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조물은 괴물이 아닌 살아 있는 존재로서 무대의 중심에 선다. 극은 다른 작품에선 중간쯤 등장하는 ‘피조물이 탄생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피조물이 갓 태어난 동물처럼 홀로 서고, 생명을 자각하고, 흉측한 외모로 인간 세상에서 쫓겨나고, 숲속에서 스승을 만나 언어와 문화를 배우고 지식을 습득하며 인간으로 거듭나는 과정을 그리는 데 공연 시간의 절반 이상을 쏟는다.
피조물이 원죄와 사랑뿐 아니라 파괴와 복수의 개념까지 인류의 역사를 서술한 책을 통해 배우는 점이 흥미롭다. 그는 스승의 가족에게 배신당하자 ‘책에서 배운 대로’ 인간처럼 복수를 감행한다. 피조물의 원망은 이제 그를 창조하자마자 내팽개친 창조주 프랑켄슈타인에게 향한다.
극은 피조물의 시각과 몸짓, 언어로 생명과 삶에 대한 본질적이고 실존적인 질문과 문제들을 풀어놓는다. 피조물 역을 맡은 배우 박해수의 혼신을 다한 열연에도 지루한 감이 없지 않았던 전반부와 달리 후반부는 갈등과 충돌, 배신과 복수가 숨가쁘게 전개되며 긴박감이 넘친다.
원작에서 생략 또는 축소되거나 더 나아간 부분들에선 호불호가 갈릴 듯싶다. 피조물이 창조주의 지식을 습득해 그만의 세계를 만들어내는 결말은 동시대성을 부각시킨 은유로 보이지만 개연성이 떨어진다. 주제의식을 흩뜨려 놓는 느낌이다.
인간이 새롭게 합성해 만들어낸 인조물인 비닐로 감싼 창의적이고 은유적인 무대가 독특하고 참신하다. 상당히 공들인 무대다. 박해수와 엘리자베스 역을 맡은 전경수의 연기가 돋보인다. 다만 전체적으로 연기의 균형이 잘 맞았는지는 의문이다. 공연은 내달 9일까지, 3만~6만원.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