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부처의 세종시 이전 과정에서 뇌물을 받고 특정 업체에 수억원대의 집기류 납품 계약을 몰아준 공무원들이 경찰에 적발됐다.

서울지방경찰청 수사과는 정부 부처에 납품하게 해주는 대가로 수천만원 상당의 금품과 향응을 받은 혐의(뇌물수수)로 보건복지부 9급 공무원 진모씨(38)를 구속하고 같은 부처의 5급 공무원 박모씨(37) 등 납품 담당 공무원 3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22일 발표했다.

복지부 물품 구매 담당인 진씨는 지난해부터 최근까지 가구 유통업체 V사로부터 2800만원을 받고 6억원 상당의 가구와 파티션 등을 납품하게 하는 등 2009년부터 5년 동안 가구 유통업체 3곳과 재물조사 대행업체로부터 7150만원을 받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진씨에게 뇌물을 건넨 업체들은 이 기간 8억2000만원 상당의 물량을 복지부에 납품했다.

경찰 수사 결과 정부 부처 세종시 이전으로 사무용 가구 수요가 크게 늘 것으로 예상한 가구 유통업체들은 ‘대목’에 대비해 수년 전부터 진씨에게 뇌물을 준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12월 복지부가 세종시로 이전할 당시 새로 구입한 가구는 복지부 전체 가구의 30% 상당이며 진씨에게 뇌물을 건넨 특정업체 한 곳이 납품을 독식했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박씨는 진씨와 함께 서울 역삼동에 있는 유흥주점에서 재물조사 업체로부터 10차례에 걸쳐 750만원 상당의 향응을 접대받았고, 7급 공무원 김모씨(35·여)는 가구 유통업체로부터 100만원 상당의 가죽소파를 뇌물로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이와 함께 공정거래위원회 7급 공무원 최모씨(41)에 대해서도 지난해 1월 V사로부터 현금 300만원과 650만원 상당의 가구를 뇌물로 받고 해당 업체에 4억원 규모의 납품 계약을 몰아준 혐의를 잡아 수사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세종시로 이전한 다른 정부부처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있는지 수사를 확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홍선표 기자 ricke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