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기 반년前부터 셋집 구하기…봄·가을 이사철 사라질 판
가격 잠시 떨어지는 신규입주 대단지 '문전성시'
주택 전세 물량이 크게 줄어들면서 최근 전세시장에서 나타나고 있는 새 풍속도다. 저금리가 장기화하면서 전세의 월세 전환 속도가 빨라지고 있어 이 같은 흐름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늘어나는 재계약·반전세
연 2% 선으로 떨어진 초저금리가 부동산 임대 패턴을 바꾸고 있다. 먼저 전세 가격 급등 속에 보증금 인상분을 월세로 전환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서울·수도권 중개업소에 따르면 재계약의 절반 정도가 반전세 형태다. 서울 강남은 물론 불광동 등 강북지역 중개업소에도 반전세 상품이 증가세다. 불광동 K공인 관계자는 “대단지에서 전세 물량이 10가구 이내로 줄어든 것은 올해가 처음”이라며 “그러다 보니 세입자들도 올라간 전세 인상분을 어쩔 수 없이 월세로 돌리고 있다”고 말했다.
기존 집을 재계약하는 비중도 크게 높아졌다는 게 중개업계 설명이다. 서울 반포동 래미안퍼스티지 내 래미안그린공인 관계자는 “계약 시점에 세입자에게 전화하면 십중팔구는 기존 집에 살겠다는 반응”이라며 “2년 전만 해도 50%가량은 다른 집으로 전세를 갈아탔는데 올해는 70% 이상이 기존 집주인과 재계약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용 59㎡ 내외 소형 아파트의 월세 전환 속도가 전용 85㎡ 초과 주택보다 두 배 정도 빠른 것도 특징이다. 잠실동 잠실사랑공인 정찬일 사장은 “전세를 월세로 돌리려면 먼저 집주인이 전세금을 세입자에게 돌려줘야 한다”며 “전세금 규모가 커 돌려주기 부담스러운 중대형보다 반환 금액이 적은 소형부터 월세로 바꾸려는 집주인이 많다”고 설명했다.
김희선 알투코리아 전무는 “집주인이 전세 상승분을 월세로 돌리면 수익이 좋아 ‘전세의 월세화 현상’이 가속화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6개월 전부터 전세 구하는 임차인
이사철이라는 개념도 사라지고 있다. 전세 물량이 부족해 세입자들이 사시사철 셋집 찾기에 나서고 있어서다. 계약 만료 6개월을 앞두고 동네 중개업소를 수시로 드나드는 게 일상이다. 최근 정릉에서 전세를 구한 K씨는 “중개사와 친분을 쌓았더니 임대 물량이 나올 때마다 자연스럽게 우선 선택권을 받았다”며 “외국에 사는 집주인은 상대적으로 가격을 적게 올려 비교적 저렴하게 전세를 구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입주물량이 한꺼번에 몰려 일시적으로 전셋값이 떨어지는 지역을 공략하는 세입자들도 늘고 있다. 정숙희 KDB대우증권 부동산전문위원은 “3885가구가 들어선 아현뉴타운 ‘마포 래미안 푸르지오’와 그 일대 ‘공덕 래미안’은 잠시 전셋값이 떨어졌다”며 “왕십리 청량리 전농 등에서도 대량 입주 물량이 있으니 적극적으로 찾아보라”고 조언했다.
신혼부부라면 셋집의 범위를 아파트로 한정짓지 말고 도시형생활주택이나 오피스텔 등으로 넓히는 것도 방법이라는 주문이다. 오피스텔 등은 세간살이가 다 갖춰진 풀옵션이어서 주거비도 아낄 수 있다. 홍주연 솔렉스마케팅 부장은 “다세대·다가구주택 등은 아파트에 비해 보증금을 다 돌려받지 못할 위험이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진수/이현진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