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 회피에 관한 국제 규정이 강화되면서 세계에서 세 번째로 많은 자금을 조세피난처에 맡기고 있는 한국 기업도 긴장하고 있다.

최근 한국은행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대기업이 조세피난처로 송금한 금액은 821억달러를 넘어섰다. 이는 6년 새 210% 급증한 규모다. 같은 기간 개인 송금액은 16% 증가했고, 중소기업은 62% 줄었다. 대기업이 2007~2013년 7년간 조세피난처로 보낸 액수는 3466억달러에 달한다. 최근 환율로 환산하면 368조원 수준이다. 대기업이 조세피난처에서 송금받은 돈은 같은 기간 더 큰 폭으로 증가했다. 2007년 166억3000만달러에서 지난해 654억8000만달러로 290% 급증했다.

외국인으로 둔갑한 한국인이 조세피난처에 세운 해외법인을 이용해 증시에 투자하고 있다는 의혹도 커지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4월 말 기준 국내 증시 외국인 투자자 5명 가운데 1명은 조세피난처 설립 법인을 통해 투자하고 있다. 법인 등을 포함한 국내 등록 외국인 투자자 3만8437명 가운데 7626명이 55개 조세회피지역에서 투자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투자자는 케이맨제도가 2944명(7.7%)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룩셈부르크(1525명·4%), 홍콩(859명·2.2%), 영국령 버진아일랜드(748명·1.9%) 등 순이었다.

한국인이 조세피난처에 법인을 세우고 외국인 투자자로 국내 증시에 투자하는 것은 불법이 아니다. 문제는 이들이 한국 감독당국의 감시를 받지 않는다는 점을 악용해 주식을 서로 사고팔면서 주가를 올린 뒤 주식을 팔아 차익을 남기는 등 불공정거래를 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금감원은 조세피난처에 여러 개의 법인을 세우고 이를 이용해 주식시세를 조종하는 등 불공정거래를 할 경우 과징금을 부과하거나 검찰에 고발할 방침이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