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0년 동안 세계 공룡학계의 최대 수수께끼였던 데이노케이루스의 실체가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의 이융남 지질박물관장 연구팀에 의해 밝혀졌다. 데이노케이루스는 1965년 몽골 고비사막에서 2.4m에 달하는 거대한 양 앞발 화석이 폴란드 연구팀에 의해 발견돼 세상에 처음 알려졌다. 하지만 몸체를 비롯한 다른 부분의 화석은 발견되지 않아 어떤 모습의 공룡일지 베일에 가려 있었다. 데이노케이루스는 그리스어로 ‘독특한 무서운 손’이란 뜻이다.

다국적 과학자들로 구성된 이 관장 연구팀은 경기 화성시가 지원한 ‘한국·몽골 국제공룡탐사’ 프로젝트(2006~2011년)를 통해 2009년 몽골 남부 고비사막에서 데이노케이루스의 몸체 화석을 발견했고, 올해 5월1일 도굴로 분실됐던 머리뼈와 발뼈까지 되찾으면서 세계 최초로 데이노케이루스 전체 모습을 복원하는 데 성공했다. 연구 결과는 논문 형태로 23일자 과학전문저널 네이처에 실렸다. 국내 고생물학계의 연구 성과로는 처음이다.

22일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 관장은 “데이노케이루스는 거대한 크기의 앞발 때문에 티라노사우루스보다 더 크고 흉포한 육식 공룡일 것이라는 추측이 나오기도 했다”며 “하지만 실제 데이노케이루스는 타조공룡류에 속하는 잡식 공룡이었다”고 설명했다. 타조공룡은 머리는 작고 목이 긴 공룡을 말한다. 전체 길이는 약 11m, 몸무게는 약 6.4t으로 티라노사우루스와 비슷한 크기다. 앞발은 1m인 티라노사우루스보다 두 배가량 길다.

거대한 앞발과 발톱은 다른 공룡을 공격하는 용도보다는 식물을 파고 모으기 위해 쓰인 것으로 추정됐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