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금융사들의 경쟁력과 수익성은 해외 금융사들에 비해 계속 낮아지고 있다. 국내에서의 자산 불리기, 비슷한 영업 형태로 인한 ‘제살 깎아먹기’ 경쟁이 지금의 상황을 불러왔다는 진단이다.

경제 규모 대비 금융업의 규모를 보면 한국 금융사들은 수치상으로는 다른 나라와 비슷한 수준으로 성장한 것으로 나타난다.
[경제 대도약] 해외수익 비중, 1위 신한은행 6.5% 불과
지난해 뱅커지 선정 세계 100대 은행에 포함된 6개 국내 대형 금융사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총자산 합계 규모는 1.38배로 다른 국가 금융사 평균치인 1.41배와 비슷하다. 외형적인 규모는 그럴듯하다는 얘기다.

하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문제점이 많다. 외국 은행들은 해외 수익 비중을 계속 늘려간 반면 한국 은행들은 국내 시장에서의 경쟁에 몰두하고 있다.

국내 은행들의 해외 진출 실적은 저조한 수준이다. 한국과 경제규모에서 크게 차이 나지 않는 호주와 비교해보면 적지 않은 격차가 확인된다.

호주의 4대 은행그룹인 NAB, 웨스트팩, 커먼웰스, ANZ의 해외수익 비중은 각각 26.5%, 9.8%, 14.1%, 29.1%에 달한다. 반면 국내은행은 신한 6.5%(2014년 1분기 기준), 우리 4.1%, 국민 2.0%로 바닥을 기고 있다. 국내 은행들의 총자산 대비 해외자산 비중도 지난해 6월 말 기준 4.3%에 불과하다.

‘제로’에 가까운 기준금리로 고전 중인 일본 은행들도 국내에서의 힘든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해외 진출을 확대하고 있다. 일본 은행들의 국내 영업이익은 저금리에 따른 예대마진 축소로 줄어드는 상황이지만 해외 영업이익이 이를 만회하고 있다. 일본 은행의 총 영업이익 대비 해외이익 비중은 약 20%에 근접한 상태다.

그렇다고 한국 은행들이 국내에서 내실 있는 영업을 한 것도 아니다. 한국 은행들은 2000년대 초반 이후 명목 GDP 증가율을 크게 웃도는 수준으로 대출 증가율을 높여 나갔다.

이에 따라 국내 은행의 총자산 대비 원화대출 비중은 2000년 3월 말 40.4%에서 지난해 6월 말 61.5%로 증가했다.

한국 은행들이 국내 대출시장 안에서 과도한 외형 경쟁을 지속한 결과 ‘우물 안 개구리’식 경쟁이 심화됐다는 진단이 나온다.

국내 대형은행과 사업구조가 비슷한 해외은행들의 총자산순이익률(ROA)을 봐도 싱가포르 1.36%, 미국 1.26%, 캐나다 1.08%, 스웨덴 1.0%로 한국의 0.68%와는 차이가 크다. 글로벌 50대 은행의 평균 ROA가 0.9%, 자기자본이익률(ROE)이 9.7%인 데 비해 국내 은행은 각각 0.37%, 4.91%에 불과하다. 이 같은 격차는 더 벌어질 것이란 전망이다. 작년 50대 은행은 이익 규모가 전년보다 평균 10.3% 증가했지만 국내 은행은 -28.6%로 뒷걸음질쳤다.

김우진 한국금융연구원 금융산업연구실장은 “저금리가 장기화되고 국내에서 제살 깎기식 경쟁이 심화돼 은행들의 수익성이 시간이 지날수록 악화되고 있다”며 “해외 진출을 포함해 환경변화에 맞는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는 일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박한신 기자 hansh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