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업계가 이처럼 빠르게 변화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다양성’입니다. 수많은 제조사와 앱 개발자들이 모바일 산업계를 역동적으로 만들며 끊임없이 발전시켜온 거죠.”

안토니오 비아나 ARM 커머셜·글로벌개발담당 사장(사진)은 “모바일산업이 몇 개의 브랜드로 도배된 PC산업을 빠르게 추월할 수 있었던 이유”라며 “사물인터넷(IoT) 시대에도 열린 생태계를 조성하는 사업자가 승기를 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ARM 신제품 발표를 위해 방한해 28일 서울 코엑스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인터뷰에 응했다.

영국 기업인 ARM은 인텔과 함께 양대 글로벌 반도체 설계업체로 꼽힌다. 칩 설계부터 생산, 판매까지 하는 인텔과 달리 설계에만 집중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348개 고객사와 1000건 이상의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 이를 통해 1990년 창업 이후 출하된 ARM 기반 프로세서는 500억개 이상. 라이선스 비용으로만 지난해 11억1700만달러(약 1조9974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세계 스마트폰의 95% 이상, 노트북과 태블릿PC의 50% 이상에 ARM 코어텍스-A 프로세서가 내장됐다. 퀄컴 삼성전자 하이실리콘(화웨이 자회사) 미디어텍 등 메이저 칩 제조사는 물론 설계 분야 경쟁 업체인 인텔도 고객사다. 비아나 사장은 “ARM이 생산까지 맡아 경쟁에 뛰어들면 사업모델 자체가 붕괴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대규모 생산시설 투자 대신 3300명가량의 엄선된 인재에 투자하는 것이 ARM의 유일한 비용 지출”이라고 말했다.

ARM이 최근 역량을 집중하는 분야는 IoT다. 지난 8월에는 IoT 전문 소프트웨어 기업 ‘센시노드’를 인수해 소형 스마트 가전에 적용할 수 있는 모바일 칩을 디자인하고 있다. 비아나 사장은 “IoT 시대 ARM의 궁극적 목표는 표준화된 아키텍처를 만들어 데이터를 일관되게 취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며 “가장 피하고 싶은 시나리오는 IoT 장치마다 서로 규격이 달라 ‘사일로(silo·고립)’ 현상이 생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비아나 사장은 “모바일산업과 마찬가지로 ‘열린 생태계’를 만들어야 IoT 시장을 이끌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보영 기자 w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