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규·봉준호·김한민 등 가세…기존 제작자 설 땅 잃어
이 영화는 최 감독이 제작까지 겸하고 있다. 그는 아내 안수현 대표가 운영하고 있는 제작사 케이퍼필름의 오너다. 최 감독은 제작자로 돈을 많이 번 감독 중 한 명이다. 전작 ‘도둑들’에서 처음으로 제작까지 겸해 누적관객 1298만명(매출 938억원)을 모았다. 연출료 외에 제작사 지분으로 순이익의 40%인 90억여원을 챙겼다. 최 감독은 ‘암살’을 내년 여름에 개봉할 예정이다.
오는 12월에는 1000만명 이상 관객을 모은 ‘해운대’의 윤제균 감독이 직접 연출·제작한 ‘국제시장’이 개봉한다. 170억원을 투입한 이 영화는 부산 국제시장을 배경으로 근대화 시대 주역들의 파란만장한 삶을 그려낸다.
감독 겸 제작자의 전성시대다. 흥행 감독들이 제작사를 직접 세워 수익을 공유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올여름 극장가에서는 매출 100억원 이상 대작 4편 중 3편을 감독들이 직접 제작사를 세워 만들었다. ‘명량’의 김한민 감독과 ‘해무’의 봉준호 감독, ‘군도’의 윤종빈 감독이 그들이다.
‘최종병기 활’을 성공시킨 뒤 제작사 빅스톤픽쳐스를 세워 창립작으로 ‘명량’을 제작한 김 감독은 역대 최대인 1760만명을 모아 순이익의 40%인 약 140억원을 벌었다.
그러나 ‘괴물’로 종전 한국 흥행기록을 세웠던 봉 감독과 ‘범죄와의 전쟁’의 윤종빈 감독은 돈을 벌지 못했다. ‘해무’는 흥행에 참패했고, ‘군도’는 간신히 손익분기점을 맞췄다.
강제규, 김용화, 박진표, 김대우, 안병기 등 흥행감독들도 영화사를 세워 영화를 만들고 있다. 이들은 대부분 감독 자신이 연출과 제작을 겸한다.
제작자로도 가장 성공한 감독은 윤제균 감독이다. 그는 자신의 연출작뿐 아니라 다른 감독을 기용해 만든 영화들도 흥행에 성공했다. ‘7광구’는 손해를 봤지만, ‘내 깡패 같은 애인’ ‘하모니’ ‘퀵’ ‘댄싱퀸’ ‘스파이’ 등은 손익분기점을 넘기며 성공했다.
감독이 제작을 겸하면 장점이 많다. 흥행 수익을 나눠 가질 수 있다는 게 가장 크다. 감독이 제작자로서 여러 작품을 동시에 개발하면서 원하는 작품을 직접 선택할 수도 있다. 대형 투자배급사들도 흥행 감독이 직접 운영하는 제작사를 선호하고 있다.
이 때문에 기존 제작자들은 설 곳이 좁아지고 있다. 신선한 시나리오가 흥행 감독이 차린 제작사로 가기 때문이다. 제작자들이 감독과 차별화된 능력을 보유하지 못한 게 크다. 영화계 한 관계자는 “제작자는 뛰어난 기획력을 갖거나, 글로벌 프로젝트로 외국과 합작할 수 있는 역량을 쌓아야 한다”고 말했다.
유재혁 대중문화 전문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