼가 끝난 뒤에도 오랫동안 관람객의 기립 박수를 받았다.
보그 인터내셔널판 에디터 수지 멘키스는 “엘바즈가 만든 랑방의 125번째 생일 축하 선물은 21세기 여성들을 위한 ‘패션 부케’”라며 “랑방을 대표하는 20세기의 잔향을 현대적으로 해석했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랑방은 디자이너 잔느 랑방이 1889년 설립한 프랑스 브랜드다. 랑방은 낭만적이면서도 우아하고, 화려하면서도 절제된 파리 패션을 대표하는 브랜드로 손꼽히고 있다. 잔느 랑방의 대표작은 1920년대를 풍미한 이브닝 드레스 로브 드 스틸이다. 당시 유행했던 직선 실루엣의 슈미즈 드레스 대신 상체 부분은 몸에 꼭 끼게, 하체는 아래로 넓게 퍼지는 발목 길이 스커트로 처리한 제품이다. 꽃, 리본, 기하학적인 아르데코 디자인 문양 등도 랑방을 상징하는 것 중 하나다. 랑방의 국내 판권은 현대백화점 계열 한섬이 갖고 있다.
파리=김선주 기자 sak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