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4일 인천 아시안 게임이 그 성대한 막을 내렸다. 사상 처음으로 OCA 가맹국 45개국이 모두 참가한 이번 대회는 모든 경기가 말 그대로 각본 없는 감동의 드라마였다. 45억 아시아인들은 인천에서 펼쳐지는 자국 선수들의 활약에 이목을 집중하고 때론 환호하고 때론 실망감에 눈물짓기도 했다. 14개의 세계 신기록이 쏟아졌고, 북한을 비롯한 스포츠 약소국들의 분전 등이 이어져 스포츠 제전으로서 전혀 손색없는 대회였다. 특히 대회 폐막식엔 북한의 고위 고위인사들까지 전격적으로 참석하여 명실상부한 평화와 화합의 장으로 승화하기도 했다.

물론 이같은 화려함의 이면에는 대회진행 과정 중 아쉬운 점, 불미스러운 탈도 적지 않았다. 워낙 많은 사람들이 참가하고 하루에만도 수십가지의 경기가 벌어지다 보니 일정정도 관리의 한계가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상한 도시락, 선수촌 냉방문제, 타일이 떨어지고 비가 새는 경기장. 허술한 선수촌 경비 등은 두고두고 아쉬운 점이다. 사전에 충분히 예측이 가능했고, 보다 철저하게 대비했다면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문제들이었기에 두고두고 아쉽다.

하지만 이런 문제점들은 인천에겐 다소 미안한 노릇이지만 평창에겐 더없이 좋은 학습거리이기도 하다. 인천에서 발생한 모든 사건, 사고에 대한 보다 철저한 분석과 벤치마킹은 평창 동계올림픽의 성공개최에 분명한 자양분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인천의 사례를 그냥 흘려 넘기지 말아야 한다. 인천의 성공 포인트를 극대화하고 단점과 문제점을 보완할 수 있는 대책을 세워 가능한 모든 경우의 수에 대비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다행히 평창 동계 올림픽은 참가국 수는 80개국으로 아시안 게임보다 많지만 선수단 규모는 6천여명으로 오히려 작다(인천 아시안 게임 1만 3,000여명). 경기 종목도 15개 종목으로 36개 종목이 열린 인천 아시안 절반 수준에도 못 미친다. 바다까지 포함한 49개 경기장에서 경기를 벌인 인천 아시안 게임에 비해 경기장 수도 훨씬 적다. 경기장과 선수단 숙소의 집중도도 훨씬 높아 경비 및 관리가 상대적으로 용이하다. 겨울철에 개최되는 만큼 음식물 등의 위생문제에 있어서도 일단은 한 숨이 놓인다.

그래서 평창이 인천 아시안 게임보다는 여러면에서 성공적인 대회가 될 수 있는 호조건을 갖추고 있다고 해도 크게 과언은 아닐 것이다. 이러한 환경적 이점에 인천에서 발생한 문제점들을 방지할 수 있는 대책까지 마련된다면 그야말로 금상첨화가 될 것이다.

인간은 인간이기에 언제든 실수와 실패를 겪을 수 있다. 다만 그 실수와 실패를 거울삼아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는 의지가 필요하다. 그게 학습효과이다. 사실 지금까지 인천에서 보고된 모든 문제점들은 이전의 국제대회에서도 지적된 문제들이 반복되는 경우가 많았다. 이는 충분히 예견하고 대비할 수 있었던 기회를 스스로 놓쳐버린 셈이다. 평창은 절대 그런 우를 다시 저지르지 말아야 한다.

평창까지 오는 길은 참으로 멀고 험했다. 강원도의 염원은 거저 이루어지지 않았다. 동계 올림픽은 160만 도민들의 땀과 눈물로 일궈낸 값진 결실이다. 그 결실이 이제 마지막 화려한 꽃을 피우기를 기다리고 있다. 농사를 망치는 것은 장마나 가뭄 같은 자연재해보다 농부의 작은 실수에서 비롯하는 경우가 더 많다. 농부의 세심한 보살핌과 사랑만이 탐스러운 열매와 아름다운 꽃을 피우게 하는 법이다.

보다 철저한 사전준비란 말은 그냥 하는 잔소리가 아니다. 수백, 수천번을 반복해도 지나치지 않다. 이제 4년 남았다. 4년이란 짧으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이다. 나머지 4년 간 모두의 힘과 지혜를 모아 평창동계올림픽의 성공개최를 위해 작은 못조각 하나, 하찮아 보이는 돌멩이 하나에도 온 신경을 쏟아야 한다. 평창의 성공은 강원도의 승리이고 대한민국의 미래이다.

이택호 < 한국경영문화연구원 원장·경영학 박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