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신 장군의 전승 스토리를 담은 영화 ‘명량’이 역대 최고의 흥행 기록을 세우면서 대중문화의 흥행원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기업 홍보도 ‘명량’처럼 흥행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홍보담당자라면 한 번쯤 고민하게 되는 주제다. 기업 홍보도 소비자의 관심과 감동을 이끌어내야 한다는 점에서 본질적으로 대중문화의 흥행원리와 동일하다.

‘명량’의 흥행 비결은 뭘까. 여러 가지 분석이 있겠지만 가장 중요한 요소는 스토리다. 12척의 배로 300척이 넘는 일본 전함을 궤멸시킨 역사적 스토리는 그 자체로 엄청난 흡인력을 갖고 있다. 신예 김한민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영화 제작과정의 풍부한 스토리도 소셜미디어의 바이럴을 통해 확대 재생산되면서 젊은 층을 사로잡았다.

소셜미디어 시대가 되면서 스토리의 힘이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과거 매스미디어 시대에는 예산을 확보해서 잘 짜여진 광고 스토리를 만들고, 일방적으로 배포하면 됐다. 하지만 소셜 시대에는 이런 방식으로 ‘만들어진’ 스토리는 금방 식상하게 받아들여진다. 소셜 커뮤니티에서 각광받고 소비되는 스토리는 연출되지 않은 스토리, 있는 그대로의 진정성이 담겨진 스토리다.

#소셜미디어는 진정성 담긴 스토리 각광

소셜미디어의 확산과 스토리를 소비하는 새로운 트랜드의 등장은 기업 홍보를 기획하는 실무자들이나 기업인들에 새로운 기회다. 큰 예산을 들이지 않고도 기업의 스토리를 광범위하게 확산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요즘의 소셜 친화적인 스토리 트랜드는 중소규모 기업에 매우 유리한 기회다.

기업은 규모가 크든 작든 많은 스토리가 있다. 동네 빵집 하나에도 그 내막을 들여다보면 무수히 많은 스토리가 있다. 다만 스토리를 발굴해 비즈니스 홍보에 활용하려는 시도가 부족했을 뿐이다.

대중문화 산업의 최신 트렌드는 스토리 산업이라고 할 만큼 스토리를 발굴, 콘텐츠화하고 유통하는 일련의 프로세스가 정교화돼 가고 있다. 기업에서도 자사의 브랜드와 제품에 스토리를 활용해 효과를 거두는 성공사례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브랜드와 스토리를 결합한 브랜드 스토리 마케팅을 얘기할 때 흔히 스티브 잡스와 애플의 사례가 거론된다. 매킨토시와 아이팟, 아이폰, 아이패드에 이르기까지 애플의 히트작에는 하나같이 스티브 잡스의 혁신 스토리가 어우러져 빛을 발했다. 여기에 스티브 잡스라는 혁신가의 드라마틱한 이야기를 활용해 펼치는 애플의 브랜드 스토리텔링은 세계적으로 수많은 ‘애플빠’를 양산해 냈다. 신제품이 출시되는 날에는 애플스토어 앞에서 마니아들이 장사진을 치는 풍경을 연출하기도 한다.

스토리는 도시와 지방에도 풍부하게 매장돼 있다. 몇 해 전 전국적인 걷기 열풍을 불러 일으키며 단숨에 히트 상품 반열에 올랐던 제주올레길의 스토리 활용도 인상적이다. 올레길 창시자였던 서명숙 제주올레 이사장은 평생 일해오던 직장에 사표를 내고 인생의 쉼을 얻고자 유럽 여행길에 올랐다. 스페인의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던 중 그는 고향 제주의 돌담길을 떠올렸다. 제주올레길의 성공까지 많은 스토리가 활용됐겠지만 ‘사표-쉼-유럽여행-산티아고 순례-고향 제주의 돌담길-올레길 창시’라는 ‘서명숙 스토리’는 속도와 경쟁에 지친 현대인들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순천 지역 곳곳의 소소한 이야기를 발굴해 ‘쓸모없던 갯벌을 황금으로 바꾼’ 순천만의 스토리텔링, 대대로 이어진 가난한 빈농지역에서 친환경 나비스토리를 발굴해 최고의 관광자원으로 탈바꿈시킨 함평군의 함평나비축제 사례는 평범한 곳에서 스토리를 발굴해 귀중한 자원으로 변모시킬 수 있음을 보여준다.

기업에도 스토리가 넘친다. 창업자의 창업 이야기, 제품 개발에 얽힌 소소한 얘깃거리, 고객들이 전해주는 서비스 이용후기 한마디에도 황금 같은 스토리가 숨어있다.

#평범한 기업도 스토리 만들면 홍보 대박

실패한 접착제에서 손쉽게 뗏다 붙였다 할 수 있는 메모지를 발명했다는 3M의 포스트잇 탄생 스토리. 기업의 제품과 서비스 개발과정에서 무심코 지나칠 수 있는 얘깃거리들이 브랜드 스토리로 만들어지면서 회사를 살리는 강력한 홍보도구가 됐다.

소셜미디어 시대에 들어서면서 스토리는 더 감성화 하고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스위스 외딴 산골마을 오베르무텐의 스토리는 페이스북을 활용한 마케팅 성공사례로 회자되고 있다. 2010년께 마을 이장인 마티 위스는 페이스북에 마을의 페이지를 개설하고 ‘좋아요’ 를 누른 회원에게 마을주민증을 발급, 이 마을 외양간 벽에 붙이는 이벤트를 시작했다. 클릭 한번으로 내 사진이 스위스 산골마을 외양간 벽에 붙을 수 있다는 이 짜릿한 스토리는 삽시간에 세계의 페이스북 이용자들에게 전파됐다. 전 세계 신문과 방송의 이목도 집중시켰다. 소셜미디어 시대의 스토리는 주민 90명 규모의 산골마을을 순식간에 세계적 명승지로 만드는 마법같은 힘을 발휘했다.

소셜미디어 시대의 스토리 유통구조는 과거 매스미디어 시대에 비하면 프로세스가 정교화되고 있다. 매스미디어 시대에는 ‘예산책정-광고제작-매체집행’이란 비교적 단순한 공식이었지만, 스토리가 힘을 발휘하고 있는 소셜미디어 시대에는 ‘스토리 발굴-콘텐츠 제작-매체유통-소셜확산’이란 스토리 유통공식이 정착되고 있다.

새로운 스토리 유통구조가 기업 홍보 측면에서는 어렵게 느껴질지 모르지만 스토리 발굴과 콘텐츠 제작, 바이럴 확산으로 이어지는 소셜시대의 브랜드 스토리텔링은 기업에 유용한 기회가 될 수 있다.

기업은 과거에 비해 훨씬 저렴한 비용으로 자체 스토리를 발굴, 콘텐츠를 제작하고 자사의 소셜미디어를 활용해 확산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새로운 가능성이 열리고 있는 것이다.

정남진 < 이노미디어 대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