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서 밀려난 페라가모, 지방에 '깃발'
서울 지역 백화점에서 밀려나는 등 ‘굴욕’을 겪던 1세대 명품 페라가모가 지방에서 영토를 확장하고 있다. 지방에서는 아직까지 전통 명품군을 선호하는 소비자가 많아 이들의 유입을 노리는 백화점의 ‘러브콜’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페라가모는 지난달 30일 신세계백화점 충청점에, 지난 2일 롯데백화점 대전점에 매장을 열었다. 롯데백화점 광주점에도 연내 입점을 놓고 백화점 측과 협의 중이다. 롯데백화점 수원점에도 입점을 확정 짓고 매장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서울 위주로 매장을 늘려왔던 점을 고려했을 때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페라가모는 지난 3월 서울 청담동 갤러리아명품관에서 매장을 철수했다. 갤러리아 측은 “공간을 재배치하는 과정에서 철수가 결정됐다”고 설명했지만 실적 부진이 원인이었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한때 샤넬, 루이비통 등과 ‘5대 명품 브랜드’로 불리던 페라가모가 서울 주요 백화점에서 밀려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수익성도 악화되고 있다. 페라가모코리아의 매출은 2011년 972억원, 2012년 984억원, 지난해 1119억원으로 늘었지만 지난해 영업이익은 107억원으로 2년 전(210억원)에 비해 반토막 났다.

돌파구를 찾기 위해 지방으로 눈길을 돌렸다는 평가다. 서울에서는 전통 명품군이 주춤하는 대신 콘템포러리 브랜드들의 상승세가 큰데, 지방은 아직까지 전통 명품에 대한 선호가 뚜렷하기 때문이다. 신세계백화점의 올 상반기 서울과 그외 지역 명품 매출 비중은 2012년 50.4 대 49.6이었지만 지난해 48.9 대 51.1, 올 상반기 48.7 대 51.3으로 지방이 서울보다 높은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

페라가모 관계자는 “서울은 매장이 충분하지만 지방에선 여전히 부족한 상황”이라며 “고객 확대를 위해 전략적으로 지방을 공략하고 있다”고 말했다.

페라가모는 지난 7월 온라인 판매도 시작했다. 신세계의 온라인몰에 ‘몰인몰(제품 공급, 재고관리 등을 직접 맡는 방식)’ 형태로 입점한 것. 각종 잡화류와 의류 등 1000여종의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이는 백화점과 면세점에서만 판매를 고수하던 전략을 버린 것이다.

페라가모 관계자는 “젊은 층 공략을 위해 선제적으로 온라인에 진출한 것”이라며 “계획 대비 110% 이상 매출을 올리며 순조롭게 성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현동 기자 gra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