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추가 양적완화(QE)에 나서기로 하면서 국내 증시에도 수출주(株)를 중심으로 부정적 영향이 미칠 것이란 전망이 제기됐다. 엔화 약세가 심화되면서 수출기업들의 가격 경쟁력이 훼손될 것이란 우려에서다.

3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일본은행(BOJ)은 이날 열린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추가 양적완화를 결정했다. 1년간 매입하는 자산을 현재의 약 60조~70조 엔에서 80조 엔으로 늘려 시중 자금량을 확대키로 했다.

이와 함께 1년 간 매입하는 장기국채 금액을 현재의 약 50조 엔에서 80조 엔으로 늘리기로 했다.

일본의 이같은 추가 양적완화는 엔화 약세를 더욱 부추길 것으로 예상된다. 당장 BOJ 회의 결과가 나온 이날 엔·달러 환율은 110.12엔을 기록해 6년래 최저수준으로 하락했다.

윤창용 신한금융투자 경제분석 팀장은 "미국은 양적완화를 끝낸데 반해 일본과 유럽은 계속해서 돈을 풀면서 글로벌 유동성을 공급하고 있다"며 "하지만 일본의 추가 양적완화는 엔저 현상을 가속화시켜 국내 증시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엔화 약세로 일본 기업들의 가격 경쟁력은 높아지는 반면 국내 수출기업들의 경쟁력이 훼손된다는 게 윤 팀장의 지적이다.

특히 자동차 업종에서는 엔화 약세에 따른 파장이 강하게 나타날 수 있다고 그는 전망했다.

실제 이날 오후 2시30분 현재 유가증권시장에서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등 자동차 대표주들은 1% 넘게 하락하고 있다.

소재용 하나대투증권 경제분석 팀장도 "엔화 약세는 미 달러화 강세와 더불어 내년 상반기까지 계속될 것"이라며 "내년 1분기 달러당 115엔까지 오른 뒤 2분기엔 미국 금리 인상 시기와 맞물려 변동성이 커질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소 팀장은 이같은 엔화 약세가 조정에서 벗어나려는 국내 증시에 찬물을 끼얹을수 있다고 우려했다. 조정 기간이 더 길어질 수 있는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김영준 SK증권 주식 담당 차장은 "환율 측면에서 보면 부정적 영향이 더 크다"면서도 "최근 시장의 초점이 과거처럼 통화정책에 집중되는 게 아니라 재정정책에 무게를 싣고 있어 장이 급변하진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권민경 기자 k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