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글 생일 축하해요 > 한글날을 하루 앞둔 8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세종학당 소속 외국인 학생들이 각 나라 전통의상을 입고 한글 사랑을 표현하는 번개모임을 하고 있다. 김병언 기자 misaeon@hankyung.com
< 한글 생일 축하해요 > 한글날을 하루 앞둔 8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세종학당 소속 외국인 학생들이 각 나라 전통의상을 입고 한글 사랑을 표현하는 번개모임을 하고 있다. 김병언 기자 misaeon@hankyung.com
올해로 한글이 568돌을 맞았다. 1446년 10월9일 훈민정음 반포를 기념하는 한글날은 지난해 23년 만에 법정 공휴일로 재지정됐다. 공공과 민간 분야에서 어려운 행정용어를 우리말로 바꾸는 움직임도 본격화되고 있다. 하지만 정부 보도자료에서도 여전히 어려운 한자어와 외래어가 범람하고 있다.

○본격화된 우리말 순화 움직임

당신을 살릴 '골든타임', 이제부터 '황금시간'입니다
서울시는 지난달 29일 열린 국어바르게쓰기위원회에서 ‘골든타임’을 ‘황금시간’으로 순화하기로 결정했다고 8일 발표했다. 사고 발생 시 구출·구조 등의 상황에서 초기 대응 시간을 뜻하는 골든타임(golden time)은 세월호 참사 이후 자주 등장하는 용어다. 이를 우리말 표현인 ‘황금시간’으로 바꿔도 이해하는 데 지장이 없다는 게 서울시의 설명이다.

서울시는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외래어나 어려운 한자어로 된 행정용어를 알기 쉬운 우리말 표현으로 바꾸고 있다. △렌트푸어→세입빈곤층 △볼라드→길말뚝 △맹지(盲地)→길 없는 땅 등이 대표적이다. 김진만 서울시 시민소통담당관은 “시민들이 이해하기 어렵거나 시대에 뒤떨어진 한자어, 외래어 등의 행정용어를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우리말 표현으로 바꾸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식 표현이 상당수인 법률용어를 바꾸는 작업도 하고 있다. 법제처는 지난달 법령 전수조사를 통해 37건의 정비 대상 일본식 용어를 선정했다. 현 농지법 시행규칙에 등장하는 ‘엑기스’는 네덜란드어 ‘엑스트럭트(extract)’의 일본식 외국어로, ‘추출물’로 바뀐다. ‘견습(見習)’은 고유 일본어 ‘미나라이(みならい)’의 한자 표기를 우리말 한자음으로 읽은 것으로 ‘수습’으로 순화한다.

금융감독원은 지난해부터 금융회사의 거래 표준약관 중 어려운 금융용어를 개선하도록 하고 있다. △개비(開扉)→열다 △상위(相違)하다→서로 다르다 △해태(懈怠)하다→게을리하다 △원가(元加)하다→이자를 원금에 가산하다 등이 대표적이다.

○한글날이 무색한 정부 보도자료

각 분야에서 우리말 순화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지만 정부 부처가 배포하는 보도자료에는 여전히 외래어가 남발되고 있다. 사단법인 한글문화연대는 지난 4~6월 17개 정부 부처와 국회, 대법원이 낸 보도자료 3045건에 대해 국어기본법 준수 여부를 검토한 결과 보도자료 1건마다 국어기본법 위반 횟수가 3.28회에 달한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보도자료 1건당 위반 횟수 2.88회에 비해 되레 늘어났다.

국어기본법을 가장 많이 위반한 부처는 산업통상자원부로, 3382회였다. 이어 미래창조과학부, 기획재정부, 외교부 등의 순이었다. ‘Top-down과 Bottom-up 방식을 통해 후보기술 발굴’(산업부), ‘총지출은 Pay-go 원칙 강화’(기재부) 등이 “영문은 알파벳 그대로 쓰면 안 된다”는 국어기본법을 위반한 대표적인 사례다. 톱다운 등으로 표기해야 한다.

문화체육관광부는 공공기관당 1명씩 국어 전문인력인 ‘국어전문관’을 둘 수 있도록 한 국어기본법 개정안을 지난해 11월 국회에 제출했지만 여전히 상임위원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