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거래 방식 '악용'…"미인가영업·탈세 우려"
JP모간이 국내 기업 인수합병(M&A)을 중개해 매년 많게는 수백억원대 수수료 수입을 올리면서도 한 푼도 벌지 않았다고 공시해 논란이 일고 있다.
12일 금융투자협회 전자공시서비스에 따르면 JP모간은 실적이 집계되기 시작한 2011년 이후 M&A 중개 수수료 수입을 4년 연속 ‘0원’으로 기재하고 있다. 한국경제신문 마켓인사이트에 따르면 JP모간은 지난해까지 매년 1조4775억~3조2161억원대의 M&A를 중개했다. 0.5%의 수수료만 받았어도 70억~160억원의 수입을 올렸을 JP모간이 ‘한 푼도 벌지 못했다’고 공시한 것이다. JP모간의 ‘이상한 공시’는 이전거래 방식으로 수익을 공개하는 제도를 악용한 결과라고 업계에선 보고 있다. 이전거래는 예를 들어 아시아·태평양 본부가 있는 홍콩법인이 각국 지점의 모든 M&A 수수료 수입을 거둬들인 뒤 업무수행 비중에 따라 다시 나눠 주는 식이다.
JP모간의 경우 홍콩에서 이전거래로 들어오는 수입을 국내 지점이 ‘기타 수수료 수입’으로 분류해 M&A 수수료 수입은 0원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JP모간 측은 “이전거래 방식으로 수입을 인식하도록 한 금융감독원의 권고를 따른 것”이라고 해명했다. 금감원은 그러나 이전거래 방식을 쓰더라도 국내에서 발생한 수익은 국내 지점이 벌어들인 것으로 기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현실에선 악용될 가능성이 충분하다. 특정 M&A에서 홍콩본부와 한국지점이 1 대 9의 비중으로 일을 해놓고도 홍콩본부가 수수료의 90%를 갖고 한국지점엔 나머지 10%만 보낸다 해도 외부에서 이를 명확히 파악하기 어렵다. 외국계 증권사 관계자는 “법인세율이 훨씬 낮은 홍콩본부로 수수료 수입의 대부분을 보내 국내에서 세금을 덜 내도록 했을 수 있다”며 “돈은 한국에서 벌고 세금은 홍콩에 내는 식”이라고 말했다.
JP모간처럼 국내 지점의 M&A 수수료가 0원이라면 홍콩본부나 미국 본사가 모든 업무를 했다는 의미가 된다. 금감원 관계자는 “한국 내 금융투자업 면허가 없는 JP모간 미국 본사나 홍콩본부가 국내에서 미인가영업을 한 셈”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지적이 있어 JP모간 측에 수익인식 방식을 개선하도록 한 차례 조치했다”며 “이를 따르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되면 검사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JP모간은 현재 우리은행 매각과 삼성SDS 및 삼성에버랜드의 상장(IPO) 등 국내에서 벌어지는 가장 큰 M&A와 기업공개 거래를 맡고 있다.
정영효 기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