밍글스, 된장에 24시간 재운 양갈비…한식과 세계 요리의 '합주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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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uxury & Taste - 퓨전 한식 레스토랑 밍글스
고급숯 비장탄으로 양고기 굽고 구운 채소가루 뿌려 잡내 없애
서양식 디저트에 전통 장류 접목…간장·된장·고추장 이용한 크렘블레
함양 솔송주·정읍 죽력고 등 지역 장인들의 전통주 곁들여
고급숯 비장탄으로 양고기 굽고 구운 채소가루 뿌려 잡내 없애
서양식 디저트에 전통 장류 접목…간장·된장·고추장 이용한 크렘블레
함양 솔송주·정읍 죽력고 등 지역 장인들의 전통주 곁들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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퓨전 한식 레스토랑 ‘밍글스’는 고급 레스토랑이 밀집해 있는 서울 청담동 학동사거리 인근에 있다. 프랑스·이탈리아 레스토랑과 일식집이 대부분인 이곳에서 몇 안 되는 한식집 중 하나다.
밍글스는 ‘서로 다른 것이 어우러져 조화를 이룬다’는 뜻이다. 이름처럼 한식과 각종 해외 요리를 접목한 ‘창의적인’ 요리를 선보이고 있다. 식당을 찾는 사람들도 20대 젊은 층부터 50~60대 장년층, 외국인 관광객까지 다양하다. 최소 하루 전 예약 없이는 자리 잡기 힘들다.
지하에 있는 식당으로 들어서자 마치 박물관에 온 듯하다. 선반은 각종 도자기와 쟁반, 장독, 장구 등의 전통악기로 가득하다. 넓지 않지만 4인용 탁자들이 놓인 홀과 단체 손님을 위한 공간이 구분돼 있어 목적에 따라 예약하면 된다.
메뉴는 모두 코스요리로만 운영된다. 점심 코스는 3만5000원, 저녁 코스는 8만원이다. 제철 식재료를 활용한 요리가 많아 보통 한 달 간격으로 메뉴를 바꾼다. 메뉴판을 펼치자 친절함이 엿보인다. 요리 옆에는 어떤 재료가 들어갔는지 꼼꼼하게 설명해 놓았다. 발효초, 간장, 고추장, 된장, 허브 등 음식에 넣은 장류와 향신료를 표시한 것도 이곳만의 특징이다.
가장 인기가 좋다는 ‘숯불 양갈비’가 역시 인상적이었다. 양고기 특유의 비린내가 없는 대신 은은한 향이 식욕을 돋운다. 후추, 허브 등을 이용하는 기존 조리법 대신 된장에 24시간 이상 고기를 재우고, 고급 숯인 비장탄으로 구워냈다. 마지막에는 채소를 구워 만든 가루를 뿌려 잡내를 잡았다. 직접 산에서 잘라왔다는 소나무를 접시로 써 눈도 즐겁다.
8000원을 추가하면 맛볼 수 있는 ‘무명밥상’도 추천할 만하다. 깻잎을 뿌린 밥 위에 한우와 전복장을 함께 넣어 비벼 먹는다. 여기에 초석잠장아찌, 더덕장아찌, 저염 명란젓, 마·우엉조림과 비지찌개가 곁들여진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건강 밥상’이란 느낌이 들었다.
밍글스는 대부분 음식에 간장, 고추장, 된장을 활용한다. 색다른 요리들도 끝맛은 거부감 없이 익숙한 이유다. 강민구 밍글스 셰프(30)는 “서양 요리에서는 주로 여러 재료를 끓여 만든 소스, 육수 등으로 맛을 낸다”며 “대신 장을 쓰면 맛은 똑같으면서도 더 깊고 독특한 풍미를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일까. 평소 장류의 세계화를 강조한 박진선 샘표 사장도 밍글스의 단골이다.
디저트도 예외는 아니다. ‘장 트리오(trio)’로 불리는 ‘간장, 고추장, 된장을 이용한 크렘블레와 위스키 카푸치노, 바닐라 아이스크림’은 서양식 디저트와 전통 장류를 접목했다. 의외로 각기 다른 맛들이 잘 어울린다.
전통주 한 잔을 곁들이는 것도 좋다. 경남 함양 솔송주·담솔, 전남 함평 자희향, 전북 정읍 죽력고, 제주 고소리 등 좀처럼 맛보기 힘든 지역 장인들의 술을 맛볼 수 있다. 선택이 어렵다면 김민성 소믈리에가 도움을 준다. ‘향이 허브와 비슷한 솔송주는 쌈밥과 곁들이면 좋다’, ‘자희향은 살짝 단맛이 나 계란찜 요리와 먹으면 좋다’는 등의 친절한 설명을 들을 수 있다. 레드, 화이트 와인도 총 100종 이상 갖춰놓았다.
■ 강민구 셰프
매일 아침 두부 만들고, 허브는 농장서 직접 뜯어와
“한국인과 외국인이 모두 좋아하는 현대적인 한식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해외 유명 레스토랑에서 전통 음식을 재해석하는 기법을 배워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강민구 밍글스 셰프는 배움에 대한 열망을 갖고 해외에서 많은 경험을 쌓았다. 하지만 유명 요리학교에서 유학하는 순탄한 길은 아니었다. 바닥부터 새로 시작해야 했다. 경기대 외식조리학과 졸업 직후인 2008년 무작정 출국해 퓨전 음식을 선보이는 100여군데 식당에 이력서를 뿌렸다.
미국 마이애미 리츠칼튼호텔을 시작으로 미국 스페인의 레스토랑 7곳에서 짧게는 2~3일, 길게는 2~3개월씩 수습생으로 머물며 경험을 쌓았다. 그러던 중 2009년 일식당인 ‘노부’ 마이애미 지점에서 입사를 알리는 전화를 받았다. 노부는 세계적인 일식 요리사 마쓰히사 노부유키와 미국 할리우드 스타 로버트 드 니로가 공동 설립한 유명 일식 레스토랑 체인이다.
노부 입사는 강 셰프에게 꿈 같은 일이었다. 그는 “대학 시절 마쓰히사의 단순하면서도 창의적인 요리에 반했다”며 “언젠가 노부에서 일하며 노하우를 배우고 싶었는데 그 바람을 이루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후 반년 만에 부주방장으로 승진했고, 1년 뒤에는 카리브해 바하마점의 최연소 총주방장이 됐다. 기존 메뉴에 한식을 접목하려는 그의 열의가 인정받은 결과다. 된장과 김치를 곁들인 푸아그라 요리, 육회와 갈비찜 등을 소재로 한 요리가 인기를 끌었다.
2012년 한국에 돌아와 치킨 프랜차이즈 ‘치맥’과 한식당 ‘무명식당’에서 메뉴 개발에 참여했다. 지난 5월 자신의 첫 식당인 밍글스를 차리며 한식을 바탕으로 한 퓨전 요리를 내놓고 있다.
그는 셰프들 사이에서 식재료를 깐깐하게 고르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허브와 식용꽃을 뜯으러 매주 두 번 과천의 농장을 찾는다. 두부는 매일 아침 직접 만들고 각종 장류는 장인이 빚는 포항 죽장연에서 공수해 온다.
■ 위치
서울 강남구 청담동 1의 23 지하 1층 (02)515-7306
■ 메뉴
점심 코스 3만5000원, 저녁 코스 8만원 (코스 메뉴로만 운영)
■ 영업시간
점심:낮 12시~오후 3시
저녁:오후 6시~10시30분
일요일 휴무
글=이현동 기자 gray@hankyung.com
사진=신경훈 기자 nicerpeter@hankyung.com
퓨전 한식 레스토랑 ‘밍글스’는 고급 레스토랑이 밀집해 있는 서울 청담동 학동사거리 인근에 있다. 프랑스·이탈리아 레스토랑과 일식집이 대부분인 이곳에서 몇 안 되는 한식집 중 하나다.
밍글스는 ‘서로 다른 것이 어우러져 조화를 이룬다’는 뜻이다. 이름처럼 한식과 각종 해외 요리를 접목한 ‘창의적인’ 요리를 선보이고 있다. 식당을 찾는 사람들도 20대 젊은 층부터 50~60대 장년층, 외국인 관광객까지 다양하다. 최소 하루 전 예약 없이는 자리 잡기 힘들다.
지하에 있는 식당으로 들어서자 마치 박물관에 온 듯하다. 선반은 각종 도자기와 쟁반, 장독, 장구 등의 전통악기로 가득하다. 넓지 않지만 4인용 탁자들이 놓인 홀과 단체 손님을 위한 공간이 구분돼 있어 목적에 따라 예약하면 된다.
메뉴는 모두 코스요리로만 운영된다. 점심 코스는 3만5000원, 저녁 코스는 8만원이다. 제철 식재료를 활용한 요리가 많아 보통 한 달 간격으로 메뉴를 바꾼다. 메뉴판을 펼치자 친절함이 엿보인다. 요리 옆에는 어떤 재료가 들어갔는지 꼼꼼하게 설명해 놓았다. 발효초, 간장, 고추장, 된장, 허브 등 음식에 넣은 장류와 향신료를 표시한 것도 이곳만의 특징이다.
가장 인기가 좋다는 ‘숯불 양갈비’가 역시 인상적이었다. 양고기 특유의 비린내가 없는 대신 은은한 향이 식욕을 돋운다. 후추, 허브 등을 이용하는 기존 조리법 대신 된장에 24시간 이상 고기를 재우고, 고급 숯인 비장탄으로 구워냈다. 마지막에는 채소를 구워 만든 가루를 뿌려 잡내를 잡았다. 직접 산에서 잘라왔다는 소나무를 접시로 써 눈도 즐겁다.
8000원을 추가하면 맛볼 수 있는 ‘무명밥상’도 추천할 만하다. 깻잎을 뿌린 밥 위에 한우와 전복장을 함께 넣어 비벼 먹는다. 여기에 초석잠장아찌, 더덕장아찌, 저염 명란젓, 마·우엉조림과 비지찌개가 곁들여진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건강 밥상’이란 느낌이 들었다.
밍글스는 대부분 음식에 간장, 고추장, 된장을 활용한다. 색다른 요리들도 끝맛은 거부감 없이 익숙한 이유다. 강민구 밍글스 셰프(30)는 “서양 요리에서는 주로 여러 재료를 끓여 만든 소스, 육수 등으로 맛을 낸다”며 “대신 장을 쓰면 맛은 똑같으면서도 더 깊고 독특한 풍미를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일까. 평소 장류의 세계화를 강조한 박진선 샘표 사장도 밍글스의 단골이다.
디저트도 예외는 아니다. ‘장 트리오(trio)’로 불리는 ‘간장, 고추장, 된장을 이용한 크렘블레와 위스키 카푸치노, 바닐라 아이스크림’은 서양식 디저트와 전통 장류를 접목했다. 의외로 각기 다른 맛들이 잘 어울린다.
전통주 한 잔을 곁들이는 것도 좋다. 경남 함양 솔송주·담솔, 전남 함평 자희향, 전북 정읍 죽력고, 제주 고소리 등 좀처럼 맛보기 힘든 지역 장인들의 술을 맛볼 수 있다. 선택이 어렵다면 김민성 소믈리에가 도움을 준다. ‘향이 허브와 비슷한 솔송주는 쌈밥과 곁들이면 좋다’, ‘자희향은 살짝 단맛이 나 계란찜 요리와 먹으면 좋다’는 등의 친절한 설명을 들을 수 있다. 레드, 화이트 와인도 총 100종 이상 갖춰놓았다.
■ 강민구 셰프
매일 아침 두부 만들고, 허브는 농장서 직접 뜯어와
“한국인과 외국인이 모두 좋아하는 현대적인 한식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해외 유명 레스토랑에서 전통 음식을 재해석하는 기법을 배워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강민구 밍글스 셰프는 배움에 대한 열망을 갖고 해외에서 많은 경험을 쌓았다. 하지만 유명 요리학교에서 유학하는 순탄한 길은 아니었다. 바닥부터 새로 시작해야 했다. 경기대 외식조리학과 졸업 직후인 2008년 무작정 출국해 퓨전 음식을 선보이는 100여군데 식당에 이력서를 뿌렸다.
미국 마이애미 리츠칼튼호텔을 시작으로 미국 스페인의 레스토랑 7곳에서 짧게는 2~3일, 길게는 2~3개월씩 수습생으로 머물며 경험을 쌓았다. 그러던 중 2009년 일식당인 ‘노부’ 마이애미 지점에서 입사를 알리는 전화를 받았다. 노부는 세계적인 일식 요리사 마쓰히사 노부유키와 미국 할리우드 스타 로버트 드 니로가 공동 설립한 유명 일식 레스토랑 체인이다.
노부 입사는 강 셰프에게 꿈 같은 일이었다. 그는 “대학 시절 마쓰히사의 단순하면서도 창의적인 요리에 반했다”며 “언젠가 노부에서 일하며 노하우를 배우고 싶었는데 그 바람을 이루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후 반년 만에 부주방장으로 승진했고, 1년 뒤에는 카리브해 바하마점의 최연소 총주방장이 됐다. 기존 메뉴에 한식을 접목하려는 그의 열의가 인정받은 결과다. 된장과 김치를 곁들인 푸아그라 요리, 육회와 갈비찜 등을 소재로 한 요리가 인기를 끌었다.
2012년 한국에 돌아와 치킨 프랜차이즈 ‘치맥’과 한식당 ‘무명식당’에서 메뉴 개발에 참여했다. 지난 5월 자신의 첫 식당인 밍글스를 차리며 한식을 바탕으로 한 퓨전 요리를 내놓고 있다.
그는 셰프들 사이에서 식재료를 깐깐하게 고르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허브와 식용꽃을 뜯으러 매주 두 번 과천의 농장을 찾는다. 두부는 매일 아침 직접 만들고 각종 장류는 장인이 빚는 포항 죽장연에서 공수해 온다.
■ 위치
서울 강남구 청담동 1의 23 지하 1층 (02)515-7306
■ 메뉴
점심 코스 3만5000원, 저녁 코스 8만원 (코스 메뉴로만 운영)
■ 영업시간
점심:낮 12시~오후 3시
저녁:오후 6시~10시30분
일요일 휴무
글=이현동 기자 gray@hankyung.com
사진=신경훈 기자 nicerpe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