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큰손들과 '투자클럽'…해외 대체투자 위험 줄인다
국내 연기금들의 ‘글로벌 투자클럽’ 조성이 본격화되고 있다. 지난달 한국투자공사(KIC)가 다른 국부펀드들과 협의체를 구성한 데 이어 이번엔 한·미 교직원연금 공동 펀드가 등장했다. 벤처펀드들도 해외 펀드와 공동기금 조성에 나서고 있어 ‘글로벌 투자 클럽’ 설립은 가속화될 조짐이다. 글로벌 투자경험이 많은 대형기금과 제휴, 해외에서 안정적인 수익을 내겠다는 ‘제3의 대체투자’ 방식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해외투자 비중 급증

국민연금을 비롯한 주요 연기금은 국내에서 해외로, 주식·채권에서 대체상품으로 투자대상을 적극 확대 중이다. 금리는 낮아지는 데다 주식시장은 장기박스권에 갇혀 있기 때문이다. 특히 교직원공제회처럼 회원들에게 돌려줘야 할 이자율(5~5.5%)이 높은 기관들은 안정된 수익을 올릴 수 있는 투자상품을 찾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교직원공제회만 해도 2010년 3240억원(전체 자산 대비 2.7%)이던 해외 투자액이 올 6월 말 3조2592억원(19.7%)으로 늘어났다. 4년간 10배가량 증가한 셈이다. 올초엔 해외투자부를 신설했다. 올해 해외 투자액은 4조원을 웃돌 전망이다. 그간 공제회들의 해외 투자는 뉴욕 등 도심에 있는 상업용 오피스 빌딩에 집중됐으나 최근엔 셰일가스 등 자원과 사모펀드(PEF)로도 영역을 넓히고 있다.

투자규모가 늘어나면서 원금 손실 위험도 커졌다. 공무원연금은 2010년 미국 맨해튼 아파트 개발에 자금을 위탁해 투자했다가 수백억원을 날린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해외기관과 손을 잡자는 ‘아이디어’는 이 같은 맥락에서 나왔다. 교직원공제회와 1조 펀드를 조성하기로 한 미국교원퇴직연금(844조원)처럼 운용 자산이 거대한 기관과 공동 투자하게 되면 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제3의 해외 대체투자’

‘투자 클럽’ 조성을 통한 해외 투자는 정책금융공사가 가장 먼저 선보였다. 국내 중견·중소기업이 해외에 진출할 때 자금을 지원해 줄 목적으로 작년 7월 중동(GIC), 호주(QIC), 중국(장쑤성 정부)의 국부펀드들과 5억8000만달러 규모의 글로벌 협력펀드를 결성했다.

KIC는 지난달 세계 국부펀드들과 협의체를 구성하기도 했다. 한 운용업계 관계자는 “국민연금도 해외에서 조 단위 투자를 할 때엔 단독으로 움직이기보다는 다른 해외 기관과 손잡는 경우가 많다”며 “투자후보군을 공유하면서 함께 심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연기금 내부의 복잡한 투자 결정 과정도 해외 기관과 공동 펀드를 조성하는 또 다른 배경이다. 투자 한 건을 결정하려고 해도 매번 교수 등 외부 위원들로 구성된 자산운용위원회를 열어야 하는데 공동 펀드를 조성해 놓으면 이 같은 번거로움이 줄어든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