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880가구 단지로 재건축이 추진되는 서울 잠실 주공5단지 전경. 한경DB
6880가구 단지로 재건축이 추진되는 서울 잠실 주공5단지 전경. 한경DB
“단지 전체가 뒤숭숭합니다. 재건축 추진을 위해 정비업체와 특수 설계업체까지 뽑아 놨는데 (재건축) 조합장이 구속되면서 (사업 추진을) 불안해하는 주민이 많습니다.”(서울 잠실 5단지 주민)

서울 잠실 주공아파트 단지의 마지막 재건축 사업지인 ‘잠실 주공5단지’가 술렁이고 있다. 조합장이 최근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되면서 사업 추진 동력이 떨어질지 모른다는 우려 때문이다. 주민들은 일부 주택형에서 추가분담금 없이 재건축하겠다던 조합장 약속이 무산될 것을 염려하고 있다. 정비계획 변경안에 따르면 현재 15층 3930가구인 이 단지는 용적률 319%가 적용돼 최고 50층 6880가구로 탈바꿈할 예정이다.

◆변경안 공람 뒤 일정 차질 우려

주택거래 19건 → 4건…매매가도 4천만원 '뚝'
19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잠실 주공5단지 재건축 조합장이 최근 정비사업 업체로부터 뒷돈을 받은 혐의로 구속되면서 향후 이곳 재건축 사업 일정의 차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오는 25일까지 진행되는 정비계획 변경안 공람 이후, 정비구역 변경 지정을 위한 송파구의회 및 송파구청 등과의 협의가 예정대로 추진될 수 있을지에 대한 걱정이다. 정비구역 변경 지정을 위해선 구청에 이어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거쳐야 한다. 조합 관계자는 “조합장이 구속돼 조사를 받고 있긴 하지만 사업 추진은 정상적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5단지 주민 김모씨(55)는 “대의원회를 열어 업무를 처리하고 싶어도 조합장 구속으로 의장이 없는 상태”라며 “조합원 10분의 1 이상 발의로 총회를 열 수는 있지만 비용이 많이 들어 매 안건을 총회에서 처리하긴 어렵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일부 주민들은 조합장이 내걸었던 공약이 무산될지 모른다는 불안감도 내비쳤다. 주민 박모씨(60)는 “전용 76㎡ 소유주가 107㎡를 분양받을 경우 추가분담금이 없도록 하겠다는 게 조합장 약속이었는데 2억원이 넘는 추가분담금이 들 것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어 불안하다”고 말했다.

○이달 들어 매매거래 급감

잠실 주공5단지 아파트 매매가격도 최근 하락세다. 지난달 중순 11억5000만원에 시세가 형성됐던 5단지 전용 76㎡는 현재 11억3000만원에 매물로 나와 있다. 잠실동 잠실박사공인 박준 대표는 “지난달 주공5단지에서 19건의 매물이 거래됐는데 이달 들어 거래건수는 4건에 불과하다”며 “9·1 부동산 대책 이후 아파트 시세가 오른 데 대한 가격 부담도 있지만 조합장 구속이 일부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분석했다.

일각에선 검찰이 조합장을 기소해 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받게 되면 해임 총회를 열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현재 조합 정관엔 조합장이 자리를 비우면 1차적으로 기존 조합장이 후임자를 지명하도록 돼 있다. 익명을 요구한 재건축 정비사업 전문 변호사는 “뇌물 사건은 사실관계를 파악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올해 안에 판결이 나오긴 어려울 것”이라며 “구청에서 조합과 협의 없이 정비계획 변경안을 그대로 진행하거나 당분간 사업을 보류시킬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곽창석 ERA코리아 부동산연구소장은 “사업이 잘 추진되던 재건축 단지 중 조합장 문제로 사업이 늦어지는 사례는 종종 발생했다”며 “이른바 ‘조합장 리스크’는 다른 추진 단지들도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동현 기자 3co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