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임금 판결 혼란] 大法 기준 안따른 하급법원…"퇴직자에 안준 상여금도 통상임금"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대법 '통상임금 가이드라인' 이후 판결 13건 보니
르노삼성 소송 재판부 '고정성' 달리 해석
"소급청구 가능" "안된다" 3 對 2로 엇갈려
르노삼성 소송 재판부 '고정성' 달리 해석
"소급청구 가능" "안된다" 3 對 2로 엇갈려
지난해 노사관계의 핵심 현안은 ‘통상임금’이었다. ‘정기상여금이나 복리후생비 등 비정기적으로 지급하는 급여도 통상임금에 포함시킬 수 있느냐’ 여부를 두고 노동계와 경영계가 첨예하게 맞붙었다. 논란이 커지자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작년 12월18일 ‘가이드라인’을 내놨다. 향후 통상임금과 관련한 각 재판부의 판단 기준을 제시한 것이다.
그로부터 10개월여 뒤, 통상임금 관련 논란은 잠잠해졌을까. 본지 분석에 따르면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에도 일선 법원의 통상임금 판단 기준은 제각각이었다. 논란의 불씨를 잠재우기보다 오히려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제각각인 ‘고정성’ 판단기준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정기상여금 등이 통상임금에 포함되는 기준을 세 가지로 제시했다. △지급시기가 1개월이 넘더라도 정기적으로 지급했는지(정기성) △가족수당·직무수당처럼 일정 요건을 갖추면 지급했는지(일률성) △지급대상과 지급액을 사전에 제시해놓고 재직·퇴직 여부에 관계없이 지급했는지(고정성) 등을 충족하면 통상임금에 포함된다는 것이다.
세 가지 요건 중 법원 판단의 핵심 기준은 ‘고정성’이다. 예를 들어 두 달에 한 번 지급하는 정기상여금이 있다고 치자. 지급 시점에서 재직 중인 근로자에게만 주고, 중도 퇴직한 사람에게 주지 않는다면 ‘고정성’이 없어 통상임금이 아니라는 게 대법원 가이드라인이다.
지난 1월부터 8월까지 7건의 소송에서 법원은 이 기준을 엄격히 적용했다. 지난 6월 서울남부지방법원은 대한항공의 통상임금 소송에서 ‘2개월마다 지급하는 정기상여금의 경우 15일 이상 결근하면 지급하지 않았다’며 통상임금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이달 10일 부산지법은 르노삼성자동차 소송에서 ‘사측이 2개월마다 지급하는 정기상여금을 중도 퇴직자에게 지급하지 않았지만, 고정성이 없다고 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오태환 법무법인 화우 변호사는 “이전 판결들이 근로자의 재직 여부를 따져 고정성을 판단한 반면 르노삼성 소송 재판부는 고정성을 달리 판단했다”며 “이 판결을 근거로 노동계가 더 많은 소송을 낼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소급청구 가능 여부도 엇갈려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될 경우, 근로자들이 이전 3년치(임금채권 청구기간) 미지급분을 소급 청구할 수 있느냐에 대한 법원 판단도 갈린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이에 대해 ‘중대한 경영상의 어려움을 초래할 경우 소급청구를 할 수 없다’고 명시했다. 올해 4~5월 (주)누벨, 한국GM 소송 재판부는 이를 인정했다. 한국GM 소송의 경우 ‘연 700%의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시키면 임금인상률이 과도하다’며 소급청구를 불허했다.
그러나 비슷한 시기 3건의 소송 담당 재판부는 반대의 판결을 내렸다. 지난 7월 광주도시철도공사 소송에서 재판부는 ‘회사가 2012년 340억원, 작년 364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냈고,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시키면 인건비가 급증할 수 있지만 중대한 경영상 어려움에 처하는 건 아니다’고 판시했다. 이철행 전국경제인연합회 고용노사팀장은 “‘중대한 경영상 어려움’에 대한 판단이 제각각이어서 기업 입장에선 혼선을 빚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태명/양병훈 기자 chihiro@hankyung.com
그로부터 10개월여 뒤, 통상임금 관련 논란은 잠잠해졌을까. 본지 분석에 따르면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에도 일선 법원의 통상임금 판단 기준은 제각각이었다. 논란의 불씨를 잠재우기보다 오히려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제각각인 ‘고정성’ 판단기준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정기상여금 등이 통상임금에 포함되는 기준을 세 가지로 제시했다. △지급시기가 1개월이 넘더라도 정기적으로 지급했는지(정기성) △가족수당·직무수당처럼 일정 요건을 갖추면 지급했는지(일률성) △지급대상과 지급액을 사전에 제시해놓고 재직·퇴직 여부에 관계없이 지급했는지(고정성) 등을 충족하면 통상임금에 포함된다는 것이다.
세 가지 요건 중 법원 판단의 핵심 기준은 ‘고정성’이다. 예를 들어 두 달에 한 번 지급하는 정기상여금이 있다고 치자. 지급 시점에서 재직 중인 근로자에게만 주고, 중도 퇴직한 사람에게 주지 않는다면 ‘고정성’이 없어 통상임금이 아니라는 게 대법원 가이드라인이다.
지난 1월부터 8월까지 7건의 소송에서 법원은 이 기준을 엄격히 적용했다. 지난 6월 서울남부지방법원은 대한항공의 통상임금 소송에서 ‘2개월마다 지급하는 정기상여금의 경우 15일 이상 결근하면 지급하지 않았다’며 통상임금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이달 10일 부산지법은 르노삼성자동차 소송에서 ‘사측이 2개월마다 지급하는 정기상여금을 중도 퇴직자에게 지급하지 않았지만, 고정성이 없다고 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오태환 법무법인 화우 변호사는 “이전 판결들이 근로자의 재직 여부를 따져 고정성을 판단한 반면 르노삼성 소송 재판부는 고정성을 달리 판단했다”며 “이 판결을 근거로 노동계가 더 많은 소송을 낼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소급청구 가능 여부도 엇갈려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될 경우, 근로자들이 이전 3년치(임금채권 청구기간) 미지급분을 소급 청구할 수 있느냐에 대한 법원 판단도 갈린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이에 대해 ‘중대한 경영상의 어려움을 초래할 경우 소급청구를 할 수 없다’고 명시했다. 올해 4~5월 (주)누벨, 한국GM 소송 재판부는 이를 인정했다. 한국GM 소송의 경우 ‘연 700%의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시키면 임금인상률이 과도하다’며 소급청구를 불허했다.
그러나 비슷한 시기 3건의 소송 담당 재판부는 반대의 판결을 내렸다. 지난 7월 광주도시철도공사 소송에서 재판부는 ‘회사가 2012년 340억원, 작년 364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냈고,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시키면 인건비가 급증할 수 있지만 중대한 경영상 어려움에 처하는 건 아니다’고 판시했다. 이철행 전국경제인연합회 고용노사팀장은 “‘중대한 경영상 어려움’에 대한 판단이 제각각이어서 기업 입장에선 혼선을 빚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태명/양병훈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