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모뉴엘 수출현장엔 아무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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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후 경제부 기자 hu@hankyung.com
“한국무역보험공사가 끊어준 보증서를 담보로 대출해준 것이어서 실제 수출인지 여부는 무역보험공사가….”(은행들)
“보증서는 은행에서 받은 서류를 근거로 발행한 겁니다. 수출 현장은 은행들이 가서 확인했어야….”(무역보험공사)
“모뉴엘이란 회사가 있다고요? 뭐 만드는 곳인가요?”(산업통상자원부)
본지 보도로 드러난 모뉴엘 사태의 정확한 원인과 책임 소재를 후속 취재할수록 점입가경이었다. 모뉴엘은 설립된 지 10년 만인 지난해 매출 1조2737억원, 영업이익 1104억원을 기록한 혁신 가전업체였다.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인 빌 게이츠가 주목한 회사였지만 지난 20일 돌연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해 큰 파장을 일으켰다. 은행 대출금을 갚을 능력이 없었기 때문이다.
은행들이 대출한 금액은 모두 6768억원. 무역보험공사가 발급한 선적후신용보증서를 담보로 모뉴엘에 돈을 빌려줬다. 무역보험공사는 은행들에서 받은 수출실적증명서와 모뉴엘의 거래내역이 담긴 통장사본을 근거로 3200억원에 이르는 보증서를 발급했다.
기업들의 수출 실적을 집계해 발표하는 산업부는 첫 보도가 나간 지난 22일 모뉴엘이란 회사 존재를 기자에게 되물었다. 매출의 80%인 연간 1조원 가까운 금액을 수출한 기업이지만 산업부는 깜깜이었다.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기에만 바빴지 어디에서 구멍이 생겼는지에 대해선 납득할 만한 진지한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3자 간 책임공방을 보면서 분명해진 건 따로 있었다. 1조2000억원대 매출 기업이 하루아침에 나가 떨어질 때까지 위험을 감지한 곳이 없었다는 점이다. 모뉴엘이 제출한 수출 실적 장부만 철썩같이 믿고 보증서주고, 대출해주고, 국가 수출통계를 내왔던 것이다. 급증하는 모뉴엘의 수출 금액을 한 번이라도 의심해봤더라면, 수출품을 실은 컨테이너선을 현장 실사해봤더라면 사태를 막을 수 있었다는 게 회계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수천억원의 수출금융을 취급하면서도 은행, 무역보험공사, 산업부는 서류만 돌려봤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기초적인 업무를 소홀히 한 3자가 또 어떤 변명을 내놓을지 걱정된다.
김재후 경제부 기자 hu@hankyung.com
“보증서는 은행에서 받은 서류를 근거로 발행한 겁니다. 수출 현장은 은행들이 가서 확인했어야….”(무역보험공사)
“모뉴엘이란 회사가 있다고요? 뭐 만드는 곳인가요?”(산업통상자원부)
본지 보도로 드러난 모뉴엘 사태의 정확한 원인과 책임 소재를 후속 취재할수록 점입가경이었다. 모뉴엘은 설립된 지 10년 만인 지난해 매출 1조2737억원, 영업이익 1104억원을 기록한 혁신 가전업체였다.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인 빌 게이츠가 주목한 회사였지만 지난 20일 돌연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해 큰 파장을 일으켰다. 은행 대출금을 갚을 능력이 없었기 때문이다.
은행들이 대출한 금액은 모두 6768억원. 무역보험공사가 발급한 선적후신용보증서를 담보로 모뉴엘에 돈을 빌려줬다. 무역보험공사는 은행들에서 받은 수출실적증명서와 모뉴엘의 거래내역이 담긴 통장사본을 근거로 3200억원에 이르는 보증서를 발급했다.
기업들의 수출 실적을 집계해 발표하는 산업부는 첫 보도가 나간 지난 22일 모뉴엘이란 회사 존재를 기자에게 되물었다. 매출의 80%인 연간 1조원 가까운 금액을 수출한 기업이지만 산업부는 깜깜이었다.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기에만 바빴지 어디에서 구멍이 생겼는지에 대해선 납득할 만한 진지한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3자 간 책임공방을 보면서 분명해진 건 따로 있었다. 1조2000억원대 매출 기업이 하루아침에 나가 떨어질 때까지 위험을 감지한 곳이 없었다는 점이다. 모뉴엘이 제출한 수출 실적 장부만 철썩같이 믿고 보증서주고, 대출해주고, 국가 수출통계를 내왔던 것이다. 급증하는 모뉴엘의 수출 금액을 한 번이라도 의심해봤더라면, 수출품을 실은 컨테이너선을 현장 실사해봤더라면 사태를 막을 수 있었다는 게 회계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수천억원의 수출금융을 취급하면서도 은행, 무역보험공사, 산업부는 서류만 돌려봤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기초적인 업무를 소홀히 한 3자가 또 어떤 변명을 내놓을지 걱정된다.
김재후 경제부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